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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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큰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방바닥에 넘어진 얼룩소 탁상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잠을 깨고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창밖에서 또다시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앙!

LPG 가스통 수십 개를 동시에 터뜨린 것 같은 소리였다.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베란다로 달려갔다. 폭음 때문인지 창문 한 귀퉁이에 실금이 가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는데 다시 한 번 폭음.

유리가 마저 박살이 났고 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렸지만 손톱만 한 유리 파편이 얼굴에 튀어 뺨에 생채기를 만들었다. 나는 아프다는 생각도 잊은 채 한쪽 손으로 뺨을 누르고 창밖을 내다봤다.

바람도 안 부는데 공기 중에 먼지가 자욱했다. 같은 단지에 있는 아파트 건물들의 유리창이 대부분 깨져 있었고, 깨진 유리창 너머로 고개를 내민 사람들이 나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소리가 들렸던 방향을 눈으로 쫓았다. 차들이 드문드문 주차되어 있는 하상주차장. 그 너머 8층짜리 개인 병원. 옹기종기 늘어선 모텔들이 차례로 시야에 들어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그보다 더 먼 곳에서 들려온 것 같았다. 그때 먼 하늘에서 집채만 한 돌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그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큰소리와 충격파가 밀어 닥쳤다. 나는 겁에 질려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아야 했다. 남아 있던 유리창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져 나갔다.

“씨발, 이게 다 뭐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돌덩이가 떨어진 산등성이 너머에선 하얗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거실로 달려가 TV를 틀었다. 마침 속보가 방송되고 있었다.

……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49개의 운석군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으며, 이것을 막을 방법은 전무하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리는 이어 “나사에서 급파한 보이저 5호기가 기체 결함으로 달에 불시착한다는 연락을 끝으로 30시간가량 교신이 두절되었다.”라며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습니다.

운석이 떨어지게 되면 최초 충격 30분 안에 15억 명의 인류가 사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으며,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 미국 켄터키 주 렉싱턴에 사는 대학생 27세의 조니 블랑쉐 씨가 이를 처음 발견하여 제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아나운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하는 말을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다소 멍한 표정이었다. 그는 여덟 시간 후면 지구가 멸망하게 될 거라는 말을 끝으로 읽던 원고를 집어 던지며 괴성을 질렀다.

아나운서의 난동에 화면은 데스크 위에 흐트러진 뉴스 대본을 잠시 비추다가 광고로 넘어갔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렸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헬기를 타고 찍은 영상인 듯 화면은 까마득한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사형으로 된 운석 구덩이가 수십 킬로미터 반경에 걸쳐 형성되어 있었고, 피해지역인 중소도시의 절반가량이 구덩이에 매몰된 채 도시 곳곳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헬기가 지상으로 하강하면서 화면은 조금 더 구체적인 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거리를 뒤덮은 먼지 부유물과 그을음 사이로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이한 형태의 층을 이루며 소나무 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지면에는 녹아버린 도로 표지판과 세상 다 산 늙은이처럼 쭈글쭈글한 자동차 몇 대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화면에 담기는 어느 곳에서도 온전한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들도 토사에 파묻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을 것 같은 시체들이 거리 곳곳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으며 들개 한 마리가 시체를 뜯어먹는 장면이 순간적으로 화면을 스쳤다.

잠시 후 카메라는 피사의 사탑처럼 맥없이 기울어진 대형마트 위를 날고 있었다. 건물 옥상에는 백여 명의 생존자들이 모여서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리더니 헬기가 불안하게 요동쳤다. 공중을 한 바퀴 선회하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먼지만 자욱했고 대형마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말도 안 돼.”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비현실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고, 빼곡하게 밀집하여 하나의 유기체를 연상시키던 고층빌딩들이 도미노처럼 붕괴된다.

도시에 갇힌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우왕좌왕 하다가 죽었다. 화면을 계속 보고 있자니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눌러 텔레비전을 껐다. 무거운 정적이 거실에 내려앉자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뭐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달달 떨면서 애꿎은 손톱만 잘근잘근 씹어댔다.

인터넷은 어떨까?

나는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평소 자주 가던 인터넷 카페에 접속했다. 짐작대로 난리가 났다. 하루 평균 4, 5개에 불과하던 게시물이 127건이나 올라왔고, 사이트 왼쪽 하단에는 그날 다녀간 방문객 숫자가 벌써 만 명이 넘어섰다.

게시판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지구 종말을 맞이하여 잠들어 있던 인류의 추악한 본성이 용트림이라도 하는 건지, 싸구려 욕설이 난무했고 말도 안 되는 낚시 글이 마구잡이로 올라와 있었다. 아무거나 하나 클릭하자 버퍼링이 5초쯤 이어지다가 글이 떴다.

제가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부가 핵전쟁에 대비해 지하 30킬로미터 깊이의 대피소를 만들었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이 대피소는 국회의사당 지하에 숨겨져 있고, 총 면적이 여의도 공원의 6배에 달하며, 1500명이 50년간 먹을 수 있는 식량과 지하급수 시설을 갖춘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합니다. 당장 그곳으로 출발하십시오. 대피소 지하 280층에 가면 태권브이도 있으니까 여차하면 그거 타고 우주로 떠나도 됩니다.

클릭.

한 번 대주실 여성분 구합니다. 어차피 세상도 끝장나는 마당에 처녀로 죽긴 억울하다거나 아니면 혼자 죽기 무섭다 하신 분 있으면 쪽지 주십시오. 참고로 저 키 184에 얼굴 다니엘 헤니랑 조인성 반반씩 섞어 놓은 것처럼 생겼음.

클릭.

지구 종말을 맞아 지름킹 쇼핑에서 마구 쏩니다. 최고급 방독면 세트 39,900원, 휴대용 분말 소화기 9,500원, 독일제 맥가이버칼 12,500원, 가정용 구급상자 풀세트 42,000원, 무자극 천연 선크림 14,500원(방사능 차단가능). VIP고객에게만 전하는 특별한 이벤트! 십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현직 특수부대 요원이 직접 쓴 『운석 충돌에서 살아남는 100가지 방법』을 증정해 드립니다.

클릭.

내일 입대하는데…… 잘된 건가?

클릭.

계속 보고 있자니 정말 한심하네요. 막말에, 욕설에, 근거 없는 유언비어까지.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마저 버릴 작정입니까? 이래서야 동물과 다를 게 뭡니까? 정신들 차리고 야동 보면서 딸이나 잡으세요.

클릭.

혹시 대전에 사시는 분 있나요? 지금 여기 장난 아닙니다. 월평동 쪽에서 웬 미친놈들이 나타나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막 죽이고 있습니다. 쇠파이프로 머리 찍고 여자들 강간하고…… 벌써 50명은 넘게 죽었어요. 씨발 지금은 다른 데로 갔는데 월평동에 사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졸라 살벌합니다.

“하……”

나는 인터넷 창을 끄고 의자에 쪼그려 앉아서 다시 손톱을 깨물었다. 끈적끈적한 불안이 가슴을 꽉 막고 있어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정말로 지구가 멸망하는 건가? 장난 아니고 진짜로?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

죽음에 대처하는 법은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줬고, 군대에서는 죽이고 살아남는 기술을 연마했다.

서점에 진열된 온갖 책들은 더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만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다 마찬가지였다.

거대 운석은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이토록 넓은 지구에서 숨거나 달아날 곳이 없다는 사실이 절망을 불러일으켰다.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차라리 교회라도 가볼까. 태어나서 한 번도 교회 문턱조차 밟아본 일이 없지만, 그래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뭔가 의지하고 싶어졌다. 죽음 이후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고 무서웠다.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 입이 바짝 말라버렸다. 냉장고 문을 열고 오렌지 주스를 꺼내 병째 마시고 있는데 문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듣던 틀에 박힌 비명과는 차원이 달랐다. 인간의 오장육부에서 치민 온갖 절망을 목을 비틀어 쥐어 짜낸 듯한 절규. 듣기만 해도 심장이 저려왔다.

가뜩이나 지구 멸망 소식 때문에 초조해 죽겠는데 저런 소리라니. 오렌지 주스를 제자리에 넣어 두고 냉장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팍’하며 전기가 나갔다. 심장이 점점 오그라들었다.

운동화를 구겨 신고 현관문을 열자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함께 뿌연 먼지가 피어올랐다. 연기를 들이마시자 잔기침이 났다. 나는 외투로 코와 입을 가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미리 복도에 나와 있던 주민 네댓 명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퀭한 눈동자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진짜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조금 전에 들었던 비명소리가 들렸다. 주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너무나도 일사불란한 동작에 까닭 모를 두려움이 일었다.

“이게 무슨 소리예요?”

나는 평소 안면을 트고 지내던 508호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가 손가락을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지상주차장 동편 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이었다. 놈들은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소녀의 머리통을 쇠파이프로 막 내려치는 참이었다. 둔탁한 소음이 울렸고 소녀는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팔다리를 달달 떨어댔다.

“나이스 헤드샷!”

어떤 놈이 그렇게 외쳤다.

나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손으로 막아야 했다. 소녀뿐만 아니라 복도에서 내려다보이는 광경 대부분이 온통 피와 시체였다. 몇몇 노인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관상목 아래 쓰러져 있었고, 그 옆으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기형적으로 함몰된 자신의 두개골을 부여잡고 사지를 바들바들 떨어대고 있었다.

책가방을 매고 죽은 꼬마, 대변과 소변으로 얼룩진 야쿠르트 아줌마의 유니폼, 피로 물든 유모차, 머리가 박살난 중년 남자와 깨진 머리통에서 흘러나온 정체불명의 흔적들, 그리고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부상자들까지!

이 지옥도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놈들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무자비한 살육의 행진을 이어갔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발작적으로 외쳤다.

“경찰에 신고했어요?”

“전화가 먹통이야. 해도 오겠냐만.”

그의 말대로였다. 휴대폰 액정 화면은 진작부터 통화권 이탈 표시만 내보내고 있었다. 젠장, 무시무시한 놈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데.

“아, 아저씨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빨간색 마티즈 안에 숨어 있던 여인이 놈들에게 발각되어 개처럼 끌려나왔다. 치마가 찢어져서 가늘고 하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지만 아무도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제가 왜 아저씨예요. 누나가 저보다 몇 살은 많아 보이는데. 그리고 가만 좀 계셔 보세요. 괜히 잘못 맞으면 아프기만 하고 죽지도 않으니까.”

잔인한 말을 잘도 지껄이며 놈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뒤통수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여자의 입에서 ‘꽥’ 하는 조건반사음이 터졌다. 여인은 고개가 45도쯤 꺾인 채로 쓰러졌다.

놈들은 모두 열두 명이었다. 쇠파이프와 망치 따위로 무장한 놈들은 아파트 지상 주차장을 유유히 배회했다.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한가롭게 거닐다가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죽였다. 규칙과 질서가 사라진 세계에선 폭력만이 유일한 진리였다.

“아, 씨발년. 내가 죽일라 했는데.”

“지랄, 먼저 죽이는 게 임자 아니야?”

멀리서 보기에도 앳돼 보이는 얼굴들이지만 주민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놈들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둔탁한 쇠파이프의 마찰음만이 아파트단지의 정적을 깨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놈들 중 몇 명은 바닥에 늘어진 시체를 아파트 경비실 쪽으로 끌고 가 쌓아 놨다. 시체의 탑이 높아질수록 아스팔트에 번지는 피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나는 생지옥을 엿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철컹.

등 뒤에서 504호 문이 열렸다. 화들짝 놀라서 바라보자 뚱뚱한 남자가 슬리퍼를 끌면서 걸어 나왔다. 수염이 듬성듬성 돋아난 얼굴은 괴상할 정도로 무표정이었고 짙은 눈 그늘과 메마른 입술에서 근심이 묻어났다.

추운 날씨였지만 반팔에 추리닝 차림이었다. 목 늘어난 하얀색 티셔츠에는 김치 국물 같은 것이 잔뜩 묻어 있다. 그는 얼빠진 표정으로 복도를 서성거리다가 갑자기 복도 난간에 올라섰고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쿵.

떨리는 시선으로 아래를 보니 남자는 바닥에 ‘큰 대(大)’자로 뻗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빨간 피가 그의 머리통을 중심으로 불규칙하게 번져갔다. 잠시 후 위층 어딘가에서 시간차를 두고 두 명이 더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가 났고 둘 다 즉사했다. 나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으악.”

이번에는 주차장 쪽이었다. 어린아이의 비명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울렸다.

“대체 뭐하는 놈들일까요?”

나는 줄담배를 피워대는 옆집 아저씨에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세상이 망한다고 하니까 숨어 있던 진짜 괴물들이 뛰쳐나온 게 아닐까? 특히 저기 파란 모자 쓴 놈. 저 새끼는 프로가 틀림없어.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잘 죽이지?”

순간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빠앙!

우리는 대화를 중단하고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색 아반떼가 아파트 지상 주차장으로 난입하는 중이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자동차는 시체를 마구 타넘으며 위태롭게 질주하다가 경비실 철제 울타리에 범퍼를 부딪치고 멈췄다.

플라스틱 파편이 피처럼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운전자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바퀴 어딘가에 시체가 끼었는지 차는 움직이지 않았고 엔진 공회전 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쇠파이프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차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갔다. 당황한 운전자가 문을 열고 나오려 했지만 차량과 울타리 사이에 낀 시체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운전자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불길한 예감이 심장을 옥죄어왔다.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우왕좌왕 하는 사이 먼저 도착한 쇠파이프가 다짜고짜 자동차 보닛을 후려쳤다.

“꺄악.”

쿵쾅거리는 소음이 비명을 삼켰다. 차는 종이처럼 구겨지기 시작했다. 떨어져 나간 사이드 미러가 공중으로 붕 치솟았다가 바닥에 퉁기며 산산조각이 났다. 쇠파이프 열두 개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허공에서 얽히고설켜 바늘처럼 고막을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차 밖으로 끄집어낸 안경잡이가 쇠파이프로 그녀의 다리를 후려쳤다.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진 여인이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놈들은 웃음으로 답했다.

파란 모자가 장작을 패듯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나이스 샷.”

놈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바닥에 널브러져 사지를 바들바들 떨어대던 여자는 재차 가해진 쇠파이프 질에 머리를 얻어맞고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내 머리통이 깨진 것처럼 두통이 밀려왔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어느 순간 오장육부에서 치민 불덩이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팔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렸고 통제능력을 상실한 내분비 기관에서 마구 뿜어대는 호르몬 때문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엄마…….”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