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탈출기(Motel 脫出記)

  • 장르: 호러 | 태그: #모텔탈출기 #박동식 #공포 #공포단편 #단편선 #한국공포문학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의사
  • 평점×20 | 분량: 53매
  • 소개: 모텔에 여자를 꼬셔서 들어왔는데 그만 그 여자가 죽어버렸다. 게다가 그 여자는 미성년자가 아닌가. 명망 있는 우리 집안과 결혼을 앞둔 내 미래가 달린 문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더보기

모텔 탈출기(Motel 脫出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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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큰일이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아끼던 200만 원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 혼이 날 것 같다. 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체는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 버릴 수도 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모텔까지 데리고 오나 했는데, 사람 일이란 새옹지마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엄마의 화난 얼굴과 이제 한 달 후면 결혼하게 될 나의 피앙세, 정화의 화난 얼굴이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두 시간 전, 채팅에서 만난 가출 소녀와 20만 원으로 밤을 같이 보내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자동차의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내 키 정도 되어 보이는 훤칠한 여자애가 나타났다.

여자애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것이 더욱 그 애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여자애가 차에 타자마자 요즘 성업 중인 신도시 주변의 모텔들을 찾았지만, 빈방이 없어 한참이나 헤매다가 ‘파라다이스’라는 허름한 모텔의 203호로 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먼저 샤워한다며 욕실로 들어간 애가 한 시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봤더니,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인공호흡도 10분이나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학도인 내가 보았을 때, 완전한 사망이었다. 전혀 가망이 없는…….

사인은 후두골(後頭骨) 함몰로 인한 뇌진탕으로 보였다. 바닥에 미끄러져 세면대에 부딪친 것 같았다. 뭔가 소리가 났겠지만, 난 그때 방에서 한창 에로 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의 시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애는 미성년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청소년 성매매에 대해 말이 많은데, 큰 종합병원 원장의 아들이 연루되었다는 게 언론에라도 나오게 된다면 내 앞날은 끝장이다.

그리고 엄마는 얼마나 화를 낼 것인가. 금이야 옥이야 키워놓은 아들이 이런 쓰레기와 밤을 보내려고 했다는 걸 아신다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

그리고 정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결혼 준비가 착착 진행중인데, 신랑 될 사람인 내가 다른 여자랑 모텔에 들어왔다는 걸 안다면 우리의 혼사는 그걸로 끝장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자, 생각을…… 명석한 두뇌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내가 아닌가.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욕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30분쯤 고민하니,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 우선, 이 파라다이스란 모텔의 위치는 나의 생활 반경과 많이 떨어진 신도시이다. 게다가 초저녁이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중에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물론, 나와 이 여자애가 모텔로 들어서는 걸 본 사람이 있다. 모텔 프런트에 혼자 앉아 있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20대 초반의 청년. 그 녀석도 잠시 동안 나를 본 걸로 내 얼굴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 달아나자.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나 버리면 되는 일이다. 시체를 발견한다고 해도 같이 투숙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잠시 동안 생각한 후 나온 대답은 ‘찾을 수 있다’였다. 난 빨간 머리에게 주차를 맡겼다. 자동차 키를 건네 주는 나에게 녀석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와우, 저 빨간색 재규어가 정말 손님 차예요? 한 번 꼭 몰아보고 싶었는데.”

“조심해서 다뤄 줘요.”

“마음 푹 놓으세요.”

빨간 머리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왜 나의 귀중한 애마를 녀석에게 맡겼을까? 정말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었다. 빨간색 재규어를 가진 20대 후반의 청년은 국내에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난다면 분명 잡히고 말겠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래, 업고 나가면 된다.

갑자기 어디가 아픈 것처럼 급하게 업고 나가면…….

갑자기 우리 클럽 멤버 중의 한 명인 재찬의 말이 떠올랐다. 작년 겨울인가, 재찬이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와 러브호텔에 갔는데, 그때 그 여자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고 했다.

“와, 말도 마. 진땀 뺐다니까.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혔거든……. 그런데, 갑자기 배를 잡고 뒹구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어.”

“하하, 재미보러 갔다가 그게 웬 봉변이냐.”

“급하게 들쳐업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데, 프런트에서 나를 막 붙잡는 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나더러 주민등록증을 내놓으라고.”

“아니, 왜?”

“생각해 봐라. 그 여자애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죽였는지, 아니면 진짜 아파서 죽었는지 모르잖아. 모텔 같은 숙박업소에선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고, 도피중인 수배자들도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경우엔 되게 민감하더라.”

재찬을 곤경에 빠뜨렸던 여자는 분명, 재찬의 등에서 신음도 하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프런트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를 업고 나가면 빨간 머리는 어떻게 할까? 모

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자의 등에 업혀 나가는 여자……. 이것만큼 이상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 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난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니까, 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시체를 소생시키는 마법을 쓰던데, 내게 지금 그런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 시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

가만, 가만……. 이거 흥미로운걸…….

데리고는 못 나가지만, 가지고 나갈 순 있다.

그래, 어차피 이 여자는 지금 시체가 되어 있고, 시체란 건 결국 고깃덩어리하고 마찬가지다. 그럼, 가지고 나가면 된다. 난 시체의 허벅지, 팔을 만져 보았다.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의 근육과 같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목욕을 한다고 욕탕 안에 온수를 받아 놓아서 욕실의 온도가 따뜻해 아직 체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워 있는 시체를 돌려 등을 살펴보았다. 혈액 응고가 시작되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반(屍班)도 보이지 않았다. 사후 경직도, 혈액 응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이다. 그리고 나의 해부학 성적이 A+ 이라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길 잘 했다니까. 이 시체를 분해한 다음, 큰 가방에 담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나가면 된다.

하지만 혹시 프런트에서 빨간 머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여자 분은요?”

이렇게 되면 곤란해진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현관의 정면에 위치해 있고, 프런트의 눈을 피해 현관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가지고 나간다는 것도 방법이 안 되었다. 결국 이 큰 키의 시체가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 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이다.

큰 키……. 큰 키…….

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룸으로 들어가 모텔의 뒤쪽으로 나 있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상가들만 좀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 예상 대로다. 모텔이란 곳은 건물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파라다이스’ 모텔도 궁전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벽돌을 돌출 시키게 하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내 머릿속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작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검토하고 있었고, 결론은 이 시체를 걸어나가게 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 그러자면 일단 수술도구들이 필요한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지?

톱과 다양한 크기의 칼들, 남자용 가방과 여자용 색 몇 개, 그리고 쓰레기 봉지와 청테이프, 모자.

자, 그럼 모텔 탈출 작전을 시작하자.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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