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점심시간, 나는 학교 옥상에서 날카롭게 변한 햇빛에 다시 눈을 떴다. 잠시 햇빛을 피해 옆으로 누워 눈을 감고 공상에 젖어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좋다. 어떤 이들이 나를 본다면 단순히 일광욕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신경조차 쓰지 않고, 각자 자기 일에만 충실한 지금이 제일 좋고.
방송실에선 비틀즈의 ‘Abbey Road’ 앨범이 흘러나왔다. 누가 신청한 건지 모르지만, 굉장히 올드한 취향을 가진 건 분명했다. 어쨌거나 몇몇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몇몇 아이들은 학교 매점에 가고, 몇몇 아이들은 학교 정자 그늘에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그리고 건물 안에서 책을 읽거나 하겠지. 뭐, 어른들은 아이들이 학교밖에 나가지 않게 가볍게 타이르고 통제한다. 그러다 통제자들이 벼락 맞을 우연으로 이곳을 쳐다보고 발견해서 놀랄 가능성에 대해 떠올렸다. 곤란하다. 분명 소동이 벌어질 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여기 오게 된 계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