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탐정, 나진남 – 4부 : 나진남, 정의로운 남자

  • 장르: 추리/스릴러, 로맨스 | 태그: #탐정 #고양이 #까칠남 #도도남 #로맨스
  • 평점×5 | 분량: 25매 | 성향:
  • 소개: 대학생 윤이나가 까칠하고 도도한 미남 탐정 나진남의 조수로 활약하며 해결한 사건과 로맨스. (4부) 더보기

고양이 탐정, 나진남 – 4부 : 나진남, 정의로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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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이놈의 계단 도대체 몇 개야. 굴러 떨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탐정님을 찾아보니 어느 남자 뒤를 밟고 있더라고. 나도 살금살금 그 사람을 쫓아갔어.

 

남자는 통화중이었어.

 

“어, 영숙아. 오빠, 방금 출발했어. 그래, 거기에서 보자. 그래, 그래. 아유, 요 이쁜이. 나도 사랑해.”

 

그러더니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더라.

 

플랫폼에 서서 전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그 남자가 누군지 알겠더군. 얼마 전 구범진 씨의 아내를 유혹하던 불륜 상대였던 거야.

 

가만, 그러고 보니 그 아내 분 이름이 영숙이 아니었는데? 저 인간, 또 다른 여자를 꼬시고 있는 건가?

 

내가 탐정님한테 속삭였어.

 

“탐정님, 뭘 어쩌시려고요?”

 

“저 놈, 사기꾼이잖아. 증거 확보해서 경찰에 넘겨야지.”

 

“진짜요? 왜요?”

 

“왜긴 왜야?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의무잖아.”

 

히야, 나 그 때 우리 탐정님한테 완전 반했잖아. 츤데레라고 들어봤지? 우리 탐정님이 그거야, 츤데레. 의뢰인 앞에서는 돈만 밝히는 것처럼 굴어 놓고선, 알고 보니 이 사회의 정의를 수호하는, 알심 있는 남자더라고.

 

불륜남을 따라 전철에 올라타 자리에 앉았는데, 하, 역시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탐정님한테 꽂히더군. 맞아요. 우리 탐정님이에요. 멋지죠? 내가 막 뿌듯해져서 콧구멍을 벌렁거리고 있는데 웬 아주머니가 다른 칸에서 들어오더니 이러더라.

 

“안녕하세요, 서민 여러분. 오늘 제가 여러분께 기똥차게 재미난 물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바로 이 강아지 인형이죠. 진짜 강아지처럼 짖고 까불고 뛰어 논답니다. 집집마다 어린이나 강아지 한 마리쯤은 있으시잖아요? 오늘 선물해 보세요. 엄마 최고, 아빠 최고 하며 좋아할 거에요. 단돈 2천원에 드립니다.”

 

어린이나 강아지 한 마리라……. 어린이도 한 마리에 포함되는 건가. 뭘 그렇게 따지냐고? 왜 이래? 나도 소설께나 읽는 여자라고. 저런 비문이 거슬리는 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근데 아까 저 여자 ‘서민’여러분이라 하지 않았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탐정님은 불륜남만 지켜보고 있었지. 근데 이 아주머니가 주위를 스윽 둘러보다 나한테 와서는 그 강아지 인형을 내미는 거야.

 

“언니, 내가 딱 보니 언니 이거 필요하게 생겼어. 하나만 사 주라.”

 

“네? 제가요? 필요 없는데요.”

 

나한테 이런 동생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었던 데다, 나야말로 그 물건을 딱 보니 한 시간만 갖고 놀아도 털이 숭숭 빠질 것 같은 게 엄청 허접해 보이더라고.

 

아주머니가 시야를 가로 막으니 우리 탐정님은 고개를 요리 뺐다 조리 뺐다 하면서 불륜남을 쳐다봤어. 근데 아주머니가 끈질겨. 안 가더라고.

 

“집에 애 없어? 아님 남친한테 하나 사 주던가.”

 

남친? 우리 탐정님 보고 하는 소린가? 괜스레 기분 좋아졌지만 저런 물건에 돈 쓰고 싶지 않았어.

 

“안 사요, 아주머니. 다른 데 가 보세요.”

 

그래도 아주머니가 안 가고 버티고 서 있으니 탐정님이 성질을 냈어.

 

“안 산다고, 이 아줌마야! 저리 비켜!”

 

“아이 씨, 깜짝이야!”

 

아주머니가 놀라며 뒷걸음질 치더니 성을 내며 받아치더라.

 

“안 사면 그만이지 왜 짜증이야?”

 

전철 안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눈빛이 변했어. 흑……. 다들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쯧쯧 차더라고. 아이고, 어디 쥐구멍 없나요?

 

아주머니가 전철 바닥에 물건을 늘어놓고는 제품 설명을 하더군. 그리고 장난감 전원을 켰는데, 아, 글쎄 요것들이 깽깽거리며 짖질 않나, 재주넘기를 하질 않나, 밤톨만한 발을 움직이며 뽀로로 돌아다니는 거야.

 

전철 안에 있던 어린이들이 죄다 몰려와 법석을 피웠지. 근데 언제부턴가 내 옆이 허전해. 이상하다 싶어 돌아보니 우리 탐정님이 애들 틈바구니에 섞여서는 그 인형에 정신이 팔린 거야.

 

“아우, 정말. 탐정님,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돌아보는 탐정님 눈빛이 초롱초롱해. 하늘의 별이 저렇게 빛날까 싶더라고.

 

“왜요, 하나 사 드려요?”

 

그랬더니 탐정님이 갑자기 무심한 듯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됐어’ 이런다. 하여간에 시크한 척은. 그러고 다시 자리에 앉아 불륜남을 지켜보는데 탐정님 눈동자가 자꾸 강아지 인형으로 돌아가더라고. 섬세한 보필을 자랑으로 여기는 이 조수가 그걸 모를 리 없지. 그래서 그냥 하나 사왔어.

 

“이딴 걸 왜 사냐.”

 

“그럼 반품할까요?”

 

“뭘 또 굳이 그렇게까지.”

 

내가 주머니에 인형을 집어넣으니 탐정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더군. 흥, 내가 못 본 줄 아셨죠?

 

불륜남이 어느 역에서 내리더니 어느 카페로 들어가 어느 여자를 만나더라. 40대 중반의,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여성이었어.

 

둘이 너무 안쪽으로 들어간 데다 날씨가 추워서 우리도 안에 들어가기로 했지. 그런데 무슨 애완동물 카페 같은 데였나 봐. 온 사방에 강아지랑 고양이가 돌아다니더라고. 불륜남의 상대 여자 무릎 위에도 강아지가 한 마리 앉아 있고.

 

나는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탐정님은 따끈한 우유를 한 잔 시켜드렸지. 어찌나 몸 생각하는 양반인지, 뭐 하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