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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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활자는 등불이요, 나의 펜 끝은 진실을 가르는 창이니라.

난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왔다. 내가 쓰는 글자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고, 써내려간 글 한장 한장이 거짓을 찢어발기는 창이었으면 했다.

내심 그런 생각은 든다. 정말 그렇게 해왔던걸까.

사람들은 내 글을 읽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걸까.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줬을까.

난 사람들이 꼬집지 못하는 그 한 부분을 예리하게 파고 들어가는 창이었을까.

모르겠다.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그렇다고 말을 해줄 사람이 나올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할 뿐이다.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를 듣고 글을 써내려가는게 내 일이다.

그거뿐이다. 내가 할수있는건 예전에도 그뿐이었고, 지금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인터뷰를 요청 했던 사람도 이 사람이니…

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던 그 사람은 내가 오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지호 기자입니다.”

난 안주머니에 넣어뒀던 명함을 하나 끄집어 냈다. 책상 위에 조심스레 올려 둔 명함을 물끄러미 쳐다본 남성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많이 기다리셨죠?”

남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의 양복 자락 끝은 옅게 달아 있었다.

아마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었나 보다. 혹은 치열하게 살아 남은 흔적일지도 모른다.

실밥이 달랑거리는 옷자락을 보니 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고개를 살짝 숙여 내 코트를 확인해보니 몇년 전에 샀던 이 넝마짝도 달랑거리고 있다.

오년 전, 감염 사태가 발발했을 그때 즈음 구매했었다. 이게 이렇게 오래 살아남아 나와 함께 기자짓을 하고 있을거라곤 그때 상상도 못했다.

그냥 가오나 조금 잡아보려고 사서 입었던 건데, 얘 덕분에 목숨을 건졌던 적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려는 감염자들, 옷자락을 잡고 내 발목을 잡으려던 생존자들 모두에게서 구해줬던 이 코트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나도 우습다.

펜 잡는 놈이 펜에나 신경 써야지 코트따위에 신경쓰고 앉아 있으니…

아니. 다른 생각 하지 말자. 다른걸 보지 말자. 다른걸 보면 안된다.

다른걸 봐봤자 다른 생각만 드니까. 이 사람만 바라봐야한다.

이 사람만 바라보지 않으면 또다시 펜대가 이상한 곳으로 향한다.

물어볼 것이 너무나 많다. 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목숨을 이어왔는지. 그 모든것 하나하나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자기 소개를 짧게 해주시겠습니까?”

난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멍하니 내 명함을 보고 있던 남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 우익현이라고 합니다. 그냥…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결재 서류나 쓰는 그런 놈이죠 뭐…”

남성의 가슴팍을 보니 ‘팀장 우익현’ 이라는 명찰이 달려있다.

이거로 제보자 신원 파악은 오케이.

“그럼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죠?”

“저야 뭐…”

제보자가 말끝을 흐리고 있다. 그닥 좋지는 않다. 말을 하려는 것인지 말려는 것인지…

“말씀 드렸잖습니까. 사무실 책상에서 결재서류나 끼적거리고 하루하루 치여사는 그런 서류쟁이라구요.”

“음… 어느 회사에서 일하시는지…”

“아…”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바보처럼 고개를 뒤로 휙. 돌떨어지는 소리가 난건가 싶다.

“부끄럽네요.”

“네?”

그가 갑자기 냉소를 보였다. 피식 웃음을 내뱉는 그는 내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렇잖아요.”

“어떤게… 말씀이시죠?”

“제약회사 다닌다는 놈이…”

그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약하나 제대로 못내고 이러고 앉아있잖습니까.”

“아…”

난 조심스레 노트를 꺼냈다. 적을게 많을 느낌이다. 쌓인만큼 적을게 생기니까.

노트를 내려두고 안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자 남성은 한숨을 쉬었다.

“녹음… 하셔야합니까.”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머리가 좋은게 아니어서요. 요즘 일이 많다보니… 두통이 자주 와서 기억력이 좀… 떨어지거든요.”

“그거랑 그거랑 관련 없지 않습니까?”

난 살짝 웃으며 녹음기를 테이블에 내려뒀다.

“글쎄요. 저한테는… 관련이 있나 보더라구요.”

“흠.”

익현은 어쩔수 없다는 듯 팔짱을 끼웠다.

“선생님이 불편하시다면 다시 집어 넣겠습니다. 그냥 제가 여기 노트에다가 열심히 적죠.”

“아니, 요즘 누가 그런 노트를 들고 다닙니까? 그냥 컴퓨터나 폰으로 열심히 적지…”

그는 노트를 보고는 눈썹을 으쓱거렸다.

“하하… 전 아직까지 예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아직까지는 이게 편해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익현은 코를 쓱 문질렀다.

“그럼 뭐… 녹음 하십쇼. 대신 인터뷰처럼 나갈거면 목소리 모자이크 확실히 해주시구요.”

“아, 네. 당연하죠. 그건 당연히 해드려야하는거 아니겠습니까.”

난 녹음기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찰칵 소리가 나며 녹음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하신 말씀이 어떤 의민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봤다.

“제약회사… 하면서 하신 말씀 말입니다.”

“아…”

그는 눈을 꿈뻑꿈뻑거렸다. 이내 한숨을 푹 쉬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물론 우리 회사가 이 사태 책임은 없어요. 사태를 일으킨 책임요. 하지만…”

뜸을 계속 들인다. 답답하다. 이어나가야 할 질문들이 너무나 많은데 말을 얼버무리기만 한다.

애초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미적미적거리고 반응도 늦더니… 사람 말 못알아듣는 짐승 한마리랑 대화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기업 차원에서 말이죠. 사회 환원이니 뭐니 말을 하고 주장을 할거 같으면 이런거를 더 신경써야하는거 아닙니까? 그럴거 같으면 지금 이 사태에 대해서 빨리 움직여서 치료제를 만들든 백신을 만들든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음… 상대적으로 그렇죠? 우리가 제약회사라고 하면 기대를 하게 되는게 있으니까요. 특히 이런 감염사태라든가 병과 관련된 일이 생기면 제약회사들을 더 바라볼 수 밖에 없구요.”

난 내 이야기를 하며 노트에 조심스럽게 필기를 시작했다. 녹음으로 쓰고도 가끔 녹음이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녹음기를 바꿔야할라나…

“그렇죠. 기자님도 잘 아시네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안쪽에서 말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세요?”

갑자기 팔을 걷어붙인 그는 책상을 쾅 내려쳤다.

깜짝놀라 무전기와 노트를 살짝 집어들었다. 그는 무엇인가에 분개했는지, 씩씩대고 있었다.

“사람이 먼접니까, 아니면 그깟 돈이 먼접니까?”

화를 좀처럼 삭히지 못한다. 한숨을 푹 쉬고 얼굴을 쓸어넘긴다.

“우리 나름대로 계획도 있었고, 사람들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말을 멈추고 숙여지는 고개. 분을 삭히는 손 꼼지락거림. 늘 보아왔던 모습이다.

“사람들 이전에 전 우리 가족들이 다치지 않길 바랬어요. 혹시나 우리 가족들이 물리더라도 고칠 방법이 있으면 했어요. 그리고 있었어요. 방법 있었습니다. 이미 개발이 됐었어요.”

울먹거림. 코를 들이마시는 소리. 두근대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듯한 한숨 소리. 그래. 이렇게 한번 풀어내도록 두는거도 낫겠지. 늘 이런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감정의 홍수가 한바탕 몰아친다.

그들 나름대로 참으려는 노력은 한다. 옷자락을 꽉 붙잡는 다든가, 그냥 자리에서 울어버린다든가. 이런 저런 노력들은 많이들 한다.

다만 그게 제대로 먹힐까는 의문이지만.

하기사 나도 한순간에 펑펑 터트리긴 한다. 가족 이야기 할때 말이 먹먹하지 않아지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도 이 사람이랑 크게 다르진 않다.

나도 욱하는건 있으니까.

난 그가 앉아있는 쪽으로 천천히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는 괜찮은 듯 손수건을 보다가 고개를 다시 들었다.

“괜찮습니다…”

“너무 급하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되시는 만큼만 해주세요.”

그는 주먹을 꼭 쥐었다.

“이미 치료제는 개발이 되어 있었어요. 한 육개월 전쯤부터 개발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런데. 그게 시중에 안나오는겁니다.”

“시중에 안나와요?”

난 침을 꿀꺽 삼키고 또다시 글을 끄적여갔다. 그는 이제 내가 펜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네. 임상실험을 그렇게 뻔질나게 해놓고도 안나간댑니다. 못낸댑니다.”

“그건… 왜그랬던거죠?”

“임상 실험 결과가 부족하댑니다. 그렇게 샘플 이빠이 모아놓고 미친듯이 실험해재끼고, 죽어나간 사람들이 족히 잡아도 세자리수는 찍을건데 다 안된댑니다.”

그는 화를 다시 한번 삭히려 이빨을 내고는 뿌드득 갈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근데 그게 사실이 아니에요. 사실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건 핑계일 뿐이에요.”

근거가 빈약하다. 내심 그런 생각도 든다. 만약 이게 이 사람만의 이야기면 어떡하지?

그냥 이 사람이 블러핑을 하는거라든가, 혹은 이 사람이 악의를 품고 기사를 내려는걸 내가 받아적는거라면 어떡하지?

“실질적으로는 이미 3상까지 끝난 상태였어요. 삼화병원측이랑 유족들이랑 전부 동의를 했던 상황이었고, 성공률도 아주 높았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출시하지 않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거죠.”

남성은 팔짱을 끼웠다. 그는 의자를 덜썩댔다.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오려고 하는 것 같다.

“기자님, 잘 들어보세요. 보통 제약회사들이 뭘로 돈법니까. 약팔아서 돈 벌잖아요.”

“그렇죠.”

“근데 약을 팔기 싫다는거에요. 그게 왜그런거 같아요?”

뻔하고 뻔한 이야기다. 팔리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언제나 보고 또 보아왔던 그런 이야기다.

난 눈을 살포시 감고 말했다.

“돈이죠.”

“빙고.”

들썩거리던 의자가 멈췄다. 그는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슬쩍 들어 나를 가리켰다.

“거 한 기자님 이쪽 솥밥을 오래 드신 티가 여기서 딱 나네 딱. 그렇죠. 돈이죠 돈.”

그는 자신의 뒤에 있던 큰 건물을 툭툭 가리켰다.

“저기는 돈으로만 움직이는 곳이에요. 아무리 사람 살리고 사명감 가지고 일을 한다고 해도, 돈 무시 못하는 곳이에요.”

“어느곳이나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근데 이번같은 중요한 사안이면 돈보다 사람을 먼저 봐야하는거 아닙니까. 기자님처럼요.”

그는 다시 나에게 손가락을 가져왔다.

“기자님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시지 않습니까. 기자님 회사도 그렇구요. 안그런가요?”

사명감. 우리 회사. 머리가 살짝 지끈거린다. 나조차도 많이 싸웠다.

왜 나가냐며 나를 붙잡았다. 너 진짜 그거 써가지고 밥벌어먹고 살겠냐고 붙잡았다.

정상이 아니라며 매도했던 국장이 생각난다. 난 나름 열심히 했었는데.

난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안주머니에서 약을 하나 꺼내 털어넣었다.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익현이 팔 틈 너머로 내 주머니를 봤다.

“그거 우리 약이네요.”

“아, 네.”

까득 하는 소리가 나고 입안에 쓴맛이 느껴진다. 약이 들어갈때마다 미칠 것 같다.

이 씁쓸한 맛이 입안에 감돌때 정신이 살짝 혼미해진다.

원체부터 쓴 맛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약 특유의 인공적인 쓴맛에 눈앞이 아른거린다.

익현의 모습이 일렁이고 뒤에 있는 건물마저도 살짝 찡그러진 것 같았다.

고개를 휘휘 저으니 그가 멀뚱이며 나를 보고 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난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른 약들도 먹어봤는데 두통에는 이게 최고더라구요. 효과도 빠르고…”

“아마 우리 제품들 중에서 그게 제일 잘 팔리는 거일겁니다.”

“팔릴만 하죠.”

부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털어댔다. 아마 좀 당황하겠지.

내 모습을 본 익현이 걱정스러운 듯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쉬는건 오히려 기자님이 쉬셔야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하하…”

난 코를 쓰윽 문질러 닦았다. 피곤하긴 해도 여기서 멈출 수가 없다.

끝내고 싶다. 빨리 모든걸 끝내고 마음 편히 쉬고싶다.

알려야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잘 움직이지 않는 손발과 팔을 움직여 여기까지 질질 끌어만 왔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모든걸 끝낼 한마디는 아니겠지만,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길로 가는 열쇠일거라 믿는다.

“글쟁이 놈이 글 쓰고 죽어야죠. 여기서 무너지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약까지 드시면서 쓰는데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닐까 싶어서요.”

웃음이 나온다. 그냥 씁쓸하다. 이렇게 할수밖에 없도록 만든 모든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하는 마음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내가 스스로 고생길을 타고 또 타고 온거지만, 사실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스물스물 올라오지만, 그래도 끝낼 수 없다.

“하하… 무리를 할 수밖에 없네요 저는.”

“어떤거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말하기 싫은걸까, 아니면 그저 생각이 나지 않는걸까.

그러게. 내가 뭐때문에 무리를 했지.

“기자님은 뭐때문에 일을 하십니까?”

“전…”

그저 웃음만 나온다. 기분 좋은 웃음이 아닌 허탈한 웃음. 한쪽 입꼬리만 씁쓸하게 올라간다.

뒷골이 서늘하다. 또다시 두통이 몰려 오려는 걸까.

불안하다.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조금만 생각을 쏟으면 바로 머리가 아프다.

약 떨어지지 말라고 약통 채로 들고 왔는데 이걸 다 씹어먹어야 하나 싶다.

“저야 뭐… 사명감 아니겠습니까.”

몰려오는 두통을 어금니를 꽉 물며 참았다. 간신히 답이 올라왔다.

“어떤 사명감 말씀이십니까?”

또다시 내려앉는 가슴 속의 돌덩이. 자꾸 물어온다. 물음이 불편하다.

질문은 내가 하는건데. 그 어떤 누구의 질문도 듣고싶지 않은데.

“그냥. 직업에 붙어있는 사명감입니다.”

얼굴이 자꾸 찡그려진다. 또 먼곳 어디에서 두통이라는 놈이 찾아올 것 같다.

내 모습을 본 익현은 쩝 소리를 내곤 내 노트를 살짝 확인했다.

“그럼… 음… 다음 질문은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