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 장르: 기타, 일반 | 태그: #사무실문학 #추위 #텅빈 #수필
  • 평점×1명 | 분량: 11매
  • 소개: 약간은 차운 듯 쌀쌀한 공기.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왔음에도 나는 아직 찬 공간에 머무른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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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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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차운 듯 쌀쌀한 공기.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왔음에도 나는 아직 찬 공간에 머무른다.

 

내가 일하는 곳은 볕이 들지 않는 조그마한 사무실이다. 자재 출납과 장부 관리를 하며 켜지는 데 삼 분 여 걸리는 냄새 나는 석유 난로와 함께 이 봄을 지새우고 있다.

 

그래, 지새고 있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 사무실은 가끔 오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완벽히 혼자일 수밖에 없다. 나는 약 서른 획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한자로 가득한 매입부와 매출장을 뒤적이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수족 냉증이 있어 손발이 차다. 어느 공기 속에 있든 내 손과 발은 따뜻해지지도 않는 주제에 속절없이 땀만 흘리고 있다. 화기가 그리워 석유 난로를 켠다. 나는 필터 안에서 화르르 타오르는 고 불에 조금 손을 쬐다가, 이내 온 공간을 채우는 기름 냄새에 머리가 아파져 그만두고 만다.

 

사출기 부품 자재가 가득한 이 곳은 말이 사무실이지 창고나 다름없다. 이 곳의 자재에 가장 많이 붙은 이름은 바로 ‘히타’. 코일, 세라믹, 밴드… 히타면 히타지 별 종류가 많다. 이게 무엇인고 하면, 전기를 연결하면 따뜻해지는 성질의 그것이다. 나는 이 따스운 날, 난로를 틀지 않으면 소름이 오소소 돋아날 만큼 추운 곳에서, 전기만 연결한다면 바로 뜨거워질 게 분명한 금속들과 살고 있다. 히터에 반사된 어둑한 전등의 빛이 날카롭다.

 

맨 팔을 댈 때마다 그 낮은 온도에 깜짝깜짝 놀라는 책상의 유리 위엔 “나는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라고 쓰인 공무원 준비 참고서 한 권, 그리고 색색의 펜들이 꽂힌 엉성하게 잘린 플라스틱 물통 반 쪼가리가 있다. 가위 두 개, 연필 하나, 몇 개인지 모를 네임펜과 볼펜들. 나는 그 중 하나를 집어 딸깍이다 이내 내려놓는다.

 

모니터에 떠오르는 엑셀 버전의 카카오톡엔 누군가가 오늘 날이 덥다며 바깥 소식을 전한다. 나는 아, 그래? 하고 오른 손 넷째 손가락으로 엔터를 누른다. 발신인은 뜨거운 볕 아래 건축 현장을 관리하는 이다. 아마 그의 살갗에 맞닿은 흰 티는 땀에 젖었을 것이다. 나는 어쩐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