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지하철에서

  • 장르: 호러 | 태그: #텅빈지하철에서 #지하철 #남자의욕망
  • 평점×20 | 분량: 74매
  • 소개: *불쾌한 성적 묘사가 다수 있습니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꽤 불편하니 주의 요망 바랍니다.* 평소 지하철을 애용하는 나는 개찰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 더보기

텅 빈 지하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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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퇴근할 때가 밤 9시 조금 넘어서였다. 이 정도 시간이면 지하철 끊길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쓸데없이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된다, 이 말이다. 불과 몇 분 차이로 몇만 원이 넘는 돈을 버리는 병신 같은 짓거리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도 지하철을 놓치면 꽤 억울할 거다. 아마 벽에다가 머리를 확 들이받을지 모른다.

 

며칠 전 밤늦게까지 밀린 업무를 처리하다가 퇴근이 늦었다. 지하철 막차를 간발의 차이로 놓친 후 투덜대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은 요금이 저렴하다. 이용하기도 쉽고 멀미도 없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편리하고 시설이 잘된 곳은 없을 터였다. 한숨을 내쉬며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추위로 발을 동동 굴렀다. 지하철 승강장이었다면 이렇게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 나와 상관없는 몇 대의 버스를 그대로 보냈다. 저 좁은 곳에 실려 간다고 생각하니 답답했다. 버스는 좌석이 빼곡히 들어차 걸리적거린다. 바로 옆 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차단됐다. 눈 돌릴 곳이 없다. 반면에 지하철은 공간이 넓어 다니기에 편하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만 그만큼 구경거리도 많다.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그제야 사용하기 어려워 주머니에 처박아둔 스마트폰을 꺼내 버스가 언제쯤 도착할지 검색했다. 더듬더듬 익숙지 않은 손가락을 놀린 결과, 기다리는 버스는 이미 끊긴 후였다. 얼굴에 확 열이 뻗쳤다. 장난하나, 이렇게 빨리? 욕설을 내뱉으며 관련 정보를 찾았지만, 눈이 침침해 도중에 포기해버렸다. 요즘 애들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한다지만 나에겐 그저 번거롭고 재미없는 전화기일 뿐이었다. 실제로 경험하고 체험하는 게 훨씬 좋다. 역시 지하철이 최고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택시를 잡을 수밖에. 생돈 3만 원이 넘게 깨진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요 며칠 간은 최대한 일찍 퇴근하려고 노력 중이다. 야근도 많고, 야근 수당도 쥐꼬리만큼 주는데 거기에다가 덤으로 택시비까지 부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하철은 나에게 일종의 휴식처다. 방해받기 싫다고! 이놈의 빌어먹을 회사, 그리고 빌어먹을 세상 같으니라고!

 

종로3가역 출입구로 들어와 개찰구로 걸어갔다.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몸을 툭툭 건드리며 지나쳤다. 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벌레 떼처럼 기어 나왔는지. 몸매가 펑퍼짐한 아줌마들과 얼굴이 주름으로 일그러진 노인네들뿐이다. 젊은 여자는 없다. 그들에게서 풍기는 땀 냄새와 싸구려 화장품 향 때문에 구역질이 났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구겨진 옷에 시커먼 낯빛이다. 자가용도 없는 다 고만고만한 인생들. 저들과 섞이기 싫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앞서 걷는 여자들을 발견하고 그 틈으로 끼어들었다.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뒤태의 곡선이 탐스럽다. 가까이에서 보니 얼굴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고 승강장으로 향했다.

 

승강장에 도착하니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평소라면 이어폰을 낀 짧은 치마의 여자가 하나 정도는 서 있을 터였다. 뒤로 가서 붙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실망하며 옆을 돌아봤다. 조금 전에 나와 같이 계단으로 내려오던 여자도 어느새 사라졌다. 안전선 앞을 서성이며 사방을 살폈다. 반대편 승강장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예쁘장한 여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걸 발견하곤 했었다. 늦은 밤 지하철은 여자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기에 딱 좋은 장소다. 그뿐이다. 늘 생각만으로 그쳤다. 언제쯤 손에 쥘 수 있을까. 아마 평생 만져보지도 못 하겠지.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키며 다시 주위를 살폈다. 승강장 끝과 끝 그 어디에도 사람이 없다. 지하철은 특히 젊은 여자가 많아 자주 이용했다. 오늘 같은 날은 처음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손목의 시계를 봤다. 뭐? 새벽 3시?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3시가 맞다. 이런, 미친…

 

‘지금 대화, 대화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안내방송에 깜짝 놀랐다. 뒤이어 선로로 미지근한 바람이 밀어닥쳤고, 늘 보던 익숙한 지하철 열차가 굉음을 내며 달려왔다. 전광판에 표시된 행선지를 보니 우리 집 방향이 맞다. 새벽 3시에 지하철 운행이라니?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뭔가 이상하다. 그보다 분명 역에 들어올 때는 기껏해야 9시 40분일 터였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동안에 5시간 넘게 지났을까?

 

열차가 내 앞에서 멈췄다. 문이 스르르 열린다. 원래대로라면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을 열차 안이 텅 비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낯설다. 며칠 전 추위에 떨면서 택시를 타던 기억이 떠오른다. 들어갈까, 말까. 타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열차의 문이 내가 서 있는 쪽만 활짝 열렸다. 다른 승차 대기선 앞의 문들은 모두 닫혀있다. 다시 승강장을 둘러봤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하아…”

 

웬 여자의 신음이 들려 열차 안을 살폈다. 문 옆 바로 오른쪽에 젊은 여자가 의자에 앉아 비틀거린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앞으로 푹 숙인 머리에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을 듯 찰랑거렸다. 가슴 쪽이 시원하게 팬 셔츠가 커다란 젖가슴을 살짝 가리며 날씬한 상체에 달라붙었다. 짧은 치마가 위로 말려 통통하고 윤기가 흐르는 허벅지가 드러났다. 고개를 처박고 조는 폼이 딱 술 마시고 인사불성이었다. 쯧쯧. 다 큰 처자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안 그래도 돈 나갈 데가 많은데 돈지랄은 하지 말자. 하이힐을 신은 쭉 뻗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열차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열차 문이 닫힌다.

 

눈치를 살피다가 여자의 맞은편 의자 제일 구석으로 가 앉았다. 분명히 여자와 멀리 떨어진 자리다. 난 지금 아무런 흑심도 없다. 열차가 덜컹거리며 역을 벗어난다.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참에 제대로 스마트폰을 사용해보자. 먼저 전원을 켜고 검지로 화면을 건드린다. 화면 안에 네모난 것들이 수없이 얽히면서 휙휙 방향이 바뀐다. 어지럽다. 내가 왜 이런 것들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역시 나 같은 아저씨에게는 폴더가 최고다. 이제는 폴더 폰은 구하지도 못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봤는데 영 재미가 없다.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며 여자를 쳐다봤다. 훤히 드러난 가슴 사이로 골이 보인다. 그 속에다가 손을 집어넣고 싶다. 열차 창문 밖은 시커먼 어둠뿐이다. 슬쩍 여자를 본다. 여자는 하얀 다리를 벌린 채 세상 모르게 잔다. 안쓰럽다. 혹시 몹쓸 약에 당한 게 아닐까? 일명 물뽕 같은 것 말이다. 길에서 쓰러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강도에게 흉기로 찔린 건데 사람들은 술 먹고 뻗었다고 생각하면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결국, 조금만 일찍 병원에 도착했어도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주위의 무관심 때문에 죽었다.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며 여자를 살폈다.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여자의 다리와 다리 사이 안쪽 깊은 곳에서 보라색 팬티가 짧은 치마 밑으로 고개를 내민다. 열차 안을 살폈다. 아무도 없다. 엉덩이에 걸친 저 팬티를 확 끌어내리고 싶다. 그 안에는 축축하고 따뜻한 구멍이 기다릴 터였다. 엉거주춤 일어나 옆 칸을 살폈다. 없다. 옆 칸의 다음 칸에도 사람은 없었다. 이 열차에는 저 여자와 나뿐이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자리에 앉았다. 여자의 몸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천천히 훑었다. 적당히 살이 오른 맨다리가 가지런히 놓였고 잘록한 허리 위로는 풍만한 가슴이 자리 잡았다. 매끈한 맨다리도 좋지만, 검정 스타킹을 신은 다리는 더 좋다. 잡티를 가려줄 뿐만 아니라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묘하게 육감적이다. 약간 아쉽긴 하지만 저 다리도 탐스럽다. 꼴린다. 저 퇴폐적인 가슴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물론 가슴이 들었을 테지. 호기심이 샘솟는다. 셔츠를 잡아 뜯어 안을 드러내고 부드러운 두 개의 가슴을 손에 쥐고 싶다. 여자의 벗은 몸을 상상한다. 미치겠다. 다리 사이에서는 야릇한 냄새가 흐를 것이다. 온몸이 뜨거워지며 아랫도리가 빳빳이 선다. 상의를 바지 안쪽으로 밀어 넣는 척하며 팬티 안에다가 손을 집어넣었다가 뺐다. 저 몸뚱이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앉은 상태에서 엉덩이를 질질 끌며 여자의 맞은편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음 역에서 정차해야 할 열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행선지가 표시된 내부 전광판이 꺼져있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다. 살짝 벌린 붉은 입술 속으로 하얀 이가 보인다. 아, 썅년. 머리채를 휘어잡고 내 앞으로 얼굴을 끌어오고 싶다. 말을 안 들으면 저 가는 목을 확 부러뜨릴까.

 

대화 행 열차의 선로는 대부분 지상으로 나 있다. 밤늦게 집에 갈 때는 늘 창문 밖으로 주황색 불빛들이 펼쳐지곤 했었다. 이 열차가 다른 역을 지나쳤던가? 창문 밖은 아까부터 지금까지 계속 어둠뿐이다. 어쩌면 정차할 역이 없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타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처음부터 이상한 일뿐이었다. 상관없다. 부풀어 오른 바지 앞쪽에 손을 가져가 바지 위를 주물렀다. 여자가 알몸으로 엎드려 있고, 나는 그 뒤에 선다. 아, 상상만 해도 쌀 것 같다.

 

하자. 아무도 없다. 누구도 보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해 다시 주위를 살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성큼 일어나 여자의 옆자리에 와 앉았다. 술 냄새가 섞인 달콤한 향수 향이 얼굴에 훅 끼쳤다. 와, 좆나게 꼴리네. 가까이에서 가쁘게 오르내리는 아랫배를 보니 더 박음직스럽다. 아까는 저 맞은편 창문에 비친 여자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이 여자가 내 꼭두각시 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이미 팬티 안은 축축이 젖었다. 약간 불편해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얼른 손을 빼 손바닥을 상의 밑부분에 닦다가 무심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추하다. 일그러진 입과 가늘게 뜬 눈으로 여자를 살피는 간사한 몸짓에 소름이 돋았다. 거기에다가 손에는 이물질을 묻히고 흥분으로 헐떡이는 폼이 마치 개새끼 같았다. 이런 씨발… 어쩌다 내가 이 꼴이 됐지? 한심하게 거동도 못하는 젊은 여자에게나 껄떡거리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탈모로 머리가 듬성듬성 빠진 모습이 초라하고 역겹다. 왜 이렇게 됐을까?

 

오늘 아침도 잠에서 깨자 세면대 거울부터 들여다봤다. 또 윗머리가 한 움큼 빠졌다. 몇 가닥 남지 않은 앞머리를 쓸어올려 옆으로 넘겼다. 그렇게 해서라도 감추고 싶다. 이마가 점점 넓어진다. 앞과 측면이 M자 형으로 갈수록 깊게 패고 정수리에도 숱이 없어 두피가 훤히 드러났다. 누가 봐도 대머리 아저씨다. 거울 속에는 오랑우탄같이 생긴 남자가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뽑다 만 잡초 같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남게 다 쥐어뜯고 싶다. 탈모가 생긴 상판이 토할 것처럼 더럽고 재수 없다. 머리 때문에 눈 밑의 다크 서클과 팔자 주름이 더 진해졌다. 머리가 빠지는 초창기에는 앞머리로 환해지는 이마를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다. 빠진 앞머리는 무엇으로 숨기고 정수리는 어떻게 가린단 말인가. 삭발하기에는 머리가 아직 많이 남았다. 한 움큼 남은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탈모 약도 먹고 한의원과 피부과에서 치료도 받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괜히 생돈만 날렸다. 이 꼴로 여자들 앞에 어떻게 서느냔 말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가 몇 있었다. 이제는 아무런 감정 없이 날 대하는 여자들뿐이다. 피하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여자의 허벅지에 손을 가져갔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누가 40대 후반이 되면 성욕이 감퇴한다고 했던가. 요새는 조금만 걸어도 무릎과 발목이 시큰거리고 숨이 찬다.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게 다 무감각하고 지루하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이런 것인가? 누구도 날 따뜻하게 대하지 않는다.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 보는 사람들뿐이다. 배려 따위는 없다. 이제 난 사회에서나 사람들에게 막 대해져도 상관없는 존재로 전락한 것일까. 더는 사랑받지 못하는 걸까.

 

외롭고 쓸쓸하다. 망가진 몸과 지루한 하루하루와는 달리 성욕은 자꾸 쌓여만 간다. 여자의 허벅지와 다리 사이를 떠올릴 때면 정신이 또렷해지고 아랫도리가 불끈 선다. 아무 여자나 닥치는 대로 따먹고 싶다. 이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싶다. 야동을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보며 자위를 한다. 그때뿐이다. 마음속은 채워지지 않는다.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어떻게, 다른 방법이 없을까?

 

옆자리에서 자는 여자의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살짝 힘을 줘 젖가슴을 쥐어 본다. 뿌듯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따뜻한 덩어리에서 유륜과 젖꼭지를 찾아 문지른다. 마음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차가운 손이 들어와서인지 여자가 웅얼거리며 뒤척인다. 황급히 손을 뺐다. 여자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의자 위에서 존다. 내리깐 긴 속눈썹이 마치 먹어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그래,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이다.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이 간절하다. 그뿐이다. 아내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무시하기 일쑤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무조건 하루 용돈 2만 원에다가 교통카드 충전 만원이란다. 그저 돈. 돈. 누구 덕분에 차까지 팔고 뚜벅이가 됐는데? 예전의 상냥하고 예쁜 아내는 어디로 갔을까.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변한 지 오래다.

 

3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도 하나 낳았다. 서로 죽고 못 살던 시절에는 그렇게나 나에게 잘하던 아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시큰둥해지더니 급기야 짜증을 내는 게 일상이 됐다. 말도 잘 섞지 않으려 한다. 말이 안 통한다나. 간만에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저녁 좀 밖에서 먹고 오라고 투덜댄다. 나에게 질린 듯하다. 승진할 건더기는 보이지 않고 구질구질한 생활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으니까. 늘 똑같은 하루에다가 요새는 자리를 보전하는 걸로도 벅차다. 당연히 부부관계는 없다. 나야말로 아내에게 질렸다. 아내의 불룩 나온 뱃살과 늘어진 옆구리, 까칠까칠하고 건조한 피부, 이제는 목에 주름도 지고 화장기 없는 누런 얼굴을 볼 때면 그냥 아내의 얼굴을 한 다른 남자를 보는 것 같다. 자신을 가꾸지 않는 게으른 모습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 이러니 내가 사는 게 재미있겠는가.

 

창문으로 비치는 허리 굽은 내 모습이 처량하다. 늘 일만 하고 살아왔다. 한숨만 푹푹 쉬는 아내를 보고 있으면 답답한 걸 떠나서 확 돌아버릴 지경이다.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딸아이와도 좀처럼 대화가 없다. 진작에 사춘기를 맞은 녀석은 늘 어디를 쏘다니는지 집에 붙어있질 않는다. 모처럼 집에 같이 있을 때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방에 들어가 버린다. 대화가 그립다.

 

요새는 출퇴근길에서 딸 같은 여학생들을 자주 보게 된다. 먹음직스럽다. 하나같이 짧은 교복 치마에 하얀 다리를 내놓고 다닌다. 하의 실종이라고 했던가? 날씬하게 굴곡을 가진 잘빠진 다리를 보고 있으면 자빠뜨려 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터질 듯한 허벅지를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