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대항하여

  • 장르: SF
  • 평점×33 | 분량: 72매
  • 소개: [퍼스트맨]을 보면서 문득 전에 써두었던 이 글이 떠올라 올려둡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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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에 대항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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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바늘 끝에서 춤추고 있다. 요동치던 유압계의 바늘은 마침내 왼쪽 끝을 향해 달음질쳤다. 윤중의 바이저 스피커에서 블라디미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산자, 리프트 오프. 신의 가호를 빈다.”

윤중은 궁금했다. 블라디미르가 종교를 갖고 있었나?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정말로 그에게 신앙이 없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믿음은 행동과 다른 것이다. 적어도 윤중은 그렇게 생각했다. 블라디미르의 신호에 맞춰 고산자는 클리퍼2의 적재함으로부터 풀려났다. 유압계의 바늘은 0으로 돌아갈 운명을 거부하듯이, 마지막 남은 숨을 토하며 경련했다. 윤중은 메인 패널로 시선을 돌렸다. 모든 표시등에 녹색불이 켜졌다. 윤중은 지상관제소에 보고했다.

“보스토니치-고산자. 고산자 리프트 오프, 메인 패널 올그린, 계통 전원, 추진 전원 올 그린, 피치 빼기 일곱, 요 더하기 둘, 롤링 제로, 클리퍼와의 거리 둘 다섯, 계속 벌어지고 있다.”

윤중은 중앙 현창을 통해 멀어져가는 클리퍼2를 올려보았다. 삼십팔만 킬로미터의 허공을 가르고 온 전파는 클리퍼2의 중계기를 거쳐 윤중의 바이저 스피커에 단조로운 음성을 보냈다. 쓰리, 투, 원, 제로. 고산자 오케이 투 고. 윤중은 현창에 새겨진 눈금의 중앙에 달이 위치하도록 선체의 각을 비틀었다.

 

보스토니치 코스모드롬의 중앙 관제실은 고산자가 클리퍼2를 이탈하면서부터 긴장이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은유적 표현이 아닌 눈으로 볼 수 있는 안개였다. 보스토니치 코스모드롬의 관제실에 금연규정이 없다는 사실에 한국 우주개발원 관제사들은 매우 만족했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달착륙 장면을 생중계하기 위해서는 관제실 장면도 같이 보여주어야 하는데, 흡연하는 관제사가 보이면 곤란하다는 게 방송국의 입장이었다. 그러자 통제관은 관제실내에서 오직 전자 담배만 흡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전자담배의 수증기는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 볏짚 태우듯이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전자담배라도 방송화면에 연기가 보이면 곤란합니다.’

과학기술부의 행정관 하나가 통제관에게 쪽지를 보냈다.

‘저건 ‘연기’가 아니라 ‘수증기’입니다. 방송 자막에 그렇게 써주세요. ‘

통제관은 답장을 썼다.

 

 

 

고산자 계획은 인류 최초의 달 착륙만큼이나 질투와 공포, 분노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중국이 유인우주선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 뒤, 일본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라도 달착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났지만, 자력으로 유인 우주선조차 발사해 본 적이 없는 나라에서는 너무 먼 곳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이 외침을 예상보다 빨리 현실 앞으로 도달시킨 사건이 벌어졌다.

 

북한이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광명성 7호라 이름 붙은 일 인승 우주선은 오백 킬로미터 상공에서 지구 둘레를 일곱 바퀴 돌고 고비사막에 추락-착륙이 아니라-했다. 일본이 먼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북한이 그러는 것은 참지 못할 이들이 마침내 태도를 바꾸었다. 온갖 의혹과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우주개발원의 한 연구자는 북한의 유인우주선이 노동 1호의 발전형이 아닌 중국의 태백3호를 가져와 발사한 것일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고산자 계획은 그 연구원의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달에 갔다 오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우리도 우주선을 빌려서 갔다 올 수 있지 않나요?

 

38만 킬로미터를 항해할 우주선을 만드는 대신, 달 착륙선만 만들어 임대우주선으로 달 궤도까지 간다. 그리고 탐사를 마친 다음에는 달착륙선이 대기하고 있던 임대우주선과 도킹하여 귀환한다. 최초의 기획안은 거칠게 요약하면 이것이 전부였다. 기획안은 정치권과 외교가를 오가며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고산자 계획으로 발전했다. 이미 수차례 로켓 발사 프로젝트를 함께 한 바 있는 러시아가 파트너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패 위기에 처한 소형 우주왕복선 클리퍼 계획을 되살리기 위해 클리퍼2의 개발에 한국의 참여를 제안했다. 6년에 걸친 예산 확보와 조종사 선발, 달착륙선의 개발, 수천 회의 크고 작은 훈련과 실험이 끝나고 마침내 달에 착륙하는 최초의 한국인으로 강윤중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다.

 

겨레의 자랑, 최초의 한국인 문워커는 인류역사상 두 번째로 달 위에서 바지에 오줌을 싼 인간이 될 것인가 고민했다. 그러나 소변 흡입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종간 앞을 떠나야만 했다. 달 표면 상공을 열두 바퀴 도는 주회궤도 비행까지는 꼼짝없이 조종간 앞에 묶인 몸이었다.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생리대 회사에서 자기네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만든 물건이라 흡수력은 우주 최고라고 자랑했으니까요. ”

윤중은 한 개당 이십만원에 달한다는 우주비행사용 기저귀를 건네 받을 때 임무 지원 담당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 일곱 살까지도 바지에 오줌 쌌어.”

명희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일곱 살이 아니라 다섯 살이었어.”

윤중은 제법 근엄한 목소리를 내보려 애썼다. 명희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바보야, 너희 집 이사 왔을 때가 나 국민학교 2학년이었어. 너랑 나랑 세 살 차이니까 일곱 살 맞아. 동네에서 길 잃고 바지는 다 젖어서 엉엉 울던 거, 정말 볼 만했는데.”

윤중은 가만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할 때 명희는 윤중의 몸을 밀쳤다.

“넌 말하다 막히면 꼭 이러더라?”

 

이십 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흘겼다. 너무 늦게 만난 것이 아쉽다고 했을 때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지금이 적당한 때야. 서로에게 적당한 시간이야. 그런 느낌이 들어.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 적당한 거야. 그런 생각이 들어.”

그녀는 모텔 벽면의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고산자-보스토니치, 주회궤도로 진입한다. 시퀀스 리마-오스카-알파. 중앙 현창의 레티클과 달 표면의 간격을 육안으로 확인하라.”

“보스토니치-고산자, 스타보드 두 클릭 반. 오케이 투 고.”

통제관은 윤중이 보낸 좌푯값을 확인 한 다음 말했다.

“고산자-보스토니치, 오케이 투 고, 카운트에 맞춰 8초간 분사하고 역추진한다. 지금부터 골프-찰리가 통제한다. 복창하라.”

윤중은 복창했다.

“지금부터 골프-찰리가 통제한다.”

 

윤중은 지상관제소가 통제 중임을 알리는 표시등이 켜지자 언제든지 다시 조종간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만 손을 떼었다. 달 궤도를 돌기 위해 고산자는 천천히 가라앉았다. 발바닥 밑으로 착륙선 모듈의 추진기가 일으키는 진동이 윤중의 몸을 울렸다. 십여 톤에 달하는 금속 상자는 천천히 머리를 달 표면으로 향했다. 표면과 평행을 유지할 만한 고도를 확보할 때까지 상자는 가라앉을 것이다.

“물살 같은 겁니다.”

훈련교관은 말했다. ”

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이 있어요. 이끌리되 추락하지 않을 만큼의 결이 있지요. 고산자는 그 결을 따라 날아야 합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추락하고, 조금 더 올라가면 튕겨 나갑니다. 우주와 달이 서로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지점이 그 결입니다. 그래야만 표면과 수평을 유지하며 주변을 회전할 수 있습니다.”

교관은 손바닥을 펴서 위아래로 흔들어 보이며 윤중에게 설명했다. 고산자는 추락과 추방의 힘이 팽팽하게 맞서있는 결을 따라 헤엄쳤다. 그러나 윤중은 그 결을 따라 날지 못했다.

 

윤중은 정화의 무난함이 좋았다. 그녀의 외모는 평범했고, 집안도 평범했다. 학교 때도 평범한 아이였고 앞으로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평범한 아내, 평범한 어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관학교 시절 동기의 소개로 만난 정화는 그 평범함으로 윤중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언제나 0을 가리키는 저울 바늘이었다. 대전에서 청과상을 하던 그녀의 부모는 세 명의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결혼시켰다.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늘 소소한 어려움으로 느껴질혀 만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풍족하진 못했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인생에서 가진 것들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오만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라질까 절박하지도 않았다. 윤중은 자신만이 그런 그녀의 바늘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처음으로 밤을 함께 보냈던 날, 늘 평온하던 그녀의 얼굴은 수치와 흥분으로 흔들렸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는 신음이 되어 터진 둑으로 쏟아지는 강물같이 흘렀다. 청혼하던 날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보며 윤중은 그녀의 바늘을 떨게 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자신뿐이라고 여겼다. 잘 놀라지도 않고 어지간한 일에는 기뻐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얼굴을 한 그녀. 정화는 윤중이 비행을 마치고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냈였다. 그녀를 떠나 날아올랐다가도 내려앉을 때는 그녀에게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익숙한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이 당연해지고 애초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았다.

 

고도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윤중은 알람을 끄고 지상관제소를 호출하려다가 문득 수십 초 전부터 바이저 스피커에 잡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스토니치-고산자, 들리는가?”

침묵. 달의 뒤편만큼 어두운 침묵이 있었다.

“클리퍼 투-고산자?”

클리퍼2는 고산자가 달의 뒤편으로 들어갔을 때 통신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주회하기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계획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윤중의 시선은 그제야 메인 패널로 돌아갔다. 초록색 바탕화면에는 노란색으로 SIGNAL LOST 라고 쓰인 텍스트만 이 깜빡이고 있었다. 잠시 후 메인 패널이 붉게 물들며 경고 메시지를 토했다.

 

한계고도.

 

윤중은 조종간을 부여잡았다. 그날은 정화의 바늘만 흔들린 날이 아니었다. 윤중과 명희 모두의 바늘이 흔들린 날이었다.

 

용수가 죽었다. 옆집 살던 친구. 명희의 동생. 콧물 자국이 사라질 날 없던 시절부터 사춘기를 함께 보낸 친구, 누나가 자는 사이에 가슴을 만져보았다며 자랑하던 친구. 그래서 코피가 나도록 두들겨 팬 친구. 너, 우리누나 좋아하냐? 라고 묻던 친구. 부인과 두 명의 아이를 남겨 놓고 홀로 떠난 친구. 청주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명희는 수척하고 창백했다. 늘 환하게 웃던 그녀는 볼품없게 나이 든 여인이 되어 있었다. 윤중은 머뭇거리며 정화를 소개했다. 명희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앞머리를 쓸어올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동그란 이마는 여전히 고왔다. 오래전 그날, 빌라 옥상 위의 정화조실은 퀴퀴한 냄새와 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명희의 몸속에서 윤중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둥근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땀에 젖은 그녀의 블라우스에서 나던 냄새가 윤중의 코끝을 스쳤다. 용수의 사십구제를 하던 날 윤중은 명희를 만나러 청주로 갔다.

 

조종간에 손을 대자마자 갑자기 선체가 튕겨 오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윤중은 머리를 메인 패널 지지대에 부딪혔지만 바이저 덕분에 기절하지는 않았다. 중앙 현창에 달의 지평선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윤중은 산소복의 등에 부착된 전자석을 등받이에 결합했다. 달궤도 비행을 절반 정도 마친 지점이었다. 아마도 음영 구역에 들어갔을 때 엔진컨트롤유닛이 이상을 일으켰겠지. 수평고도를 회복해야 해. 선체의 롤링부터 바로잡고. 윤중은 뇌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단지 기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몸속 피는 모두 발끝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었다. 가물거리는 시야를 붙잡아 보려 했지만 선체가 도는 방향조차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 대한 훈련을 이미 받은 분이라 전투기 조종사를 달로 보내는 겁니다. 훈련 교관의 말을 떠올렸다. 롤링을 멈추는 것 보다 고도를 확보하는 게 우선입니다. 안전 고도를 확보해야 재진입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윤중은 메인패널의 한계고도 경보가 사라질 때까지 조종간을 당겼다. 그러나 자칫하면 탈출궤도로 날아갈 수도 있었다. 최대한 달 표면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을 뺐다. 메인 패널의 화면은 다시 통신 두절을 알리는 메시지로 전환됐다.

 

정화가 보스토니치 코스모드롬에 왔을 때, 그녀를 따라온 취재진의 규모는 김연아급이었다. 보스토니치항에서 기지까지 이동하는 내내 그녀는 인터뷰에 시달렸다. 특유의 인내심과 참을성으로 그녀는 무례한 질문들도 솜씨 좋게 잘 넘겼다. 기지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 윤중을 달궤도 까지 운반할 클리퍼2의 비행사들의 안내로 발사체가 조립되는 현장과 훈련장을 둘러보았다. 정화를 안내하던 클리퍼2의 선장 블라디미르는 연신 그녀에게 아름답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공식 취재일정을 마친 다음, 윤중은 남은 훈련을 한 다음 숙소로 가겠다고 했지만, 블라디미르가 말렸다.

“선장은 나니까 내 말 들어. 따바리쉬. 훈련일정은 내 직권으로 변경했어.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 반년 만에 보는 거잖아? 맞지? 여자는 그렇게 오래 혼자 두면 안 돼.”

이제는 죽은 말이 되어버린 단어로 자신을 부르는 블라디미르에게 윤중은 고개를 끄덕이고 숙소로 돌아갔다.

“생각보다는 춥지 않네요.”

정화는 윤중의 침대에 앉아 창가의 커튼을 매만졌다.

“겨울옷을 몽땅 싸들고 왔어요. 내일 갈 때 짐만 되겠네.”

“무슨 소리야? 다음 달까지 있는 거 아니었어? ”

윤중은 정화의 옆에 앉으며 그녀의 귀밑머리를 쓰다듬었다. 정화는 윤중의 손을 밀쳐냈다.

“세건이를 한 달 동안이나 어머님 집에 놔둘 수 없잖아요. 애 학교도 보내야 하고.”

윤중은 반년 만에 맡는 정화의 채취를 가깝게 하려고 몸을 끌어당겼다. 정화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윤중은 숨을 참고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 애쓰는 그녀의 얼굴에서 흔들리는 바늘을 보았다. 그녀의 바늘은 좁은 진폭을 그리며 떨렸다. 좁았지만 그 끝이 가리키는 지점들의 거리는 무한으로 확장되다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기지에 들어오면서 샤워실이랑 소독실만 세 번 들어갔다 왔어요. 날 무슨 병균 덩어리 취급하더라고요.”

“그건, 절차라서 다른 취재진들도… ”

정화는 손바닥을 펼쳐보여 그의 말을 막았다. 그제야 그녀가 결혼반지를 빼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명희 언니가 다 얘기했어요.”

 

그녀는 스스로 눈 폭풍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처럼 얼어붙었다. 윤중은 명희가 어떤 말을 했을까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이 그날이구나. 일 년 중의 하루, 많고 많은 날 가운데 하루였다. 최초의 한국인 문워커가 출발을 60일 앞둔 날이었다. 정화는 준비한 연설을 읊는 연사처럼 신중하고, 용기 있게 입을 떼었다.

“정말…”

그녀는 눈을 감았다.

“당신 정말 개새끼야.”

그녀는 눈을 떴다.

“발사하는 날 로켓이 터지건 말건 난 신경 안 쓸 거예요.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돌아오면 명희 언니에게 가요. 언니 이혼했어요.”

 

 

 

“고산자! 고산자! 궤도이탈! 트랜스미션 매뉴얼!”

바이저 스피커를 찢을듯한 통제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중은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보스토니치-고산자, 반갑다. 매뉴얼 비행 중. 트러스트 하나, 셋에 경고등이 점등. 반복,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