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불을 때는 법

스스로 불을 때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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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세끼를 회사에서 먹는다. 주말에는 레토르트 식품으로 때우거나, 굶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히 맛있거나 많이 저렴해서 그런건 아니다. 그냥 요리를 할 줄 몰라서 그러는거 뿐이다. 세상에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바로 여기있다.

 

 

 

 

 

집밥을 안먹은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 막 3개월 쯤 되었다. 이 기간은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신입사원이 된 기간과 일치한다. 회사는 우리집으로 부터 그렇게 멀지는 않았지만 나의 3번째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자취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집에서 독립했다. ‘자취’ 멋진 단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방해없이 혼자 사는 것은 항상 나의 로망이었다. 그 로망을 이루기 위해서 대학교도 집에서 먼 곳으로 선택했지만 지하철이 개통하는 바람에 9시 수업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7시에 출발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자취라는 단어를 잘 모르고 있었다. ‘自炊’, 직역하면 ‘스스로 불을 땐다’, 풀어쓰면, ‘혼자서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며 생활하는 것’이다. 혼자서 생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는 혼자서 손수 밥을 지어 먹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나서 요리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나같은 사람이 또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라면을 좋아하지 않아 끓여본 적도 없고, 밥은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는 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엄마나 아빠가 밥을 해주셨고, 급할 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들 때문에 요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얘 오늘도 컵라면이야? 그럴거면 주말에는 집에 내려와.”

 

“아니야 엄마. 나 내일은 친구들이랑 약속 있어. 걱정 안해도 돼”

 

“지지배가 맨날 나가서 술만 먹으니까 걱정되는거 아닐까?”

 

 

 

윽. 사실 집에서 술 마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취한 것도 한가지 이유 중 하나다.

 

 

 

“아니야. 회사에서 균형있게 먹으니까 오히려 더 몸이 좋아지는거 같은데?”

 

“됐구, 인스턴트 먹을 바에는 그냥 주말에 내려오거나 요리를 좀 해 먹어, 쫌.”

 

“알았어, 알았어. 담에 또 전화할게. 응, 끊어”

 

 

 

 

 

사실 집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다. 맛있고 따끈한 집밥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주말에 하루종일 침대에 붙어있어도 소된다고 혼내는 아빠도 없고, 항상 선보라고 재촉하는 엄마도 없기 때문에 나는 자취방이 좋다. 그리고 약속있다고 한 것도 뻥이다. 그렇게라도 말 안하면 정말로 쫓아와서 집에 오라고 할거 같아서 한 말이다. 아직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요리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초보자가 쉽게할 수 있는 레시피도 많이 있고, 마트에는 요리가 아닌 조리만 해도 되는 식품들도 많이 나왔다. 그렇지만 무언가 막연하게 두렵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두려운거 같다. 특히 칼질이 너무나도 무섭다. 아픈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다른 애들은 초등학생때도 뚫는다는 귀도 뚫을 때 아플거 같아서 아직 뚫지 못했다. 타투도 매우 매우 하고 싶지만, 정말 정말 아프다는 후기들을 찾아보고 나서 깨끗하게 포기했다.

 

 

 

 

 

따지고 보면 요리 말고도 세상에 두려운게 한 두개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도대체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이 세상에 존재할지 의문이었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나같은 잉여인간을 받아도 잘 굴러갈 회사가 망하지 않고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신입사원인 지금은 걱정거리가 없냐고 물어보면, 그것 또한 아니다. 매일 출근할 때 마다 업무 실수를 할까봐, 상사에게 미움 받을까봐 걱정을 한다. 돈 문제에서도 근심 투성이다. 지금 하는 저축이 제대로 된 방법인지도 잘 모르겠고, 별로 쓴거 같지도 않은데 카드값은 항상 많이 나간다.

 

 

 

살면서 걱정을 안한 적이 없는거 같다. 아니다, 그냥 걱정을 안한 적이 없다. 항상 해왔다. ‘왜이렇게 걱정이 많을까’ 라는 걱정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우울해진다. 오늘도 그냥 집에 있는 쇠고기 미역국 컵밥이나 먹을까 싶다.

 

 

 

“아니야 오늘은 꼭 요리를 해보리라!”

 

 

 

멍청하게 혼자 집에서 큰 소리로 외쳐봤다. 어짜피 이제 집에 컵밥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뿐더러 이번달은 상여금이 들어온 달이기 때문에 지갑에도 여유가 있으니 해보고 싶었던 요리를 해보려고 한다. 요리에 실패해도 괜찮을거 같은 기분이다. 상여금은 든든하니까.

 

 

 

 

 

항상 머리 속으로 생각하던 내 첫 요리가 있었다. 볶음밥이다. 그것도 달걀과 스팸을 넣은 호화스러운 볶음밥을 하고 싶다. 특별히 볶음밥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냥 자취생하면 생각나는 요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다고 말하고, 만드는 방법도 인터넷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시도는 몇 번 해봤었다. 그때마다 요리하다가 태워먹지는 않을까, 재료 손질하다가 칼에 비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집 앞에 분식집에 가서 김치볶음밥을 사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기필코 성공하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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