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길으러 나온 듯한 여자아이가 이방인의 모습을 보고 놀란 얼굴로 멈췄다. 모래와 먼지투성이 케이프를 두르고 얇은 햇빛막이 천을 드리운 높은 모자를 쓴 키 큰 여자가 지팡이를 짚으며 꼿꼿이 걸어오는 모습은 평범한 순례자 같기도 했고 이질적이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자아이는 나그네의 등뒤에 몇 명인가의 그림자를 더 보았다. 나그네보다도 키가 훌쩍 크고 피부가 어두운 사람들이 가슴 아래부터 발목까지 일자로 몸을 휘감는 검은 천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머리칼과 눈조차도 그림자보다도 더욱 검은 모양새로, 이상한 침묵 속에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두려워진 여자아이는 빈 물단지를 그대로 들고 마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엄마, 낯선 사람들이 왔어요!”
그러나 마을 사람들 눈에 보인 건 여자 순례자 한명 뿐이었다. 그렇게나 낡고 해진 차림새임에도 그는 전혀 지치지 않은 기색으로 불쑥 땅에서, 느위의 손바닥에서 솟아난 듯 보였다. 여자아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햇빛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