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는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었다. 어머니를 만나러 온 사내이겠거니 하긴 했다만, 이 방에 와서 류명을 들여다보았다. 의원은 아닌 듯한데, 어찌 다친 등을 보잔 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류명은 그의 앞에 등을 까고 엎드렸다. 시간이 많이 지나 컸던 상처가 아물었다만, 여전히 군데군데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픔은 없다는 것 정도인가.
사내는 키들키들 웃으며 긴 손가락으로 어깨와 옆구리를 톡톡 두드렸다. 가벼운 손짓이었지만, 이쪽으로서는 무척 간지러웠다.
“이쪽과 이쪽은 상처가 지질 않겠구나. 벗으면 아주 흉하겠는데.”
“상처가 남을 정도라면 차라리 날개가 나와 줬으면 했는데요.”
“으음, 내 보기엔 넌 새랑은 어울리지 않아.”
“왜요?”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순간 발끈한 류명은 몸을 벌떡 일으키려다 찌르르 울려오는 듯한 고통에 다시 엎어졌다. 많이 나았다고는 하나, 아직 남은 고통이 있는 것이다. 사내는 엎어지는 그 꼴이 매우 재미나던지 또 다시 킬킬 웃었다. 하여간 얄밉기 짝이 없는 사내로다. 류명은 입을 삐죽거렸다.
“이유나 들어봅시다. 뭐가 그리 어울리지 않아요?”
“넌 새가 아니야, 도랑. 물론 사람이 새가 될 수야 없지. 그걸 알고 춤을 배운 게 아니냐?”
“잘 아시네요. 이제 막 배워 아직은 보잘 것 없지만요.”
“한계를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가능성은 사라지고 없는 거야. 너는 더 이상 새가 될 수 없어.”
쿵. 무언가가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류명은 넋 나간 얼굴로 그를 보았다.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상이 한 조각 뚝, 떨어지는 듯하였다. 그 어찌 잔악하다 여기지 않을 수가. 게다가 이 사내는 제가 던진 말이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휘둘렀는지 생각지도 아니하는지 키들키들 웃고만 있었다. 여태 기이한 이들은 이리저리 많이도 보아왔다만, 이리도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또한 처음이다. 아니, 이것은 기이함을 넘어 무례하기까지 한 게 아닌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던 사내는 입 꼬리를 슬쩍 당겨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 눈으로 류명을 이래저래 판가름하는 듯하였다.
“차라리 꽃나무가 어울리지 않겠느냐?”
“웬 꽃입니까?”
“글쎄. 너를 보니 꽃일 것 같구나.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강렬하고 매우 화려한 꽃 말이지. 그래, 너에게는 붉은색이 참 곱게도 어울리겠구나.”
“제가 붉은색을 좋아하기야 하지요.”
“아부하는 게 아니다. 그게 너에겐 실로 잘 어울려.”
그러더니 사내는 제 보따리를 곁에 풀어놓는 것이다. 대체 무얼 하는 작자인지 그리도 궁금하였건만, 보아하니 처음 보는 도구들과 붓과 바늘과, 또 저것은 물감이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아니하는 조합에 의아해 할 무렵, 사내가 싱긋 웃어보였다.
“나는 한량처럼 이 땅 저 땅을 누비고 다니는 문신사란다. 어떠냐? 솜씨 하나만은 꽤 봐 줄 만한데, 등에 꽃이나 새기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