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은 희수에게 특별할 것 없는 일과였다. 동행은 언제나 같았다. 소중한 벗이자 식구, 윌리. 그날 희수는 평소보다 몹시 늦어진 때에야 책상 앞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한 뒤에는 대개 그렇듯 몸이 찌뿌둥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차려 먹은 희수는 식기세척기를 돌린 다음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넘겨본 복도 끝 유리창이 어두웠다. 검정 바탕에 짙은 파랑을 여러 겹 덧칠한 것 같았다.
윌리는 사교성 좋은 개였다. 갈색 털에는 붉은빛이 섞여 있었고, 날렵한 몸에 반듯하게 접힌 귀와 검고 촉촉한 코가 상당히 귀여웠다. 희수는 명랑한 만큼 기운찬 녀석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데에 종종 애를 먹곤 했다. 그날 밤에도 녀석은 산책로 밖으로 여러 번 뛰쳐나가려고 했다. 희수는 그럴 때마다 리드 줄을 한결 단단하게 거머쥐어야 했다.
“아니, 그쪽이 아니라니까.”
희수가 얼러 보았지만 윌리는 뒷다리에 힘을 주고 자꾸만 달아나려고 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우리 윌리, 이제 보니 나쁜 개였구나.”
희수는 청바지에 긴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연신 땀을 흘렸다. 고작 몇 미터에 불과한 거리를 지나는 동안 한 살배기 강아지와 끊임없이 줄다리기해야 했기 때문일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