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쓰레기의 도시, 금색의 새장
지상 100층, 구름조차 발밑에 깔리는 펜트하우스의 거실은 기이할 정도로 정적이었다. 천장이 너무 높아 사람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흩어졌고,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서울은 회색빛 연무에 질식해 있었다. 수십 개의 고층 빌딩들이 안개 위로 머리만 내민 채 죽어가는 거대 괴수처럼 늘어서 있었다.
대리석 식탁 위에는 티끌 하나 없는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김승현은 맞춤 제작된 가죽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두꺼운 팜플렛을 넘겼다. 금박으로 양각된 [북극 개발 프로젝트] 라는 글자가 아침 햇살에 번뜩였다. 옆자리의 박채리는 투명한 크리스털 잔에 핏빛 와인을 따랐다. 아침 8시였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알코올의 기운에 절어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