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해무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갈가리 찢긴 돛이 핏빛으로 절어 있었다.
문영은 언덕바지에 서 있었다. 입속으로 맹렬하게 경문을 외면서 안개가 깔린 바다를 노려보았다. 빗줄기에 싸여 모습을 감추었던 돛단배가 물살을 헤치며 다시 나타났다.
문영이 망연한 표정으로 잡은 손을 떨어뜨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난도질이라도 당한 것처럼 너덜너덜하던 돛의 빛깔 역시 처음 본 그대로였다. 잇꽃을 넣은 잿물에 누차 담가 씻은 듯 붉었다.
비구름이 흩어지면서 안개가 옅어졌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쌍돛을 단 배는 부서졌을지언정 고고한 자태로 앞바다에 떠 있었다.
문영은 저 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억했다. 저판에 삼판을 대고 횡판을 놓고 멍에를 얹은 다음 물막이를 하고 돛을 다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 때로는 자진해 일손을 보태기도 했다.
희무는 배 목수였다. 체구는 작았어도 온몸이 근육질에 두 팔이 특히 딴딴하던 그는 목젖을 울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톱과 대패, 끌과 망치를 다루는 데 익숙한 그의 손가락은 굵고 까슬까슬했으며 자주 뜯기고 멍들었다.
문영은 희무에게서 톱질하는 법을 배웠다. 대패와 끌을 이용해 나무를 다듬는 법과 힘을 덜 들이고 요령껏 망치질하는 법을 익혔다.
그런 밤에 희무는 못이 박인 손바닥으로 문영을 어루만졌다.
“당신은 나무야. 향기롭고 반드럽지.”
그러면 문영이 희무의 팔뚝을 꽉 깨물며 응수했다.
“틀렸어. 나는 배야. 한자리에 붙박여 있지 않을 거거든. 수틀리면 확 떠나 버릴 거니까.”
붉은 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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