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지옥에도 별은 뜬다.
거뭇한 연기와 석탄가루의 날림에 따라서 반짝거리기도한다.
촘촘히, 또는 널찍이 떨어진 하늘의 별들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이어주면 별들은
하늘 가득 거대한 술병이 되거나
총이나 칼, 도끼나 수갑이 되거나
원수의 얼굴이 되어 샷건을 쏘았다.
예뻤다.
그것들이 지욱 지붕에 박혀있는 총알인 것이야
다들 아는 당연한 사실이기는 했지만,
지옥에 떨어진 자들 중에 가장 못된 것들 조차도
펄펄 끓는 지옥탕에 반나절만 몸을 담그고 있으면
아무리 흉하게 찌그러진 총알도 약간 반짝여만주면
별이라고 불러줄 어떤 순한 마음이 생긴다.
악마는 그것이 싫었지만 그렇다고 총알을 뺄 생각도 없었다.
악마는 오랜 권태와 무기력에 만사가 다 귀찮았다.
하루는,
—공식적으로 지옥에 하루라는 것이 없긴 했지만—
지옥탕의 온도계가 고장나는 바람에
온 지옥의 바닥에 냉각수가 돌았다.
겨우 반나절만에 지옥탕의 온도가
4.7도나 떨어진 것이다.
악당들은 죽은 후 처음으로 서늘함을 느꼈다.
몸을 떨었고, 기침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떨어진 온도에 곧 적응을 하였고
적응을 하고 나니 모두 은근 컨디션들이 좋았다.
끊임 없이 뜨기 위해 팔다리를 휘저으며
숨만 쉬고 비명을 지르며 고통받기 바쁘던 지옥에
어떤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
악당들은 옆사람과 괜히 싸움을 하거나 욕짓거리를 하면서
잠수 해서 누가 오래 버티나같은 내기를 하다가
영영 떠오르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일쑤였고
바이킹이나 해적 출신들은 그런
지옥탕 바닥을 헤엄쳐 다니며 떠오르지 못 하는 녀석들의
죄수복을 약탈하거나 하면서 놀았다.
너무 기분이 좋았던 나머지,
처음으로 자기 소개를 해버린 경찰과 판검사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악당들은 싸우다 지친 이웃 악당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과장하며 자랑하고
서로를 무시하고 힘이 좀 나면 다시 시비를 털거나
멀리서만 보았던 유명한 악당에게 헤엄쳐가
악수를 청하거나 괜히 싸움을 걸어보기도 하였다.
욕설과 비명 소리만 오가던 지옥탕에
그렇게 대화의 꽃들마저 피어나게 된 것이다.
*
악당들은 평소에 어깨동무같은 것을 하며
옆 사람의 근육이나 살집, 털 같이
끈끈한 인구 밀도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지옥탕의 높은 온도를 견뎌내곤 했었는데
그날은 모두 서로를 밀쳐내며 자리 싸움응 하였다.
정말이지 밝고 활기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