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단편] 감정을 구독하세요

  • 장르: SF
  • 분량: 166매
  • 소개: 뇌에 나노봇을 주입하여 타인의 감각과 감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 신세틱 링크(Synthetic Link)가 상용화된 세계. 사람들은 이제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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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왜 또 기업이 빌런인가

1979년 《에이리언》의 웨이랜드-유타니 이후, SF에서 기업은 45년간 빌런이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타이렐, 《로보캅》의 OCP, 《아바타》의 RDA… 왜 SF 작가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현실이 그러니까요.

1602년 설립된 동인도회사(VOC)는 최초의 주식회사였습니다. 그들은 향신료 독점을 위해 반다 제도에서 15,000명을 학살했습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 기업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미국 요양원에서는 2004년부터 2016년 사이 20,000명 이상이 추가로 사망했습니다. 간호 인력을 3% 줄였더니 사망률이 10% 올랐습니다. 숫자로 환원된 생명. 이것이 ‘효율화’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그리고 칼릭스

이 작품을 쓰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입니다.
부정. 연구 조작. 로펌 동원. 기억 상실. 시간 끌기. 배상 거부.
옥시가 보여준 대응 패턴입니다. 1,851명 이상이 사망했고, 최종 형량은 징역 6년이었습니다.

칼릭스가 보여주는 행동—협진 요청 무시, 의료진 매수 시도, 피해자 가족에게 비밀유지각서 조건부 합의 제안, 감정인 교체 신청으로 재판 지연—은 픽션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이미 일어난 일들의 복사본입니다.

기업은 다른 빌런과 다릅니다. 얼굴이 없고, 죽지 않습니다. CEO가 바뀌어도 회사는 남습니다. 책임자가 구속되어도 시스템은 유지됩니다. 이윤 추구라는 단순한 동기 하나로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존재. 그래서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