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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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에 성공이란 게 있기는 한 건가.
나는 손을 털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때, 시야 한쪽에 옅은 메시지가 떴다.

[사장 / 거리 15m]

접근을 통지해 주는 알림. 불필요한 놀람을 줄이기 위해 내가 켜 둔 기능이었다.

“어이.”

현관 쪽에서 어김없이 사장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걸어 나오더니, 크게 하품부터 했다.

“옆 지점에서 마커 크게 말아먹은 꾼이 하나 있어. 정산일인데 ‘배째라’로 나오네. 그래서 내일 수술할 거니까, 오늘 술 처먹지 말고 바로 자.”

가늘게 뜬 눈으로 한심하다는 듯 나를 훑어본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뱉었다. 그의 손목에서 관리자용 칩 리더기가 푸른빛을 한 번 깜빡였다.

“알코올 농도 다 뜨는 거 알지? 또 걸리면 이자 한 달 치 더 붙여.”

그의 두꺼운 목에 걸린 금목걸이가 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스포츠컷 머리에 팔뚝의 문신이 현란한 그는 화려한 엑세서리를 좋아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오늘은… 안 마시겠습니다.”

사장은 믿는 건지 아닌지 모를 얼굴로 고개를 까딱하더니,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시선을 돌리자, 멀리 빌딩 외벽에 붙은 광고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에게 공평한 칩, 공정한 기회.’

하단에 안내문이 흘렀다.

“내년 1월 1일부터 ‘칩 비이식자’는 대중교통 이용 시 사전 예약 대상입니다.”

“사회 안전 및 예산 절감을 위한 국민 친화적 정책.”

곧바로 부드러운 문구가 이어졌다.

“당신의 첫 칩, 정부가 함께합니다. 12개월 할부 시, 연 5% 금리 적용 혜택. 지금 바로 상담을 신청하세요.”

칼단발과 단정한 투피스로 믿음직스럽게 연출된 가상 모델이 사람 흉내를 내며 웃었다. 그 얼굴 위로 낮 동안 수술대에 누웠던 얼굴들이 겹쳐졌다. 할부로 심은 칩의 월 상환금을 제때 내지 못해, 빚의 이자를 신체로 상환하러 온 사람들. 잔여 신용을 마지막 한 푼까지 털어내기 위해 내 메스 아래에 눕던 사람들.

그 넋 나간 표정들은 예고도 없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건 내가 술을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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