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함께했다. 친구들을 불러 모은 건 나였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 청첩장을 건네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친구 중에는 졸업 후에도 꾸준히 연락해 온 애도 있었고, 몇 년 만에 마주한 애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채린은 나와 가장 오래 연락을 이어온 친구였다. 누구보다 나의 결혼을 기뻐하며, 마치 자기 일처럼 환하게 웃어주었다.
“결혼해도 우리 자주 연락하자? 알았지? 결혼했다고 나 버리면 가만 안 둬!”
와인을 몇 잔 마신 채린은 벌써 취기가 오른 듯, 몸을 기대며 투정 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당연하지. 내가 널 왜 버려. 너야말로 나 결혼했다고 연락 뜸해지면 죽는다?”
그러자 채린은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다짐했다.
“와인을 너무 마셨나 보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채린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아까부터 무표정하게 있던 지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주연아, 너 채린이랑 요즘도 자주 연락해?”
내가 그렇다고 하자, 지수는 ‘아, 그래…’ 하며 말을 흐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서 이유를 캐묻자, 지수는 마지못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