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클라비스트 자치 구역 살인 사건

[번역] 클라비스트 자치 구역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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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비스트 자치 구역 살인 사건(Murder in the Clavist Autonomous Zone)

By Rich Larson

* 이 소설에는 살인과 신체적 폭력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문의 기울임꼴은 원문 표기를 그대로 따른 것이며, 각주는 모두 번역자가 추가한 것임을 밝힙니다.

나제아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클레이브에서의 마지막 밤이 평범하게 끝나진 않으리라는 것을. 클레이브는 도시를 통틀어 유일하게 술과 약물과 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허용되는 구역이다. 모든 형태의 육체적 기쁨의 추구가 클레이비즘의 주요 신조인 만큼, 이들은 파티라는 것을 거의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그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키에르크가 직접 합성한 MDMA 유사물이 온몸이 짜릿해질 만큼 황홀한 쓰나미처럼 몰려올 거라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나의 밴드—이전에는 몽유병자들(Noctambulists)이었고, 지금은 그리슬스윙(Gristleswing)이라고 불리는—가 댄스 플로어를 사람들의 살결과 땀으로 뒤덮인 짜릿한 감각의 물결로 가득 채울 거라는 것도. 그녀는 루프탑에서 바운이 늘어놓을 장황한 작별 연설도, 일리야의 방에서 시작된 격렬하지만 끝내 다정하게 마무리될 이별 섹스도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비틀거리며 돌아오다 문 앞에서 시체를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 나제아는 술에 취해 쓰러진 이웃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품위 있게 누울 자리까지 겨우 몇 걸음 남겨두고 쓰러져버린 사람. 그녀는 쓰러진 사람이 숨을 쉬는지 확인하려고 쪼그려 앉는다. 그녀의 손바닥을 스치는 숨결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제아의 손이 쓰러진 사람의 목을 더듬다가 관자놀이에까지 닿는다.

손끝에서 끈적한 감촉이 느껴진다. 마약 때문에 멍해진 니제아의 뇌가 엉겨붙은 피의 감촉과 냄새를 알아차리기까지는 몇 분이 더 걸린다. 그녀의 목구멍과 심장이 조여든다. 자정부터 순환 단전(loadshedding)이 시작된 탓에 복도는 어두웠다. 나제아는 벽을 더듬어 비상조명 스위치를 찾는다. 그녀의 손길에 반응한 기다란 벽 조명이 핏기 없이 죽은 얼굴 위로 핏기 없이 죽은 빛을 드리운다.

테이 오스터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나제아는 그녀를 알고 있다. 공포로 물든 마음 한 구석에 안도감이 밀려든다. 죽은 사람은 일리야도, 바운도, 모나도, 키에르크도, 자매도, 부모도, 사촌도 아니다. 물론 테이 역시 누군가의 일리야이자 누군가의 바운이었으며, 누구에게는 자매이자 사촌이었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부모였다. 그 사실이 그녀를 완전한 공포로, 충격과 절망, 그리고 막 싹트기 시작한 분노로 뒤덮는다.

나제아는 테이의 영혼이 전체(Whole)와 빠르게 합일되기를 기도하는 주문을 외운 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