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빌려주시겠어요?

  • 장르: 호러, 추리/스릴러 | 태그: #괴담 #장마 #비 #여대생 #취재 #인터뷰 #귀신 #신체강탈
  • 분량: 149매 | 성향:
  • 소개: 비 오는 날, 여대생이 혼자 머무르는 자취방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여자가 있다? 그 내막을 괴담 전문 기자 ‘장보라’가 취재했습니다. 더보기

우산을 빌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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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똑똑……,

집요하네. 그런 생각이 툭 꽂혔어요.

좋게 생각할 수 없었어요. 이곳은 여대생이 혼자 쓰는 자취방이었고, 벌써 늦은 저녁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어요. 밖에는 때 이른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고, 가로등조차 게으름을 부리는 바람에 어둑해진 골목은 음산한 분위기마저 돌았죠. 이런 시간에 방에 찾아와서 굳이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을 리가…….

…… 문을 두드려?

서늘한 깨달음이 뇌리에 꽂혀 들었어요. 왜 벨을 누르지 않는 걸까요? 굳이 요즘 시대에 문을 두드리면서 사람을 부르는 것도 위화감이 있지 않나요?

저는 가방을 뒤지다 말고, 천천히 현관 쪽을 바라봤어요.

빗소리가 낮게 흐르기 시작했어요. 제 생에 가장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장 많은 생각이 쏟아지는 순간이었죠.

조심스럽게 복도를 비추는 창문을 살폈어요.

…… 어라? 불이 꺼져 있더군요.

누군가 건물로 들어왔다면 센서가 반응해 전등이 켜졌을 텐데요. 전등이 꺼지는 간격을 떠올리면, 생각보다 오랫동안 저 복도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뜻이잖아요. 불이 꺼질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해석하면 될까요? 대체 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했을까요?

그때였어요. 저는 그 불청객의 기이한 행동에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죠.

방안에 있는 사람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라고.

그 추측이 떨어짐과 동시에 등줄기가 차게 식어가는 걸 느꼈어요. 만에 하나라도 제 추측이 사실이라면? 저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이유가 결코 평범하진 않을 테니까요.

똑똑……, 똑똑……, 똑똑……,

다시 노크소리가 들렸어요. 연달아 문 언저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닮아 있었죠. 나를 재촉하는 것 같기도 했고,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했어요. 다만 어떻게든 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문을 열게 만들겠다는 목적만은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조용히 얼어붙었어요. 문 한 장 너머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불청객을 떠올리며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내 자취방 앞에 누군가 있다고.

아니……, ‘무언가’ 있다고.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까요?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