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죽고 싶다는 말을 숨 쉬듯이 내뱉는 남자를 사랑해 버리고 말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우리가 쌍둥이 같은 체념을 품은 사람들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네가 다짐한 죽음은 체념...더보기
소개: 죽고 싶다는 말을 숨 쉬듯이 내뱉는 남자를 사랑해 버리고 말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우리가 쌍둥이 같은 체념을 품은 사람들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네가 다짐한 죽음은 체념이 아니었다. 너는 매일매일 묵묵히 죽음을 향한 각오를 칼처럼 벼리고 있었다.
그해 가을, 우리는 같이 죽기로 약속했었다. 내게는 그저 반쯤은 장난이자, 오기에 불과한 약속이었다. 진짜로 죽을 생각도, 온전히 죽을 용기도 없었으니까.
그때의 우리는 대가 없이 주어진 시간에 감사할 줄을 몰랐고, 지독할 만큼 교만했기에 다가올 미래를 모조리 다 아는 사람처럼 비웃을 수 있었다. 네가 정말로 목숨을 내던질 줄 알았더라면, 결코 욕심낼 수 없을 도박이었다.
너는 내게 말했다. ‘나는 얼어 죽고 싶어. 눈물도, 콧김도, 입김도 모두 하얗게 얼어서 뼛속까지 차갑게 식어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자유를 누리고 싶어. 그 어떤 감각도 나를 건드릴 수 없는 무의 세계로 가라앉고 싶어.’
그런 네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까맣게 타들어가고 싶어. 머리카락도, 피부도, 뼈도, 살도, 무거웠던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형체의 테두리에서 풀려나서, 공기 중으로 자유롭게 흩어지는 거야.’
‘그런데 재는 하얗잖아.’ 그렇게 말하며 네가 실없이 웃기에 나도 웃었다. ‘그거 알아? 피부는 얼면 까맣게 변색된대. 결국 넌 까매지겠네. 난 하얘질 테고.’ 그 말에 나는 더는 웃지 못했다. 그래. 우리는 소멸을 갈망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한 것은 초월이었다. 머릿속의 사전이 삶을 넘어선 무언가를 죽음으로 오역했을 뿐이었다. 접기
작가 코멘트
앞으로 펼쳐질 하루와 준오의 ‘웅묭’…을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