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귀

작가

성재하

식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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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처음 본 것은 어느 하굣길이었다.

편의점에서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에너지드링크를 사려고 잠시 들렀는데, 3, 40대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바구니 두 개에 음식들을 쓸어 담고 있었다. 핫바와 삼각 김밥, 편의점 도시락과 냉동식품, 음료수, 과자들을 닥치는 대로 넣었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점원도 그를 미심쩍게 쳐다보았다.

다 담자 그는 날 제치고 달려 계산대로 갔다. 바구니 두 개를 쾅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점원은 약간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코드를 하나하나 찍어 봉투에 담았다. 남자는 조금만 빨리 해주세요. 조금만. 아 조금 더 빨리요! 라고 재촉하더니 이미 바코드를 찍은 핫바를 그 자리에서 뜯어서 먹기 시작했다. 계산이 다 되자 봉투를 들고 테이블로 달려가 계속 먹었다. 나는 계산을 한 뒤 남자가 무너뜨린 편의점 바구니들을 다시 정리해두고 나갔다.

배가 많이 고픈가보지. 난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애쓰며 머리에서 털어냈다. 집을 향해 걸으며 마저 할 공부를 되새겼다. 가로등만 몇 개 켜진 좁은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까드득, 까드득, 하며 뼈가 있는 고기를 먹는 듯한 소리였다.

자세히 보니 나무 그림자 아래로 깡마른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다 헤진 바지만 입고 상의는 입고 있지 않았다. 머리 왼쪽에는 다쳤는지 머리카락이 없었고 피딱지로 가득했다. 그는 두 손에 털이 달린 작은 짐승의 사체 같은 걸 움켜쥐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멈춰 그를 보았다. 그러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눈이 보라색 같았다. 나는 흠칫, 하며 놀라 그를 지나쳐 빨리 걸어갔다. 낌새가 이상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일어서서 내 쪽을 보고 있었다. 손에는 고기를 꽉 쥐고 허리를 반 쯤 굽힌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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