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XX지검 김영철 검사는 서울 XX구 OO동에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 VOID의 교주 한 씨와 신도 십여 명을 살인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VOID교주 한 씨를 살인과 감금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사기 등) 위반혐의로, 교주의 제 1영혼의 형제 강 씨(VOID수련원 대표)와 재산관리인 김 씨를 사기와 살인 등의 혐의로 수배하고 법무부에 이들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오후 한 씨의 집을 급습, 현금 백억여 원과 오십억여 원 상당의 달러, 금 이십 냥, 수갑과 가스총 등을 압수했다.]
만약 사람의 힘으로 봄이 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었다면 누군가는 틀림없이 봄을 막았을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마도 두꺼운 옷을 파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봄이었다.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이란 도대체 왜 이렇게 스스로를 고달프게 만드는 것인가? 그런 세상살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념이 머리를 어지럽히던 어느 봄날 아침, 그는 길거리에서 한 장의 전단을 받았다.
-우리는 영혼의 동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VOID
엽서 크기의 보라색 종이에 단지 단어들과 전화번호만이 검은색으로 인쇄되어 있었다. 공덕이 많으시군요, 아주 밝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희는 도를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도에 관심 있으신지요, 따위의 말은 없었다.
그처럼 하릴없이 거리를 몇 달이고 돌아다니다 보면 얼굴에 공덕이 많다며 쫓아다니는 사람들을 자꾸 만나게 된다. 심지어 같은 사람을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는 처음엔 그런 말에 살짝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 젊은 아가씨가 진지한 듯 밝은 얼굴로 그렇게 물을 때 그랬다. 그러나 그가 지나친 다음 순간 자신의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공덕이 많다고 말을 거는 걸 몇 번 보니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이런 일이 자꾸만 반복되니 그는 점점 짜증이 일었다.
‘노숙자들이나 좀 데리고 가지.’
그들은 왜 노숙자는 자신들의 성전으로 불러들이지 않을까? 노숙자는 공덕이 없기 때문일까? 그들의 말대로라면 조상과 낙태아와 이런저런 도깨비들이 그들의 삶을 방해해서일 테니, 스스로 공을 들여 노숙자들의 조상을 해원(解冤)시켜주면 그들도 모든 일이 풀려 보다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어쨌건 그들의 허황된 말이 모두 진짜라고 쳐도 그들의 방식은 잘못됐다. 그들은 투자에 대한 개념이 틀려먹었다.
다시 쪽지를 보니 느낌이 묘했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벤치에 앉아 있는 그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곤 유유히 사라진 사람들을 보다가 다시 종이를 보니 정말로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