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광장의 시계탑 앞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떨어진 카페의 야외 테라스 그늘에 묻혀 그것을 바라보았다. 맞붙은 입과, 허리를 감싼 파르라니 핏줄 돋은 손, 두 어깨를 덮은 큰 품의 코트가 열렬했다. 수심이 드리운 뺨 위에 긴 속눈썹이 엷은 그림자를 그려낸다. 한 폭의 명화처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주연들의 귓가에는 달콤쌉싸름한, 어딘지 쓸쓸한 음악이 들리리라.
그러나 내가 목적했던 곳은 연인의 인사가 아니었다. 나는 비스듬히 앞에 위치한 테이블의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모자를 눌러쓴 그의 얼굴은 반이 가려져 단단히 굳은 입매만이 드러났다. 반듯하게 접힌 옷깃은 모자와 마찬가지로 낡고 품위 있었으며 실오라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빳빳한 소매 끝에 달린 흰 레이스는 꼭 그를 몇백 년 전의 인물처럼 보이게 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이제 와 한참 옛날의 문물이 현대의 최첨단이 되었다. 열렬한 유물론자들은 과거의 복식을 복원해 입고 다녔다. 그도 그들의 하나였다.
사람들은 과거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요란벅적한 광장의 소음을 죄 덮는 멀찍한 굉음. 잿빛 하늘에 거대한 몸체를 띄운 성城이 부연 햇살을 반사한다. 문득 저 안에 들어가면 덥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엉뚱한 고민이었다. 이틀 뒤 내가 몸을 싣는 곳은 저것이 아니라 우주 비행선이기 때문이다. 하늘을 선택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두 길 중 하나였다.
영원한 편도 여행을 앞두고 우리는 만남을 가졌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이런 날 안 나가면 언제 나가겠어요? 서래가 말했다. 나와 다른 두 사람도 동의했다. 서래가 대면 모임마다 간식으로 사 들고 오던 빵을 파는 제과점에 우르르 몰려가 취향을 나누고, 이것저것 추천하고, 음료를 골라 바깥 테이블을 차지했다. 둥근 광장을 조망할 수 있는 테두리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낯설어 보일 만큼 오랜만에 산소 헬멧을 벗고 호흡 보조 마스크만 낀 채 귓속말을 나눌 수 있는, 옅은 회색 하늘의 맑은 날이었다. 서래와 청은 붙어 앉아 정답게 소곤거리며 이따금 웃었다. 이내 둘은 걷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다. 나는 삼 분의 일 가량 남은 책을 펼쳐들었다. 경은 언제나 갖고 다니던 종이 뭉치를 꺼내 읽었다. 양이 늘어난 걸 보니 이런 나날에도 새로 습득한 논문이 있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자며 모이기는 했지만 평소와 달리 우리는 토론이 아닌 지리멸렬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 마음이 복잡한 까닭이다. 누구나 거대한 할 일을 앞두고서는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책을 집었지만 눈은 글자 위를 헛돌았다. 서래와 청은, 아마 나보다도 심란할 터였다. 그들은 오랜 연인이었다. 이제 곧 헤어질.
돌이켜보면 우리가 만난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