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신명(神命)

푸른 신명(神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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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새가 끈적였다. 혀를 내밀어 핥아 보니 쓴맛이 났다. 수풀을 헤치며 애기똥풀을 잡히는 대로 뜯은 탓일까.
경련은 멎은 뒤였다. 이명 역시 사라져 있었다. 등을 곧게 펴고 대모玳瑁로 만든 안경을 바로잡았다.
산 전체가 수실을 고루 써 수놓은 치마폭 같았다. 떡갈나무와 층층나무, 오동나무와 졸참나무, 소나무 따위가 저마다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은 느려졌지만 나무들은 계속 흔들렸다. 잎을 오므렸고 가지 끝을 마주 비볐으며 수액을 방울졌다. 결과結果를 떨어뜨렸고 씨방을 터뜨렸으며 잔뿌리를 꿈틀거렸다.
숲은 적요했으나 그 이면으로 무수한 전언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이를 뒤늦게 깨달았다.
오라버니가 어느 짐승이 내어 놓았는지 모를 길을 따라 내려오는 나를 반기며 물었다.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느냐. 불러도 답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어요.”
“설마하니 몸이 불편한 게냐. 말해 보아라. 어디가 얼마나 안 좋은 거냐, 응?”
웃으면서 오라버니의 손을 붙들었다. 오라버니는 걱정이 지나치다 못해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수선을 떨곤 했다.
“오라버니도 참. 저는 괜찮으니 마음 놓으세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참말로 다행이야.”
그제야 표정을 푼 오라버니가 내 어깨를 당겨 안았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완만하게 펼쳐진 경사지를 내려다보았다. 오라버니가 손을 들어 바로 앞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를 좀 보거라. 좋은 터이지 않니? 볕이 잘 드는 데다 경사가 가파르지도 않지. 비탈에서는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가 나기 쉽거든. 또 계곡이 지척에 있어 물을 얻기도 쉽지. 경아야, 우리는 이곳에 머물게 될 거다. 논배미를 일구고 조와 메밀, 기장과 수수를 심게 될 거야. 어떠냐, 우리의 앞날이 선하게 그려지지 않느냐.”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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