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사랑하는 동생아,”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쌍둥이 오빠의 애타는 목소리를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보나마나 휴지 가져다 달라고 하려는 거겠지.
“미스 마플과 에르퀼 푸아로보다 위대한 명탐정님,”
휴지를 한 칸만 잘라서 화장실 문틈으로 넣어 줬다.
“야! 너는 화장실에 휴지 떨어질 일이 없을 거 같냐? 그 때 내가 복수할 거야.”
“그러든지.”
한동안 화장실에선 유튜브로 뭔가를 보는 듯한 소리만 들렸다. 휴지는 안 챙겨도 스마트폰은 챙겼나 보다.
“오빠 너 그러다가 치질 걸린다.”
“그러니까 휴지 좀 달라고.”
“공손하게 부탁해야지.”
“켄지와 제나로를 합한 것보다 뛰어난 명탐정님,”
휴지를 내밀자마자 화장실 문틈으로 손이 나와서 잽싸게 채갔다. 오빠는 보던 유튜브를 그대로 틀어 놓은 채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나왔다. 나도 구독하는 채널이었다.
“똥 싸면서 먹방이 보이냐. 비위도 좋다.”
오빠의 폰 안에서는 여덟 살의 키즈 유튜버 ‘달봄’이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었다. 물을 계속 들이켜며 ‘매워요. 입 안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꾸역꾸역 씹지도 않고 면을 후루룩 삼켰다.
“언제 저렇게 커서 불닭볶음면도 먹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