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뭔가 나왔다

알에서 뭔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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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러니까 쳇바퀴 돌 듯 지나가던 여느 때와 똑같은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알에서 이상한 게 나왔다.

아마도 냉장고 구석에 처박아 놓고 깜박 잊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임이 틀림없었다.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와서 무작정 배가 고파, 기한 따위 신경 쓸 겨를 없이 먹을 수 있게 생긴 것들은 다 꺼내 들었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달걀과 똑같았다.

알이 약간 묵직했다는 걸 제외하면, 여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달걀이었다.

프라이팬 위에 알을 깨자, 무엇인가 툭 하고 떨어졌다. 색이 검어서, 노른자가 아니라는 건 바로 알았다. 처음엔 썩었구나 싶었지만, 걸쭉한 액체로 둘러싸인 그 검은 물질은, 작지만 뭔가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굳이 그 형태를 표현하자면…….

벌레?

“으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뺐지만, 금방 술기운을 빌어 다시 조심스레 다가가 살폈다. 확실히 사지의 형태가 보인다. 흔히 보던 벌레의 생김새와는 조금 다르다. 축 늘어진 몸통에 달린, 작은 팔 두 개와 작은 다리 두 개, 그리고 길쭉한 얼굴.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이지만 가느다란 팔과 다리 얼굴은 분명 작은 인간 같아도 보인다.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늘어져 있는 형태는 분명, 인간을 닮았다.

그러나 얼굴은, 아니 얼굴로 보이는 형태는, 밴들거릴 뿐 눈코입 따위는 없다.

가스 불을 켜고 팬을 달굴까? 술기운이 뭔가 하라고 자꾸 지시하고 있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이 이상한 물체가 보일 반응도 보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숨겨진 가학성일까? 이쑤시개 하나를 들어, 조심스레 몸통 부분을 살짝 눌러 보았다. 미동도 없다. 꿀렁거리며 눌린 부분만 꾹 들어갔다 나올 뿐이다. 힘을 주면 퍽 하고 터질 것 같아서, 그만뒀다. 엄청 작으니까. 팬을 달굴까? 왜 자꾸 이 생각이 드는지는 몰랐다. 아니, 먹을 것도 아니잖아. 팬을 달굴까?

점화 손잡이를 돌리니 따닥 거리며 불꽃이 올라왔다.

죽어라. 죽어라. 녹아라. 주르륵 퍼지며 바닥에 들러 붙어봐.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