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추천 커피는 핸드 드립으로 내린 만델링이었다.
김이 피어오르는 머그잔을 감싸 쥐고 출입문 옆 계단에 걸터앉았다. 일과를 끝내고 수고한 자신을 대접할 겸 그날의 추천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건 나만의 작은 의식이었다.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정원에 걸어 둔 전구 장식이 알록달록한 빛을 퍼뜨렸다.
도시 외곽의 산 아래에서는 어둠마저 일찍 내리는 듯했다. 억새들이 박명 속에서 낯선 손님처럼 수런거렸다.
미지근해진 머그잔을 고쳐 쥐며 그리운 사람을 떠올릴 때였다. 억새밭 저편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영업시간은 벌써 끝났는데 곤란하게 됐네. 머그잔을 내려놓고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목을 뺐다. 실망한 얼굴과 마주하는 데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법이었다.
진초록색 픽업트럭은 억새밭을 가로질러 카페 앞 공터로 직진했다. 순간 벌떡 몸을 일으킨 나는 참았던 숨을 내쉬며 스르르 주저앉고 말았다.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지? 얼결에 손을 허우적대다 커피가 절반 넘게 남은 머그잔을 넘어뜨릴 뻔했다. 동시에 마음 밑바닥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치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녀석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카디건의 단추를 잠그고 앞치마의 주름을 펴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고 믿었다. 하지만 픽업트럭이 정지하고 이하가 운전석 밖으로 몸을 들이밀었을 때 차분하던 마음은 흐트러지고 까닭 모를 울화마저 치받았다.
눈물이 달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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