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절(自切)

작가

2018년 2월 편집장의 시선

머리 잃은 몸, 몸을 잃은 머리. 그 둘의 기묘한 동거.

어느 날, 눈을 뜬 내게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내 몸으로 추정되는 몸뚱이가 홀로 움직이고, 나는 머리만 남아 그걸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 몸뚱이는 필담으로 ‘네가 나를 잘랐다’라고 알려준다.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이, 몸뚱이는 그 상태로 외출하고, 새남자친구를 사귀고, 친구들을 초대까지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머리만 남은 ‘나’는 보지 못한다.

제목인 ‘자절(自切)’은 몸의 일부를 스스로 절단하여 생명을 유지하려는 현상을 뜻한다. 제목처럼 머리와 분리된 몸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활기 넘치는 생활을 하고, 이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머리뿐인 나의 모습을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머리 없는 육신이 홀로 돌아다닌다는 다소 고어스럽고 괴이쩍은 소재로 만들어낸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