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라는 영화가 한때 큰 이슈를 끈 적이 있다. 과거(주로 학창시절) 마음에 품었던 이성 상대 하나 없는 이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약 상대를 지금 다시 만난다면…이라는 상상 또한 가끔 안해 본 사람이 있을까? 「그땐 그냥 예뻤던 여자아이」는 그런 묘한 감정을 영리하게 건드리는 작품이다.
‘지금 안방에는 스물여덟 살 여자애가 잠들어 있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서술로 시작하는 작품이지만, 실상 딱히 뭔가 주목할 만한 사건이나 전개가 나오진 않는다. 단지 8년만에 자신의 기억속 가장 예뻤던 아이를 다시 만나고, 그 아이가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노골적인 연애 대사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조짐도 없이 그냥 화자의 독백과 회상만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음에도, 이 작품엔 매력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
저자인 ‘이난’ 작가는 3작품을 브릿G에 올렸고, 3작품 모두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인데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특히 중간중간 한두 마디씩 툭툭 뱉어내듯 던지는 문장들이, 꽤 인상적이다. 물론 작품 전반에 장르적 성격이 없다보니 그러한 재미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접근하기 힘든 작가일 수 있겠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브릿G에서 관심갖고 지켜보아야 할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편집장의 관심을 끈 작품 혹은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