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푸른 바다로!

2019.6.7

올해 봄에는 유독 긴 추위가 이어지나 싶더니 어느새 훌쩍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휴가철 계획은 다들 세우셨나요? 언제 가도 좋지만, 역시 ‘여름’하면 자동적으로 ‘바다’가 함께 떠오르기 마련인데요. 침침해져 가는 눈을 시원하고 푸른 광경으로 정화하고 싶어지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바다에 관한 소설들을 소개해 봅니다. 우선은 당장 서해 바다로 찾아가고 싶게 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시작합니다.

 

맥아더, 보살, 러브크래프트가 한 이야기에 담길 수 있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그야말로 연관성이 의심스러운 존재들이지만, 이 단편에서는 혼종의 도시 ‘마계 인천’에서 한데 어우러집니다. 맥아더 장군의 혼령을 모시는 인천 토박이 보살 명자 씨의 앞에 신내림이 온 것 같다는 여성이 찾아옵니다. 여성은 꿈속에서 인천 앞바다에 사는 ‘서해 용왕’이라는 존재로부터 어떤 금서를 구해 매일 한 장씩 감상문을 쓰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면서, 곧이어 곧 인천의 고대 종교와 상고사를 언급하며 용왕에 대한 설을 풀어 놓는데요. 50년간 인천 토박이로 살아온 명자 씨는 하필 만우절에 찾아온 손님이 늘어놓는 듣도 보도 못한 소리에 그만 정신이 아연해지고 맙니다. 명자 씨는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참고로 인천에 맥아더 장군을 모시는 무속인이 실제로 있다고 하네요.

 

연이어서 바다의 이존재가 등장하는 으스스한 단편을 살펴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왁자지껄 하며 정다운 시간을 보내는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붉은 노을로 얼룩져 황금색으로 빛나던 바다의 흐름이 갑자기 멈추더니 수백 마리의 오징어 떼가 마을을 포위했다가 가라앉습니다. 이윽고 커다랗게 솟은 해일이 마을에 밀어닥쳐 사람들을 휩쓸어 버리는데요. 무참한 사태에 놀라 공황에 빠져 있던 생존자들은 텔레비전에서 기이한 장면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챕니다.

 

어부인 아버지와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경찬은 오래전 도시로 상경하여 카페를 운영하다가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고향인 바닷마을에 찾아갑니다. 옆에서 탄내가 나도 모를 정도로 후각이 둔했던 경찬은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지우고 싶어했으나 지우지 못한 냄새, 바다의 비린내를 훅 느낍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뿌린 무거운 향수 냄새도요. 바다 너머의 삶을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로 영영 바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가 쓸쓸하게 그려집니다.

 

마찬가지로 바다를 통해 과거와 마주하는 작품이지만, 독특하게도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용병이었으나 내전에서 황자를 구하는 큰 공을 세워 기사가 된 ‘나’는 전쟁 후 명예도 작위도 버리고 고향인 바닷가 마을 앨럭 아버로 돌아옵니다. 마침 물고기가 많이 잡혔을 때 열리는 축제 ‘풍어제’를 하게 되어 마을이 들썩거리는 가운데, 딱히 물고기를 잘 잡지도 못하고 손질하는 것도 서투른 ‘나’는 마을 이장의 요청으로 연극에서 용을 물리치는 기사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많은 것을 상실한 검사가 자신에게 이별과 그리움을 줬던 바다에 받은 것을 돌려 보내며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선명한 파란색의 머리칼을 지녔다는 이유로 바닷가 마을에서 외면당하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바다를 터전으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족을 앗아간 바다를 증오하는 어촌 사람들의 분노 속에서도, 소녀는 어머니와 헤어지기 전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묵묵히 인근의 폐가에서 홀로 버텨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부르는 노랫소리에 물고기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음을 알아챈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이용하려 들기 시작합니다. 먹먹한 바다를 배경으로, 폐쇄적인 마을에서 희생당하는 소녀의 구슬픈 이야기가 마치 설화처럼 펼쳐집니다.

 

왠지 바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제목이지만, 이 이야기는 유능한 합성생물학자 민수와 ‘행동하는 지구의 보호자들’이란 단체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인 도경이 고속정을 타고 오븟하게 신혼여행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그들이 찾아간 태평양의 어느 지점은 원래라면 사람들이 투기한 페트병과 비닐 플라스틱이 뭉쳐 이루어진 ‘쓰레기 섬’이 둥둥 떠다니는 곳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만은 하늘이 도와준 듯 맑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얼마가 지난 후, 다시 그 바다를 찾은 도경은 바다 위에 달처럼 떠 있는 기묘한 하얀 구체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구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 가공할 정체가 무엇이든, 어쨌거나 바다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다시 얻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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