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Moon! 환상적인 달토끼의 세계로

2018.9.28

요즈음 날씨는 참으로 축복을 받은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미세 먼지 없는 간절기라니! 모처럼 맑게 시야가 개었던 지난 추석날 밤, 높이 뜬 보름달도 보셨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면 토끼 실루엣이 눈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 같네요. 한편으론 절구를 찧는 달토끼에 대한 상상은 우리 문화 속에서 참으로 오래도록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민화 ‘문자도’에 그려진, 약방아로 무병장수를 누린다는 약을 만드는 달토끼의 모습은 어찌나 익살맞고 귀여운가요.

 

 

작년 이맘 즈음엔 브릿G 작가님들께서 ‘보름달’을 포함한 같은 주제 글쓰기를 진행하셔서 다채로운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더랬죠.(제1회 소일장 참가작 보기) 더불어, 한켠 님께서 전해주셨던 ‘달’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만나 보셨다면(달이 뜰 때 날 보러 와요), 최신 문명에 길들여진 녹색 달토끼 이야기부터 강화복을 입고 달에서 근무하는 근미래 디스토피아 SF까지, 새롭게 추가된 이야기들도 함께 읽어 보시겠어요?

 

“정말이지 용기가 있는 이들이 아무도 없군요! 달에는 제가 가겠습니다!”

농작물 수출로 대부분의 국가 살림을 꾸려 나가던 아주 작은 나라 베지터블 공국은 농작물 가격 폭락으로 깊은 근심에 빠집니다. 그러던 중 과학기술청의 브로콜리경이 묘안을 제시하는데, 가상화폐 투자로 만들어진 우주선과 착륙선을 달로 보내자는 것.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만 한다면 미국의 뒤를 잇는 명성을 떨쳐 막대한 부가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리하여 달로 사람을 보내기로 한 공국은 우주선 탑승자를 모집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지원자가 아무도 없자, 공작의 외동딸인 콜라비 공주가 달에 가겠다며 자원하고 나서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는데…… 과연 이들은 달 탐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깨알 같은 설정으로 잔잔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물론, 능청스럽게 화자가 끼어들며 서사를 휘어잡는 스타일이 인상적인 단편입니다.

 

“토끼가 왜 홀로 달 한복판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지는, 토끼 자신조차도 몰랐다.”

계수나무와 떡방아를 마련한 뒤 무책임하게 떠나 버린 한 존재로 인해, 의무감으로 주야장천 방아를 찧어 떡을 만들던 달토끼가 있었습니다. 떡을 만드는 것 말고는 별달리 할 일도 없어 푸른 별 지구인들을 구경하곤 했던 토끼는, 강철 원통을 만들어 자신이 만든 떡 부스러기를 가지고 돌아갔던 인간들의 행보에 점차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왔던 지구인들의 발길이 끊기자 토끼는 지구 정복을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달토끼가 만든 떡이 주변 어딘가에 흔히 널려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귀여운 단편을 만나 보세요.

 

“그렇다면 계속 토끼를 쫓아 살아. 그거면 충분하잖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게 된 달토끼로 인해 나의 모든 일상이 뒤바뀌게 됩니다. 자신이 목격한 미지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던 어느 날, 진지한 태도로 외계인을 매일 밤 기다리고 있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지요. 그렇게, 각자가 재회하기를 고대하는 존재를 찾아 헤매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엄청난 삶의 변화를 기대했던 십 대의 마지막도 끝나고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불안감을 느끼던 나는 이윽고 남자에게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현실 감각이 없다고, 몽상만을 쫓는다고 누가 이들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때론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법이니까요.

 

“그날도 이렇게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죠.”

매일 같이 버스킹을 하며 가수가 되는 것만이 목표이자 꿈이었던 그녀. 그러나 현실 앞에서 늘 작아지던 그녀는 ‘차라리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는 혼잣말을 입 밖으로 꺼냅니다. 그러자 그때 기차역이 있던가 싶은 곳에서 갑자기 우렁찬 경적소리가 들려오고,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더니 플랫폼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증기 기관차를 발견합니다. 쏟아지듯 내리쬐는 달빛에 홀린 것처럼 기차에 올라 여행을 시작하게 된 그녀는 자신이 ‘달토끼 운수(運輸)’라는 이름의 수상한 열차를 타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읽고 나면 캐모마일의 꽃말이 궁금해지는, 아기자기한 동화 한 편을 만나 보세요.

 

“나는 달토끼, 달에서 후임자를 찾으러 왔다네.”

달에서 생활한 지 천 년이 훌쩍 넘은 토끼 부부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찾기 위해 서울로 내려오게 된 달토끼. 서울에 발을 내디딘 첫날부터 파출소로 끌려가게 된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문내빈’이라는 이름이 적힌 신분증을 내밉니다. 그렇게 위장된 신분과 이름을 획득하게 된 달토끼를 중심으로, 지구에서 회사원으로 위장해 살아가는 도깨비는 물론 오컬트 연구소를 설립해 달에 대한 연구하는 중년의 남자까지 달토끼의 여정에 함께 합류하는데……. 과연 이들은 달에 오를 만큼 지덕체를 겸비한 후임자를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요? 톡톡 튀는 이들의 유쾌한 서울 적응기를 만나 보세요.

 

“내게도 보름달이 뜨는 시절이 있긴 있었구나.”

달토끼를 주인공으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 보셨다면, 같은 달을 무대로 하면서도 장르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도 만나 보세요. 보름달 때문에 차이나타운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하던 ‘단(團)’은 내게 취몽이라는 이름의 약을 세 알 쥐여 줍니다. 한 알을 먹으면 꿈을 꾸게 되고, 두 알을 먹으면 기억을 먹게 되고, 세 알을 먹으면 온 세상을 먹게 된다는 취몽. 마약 운반책이었던 남자에게 총을 맞아 ‘단’이 죽고 난 뒤, 나는 그를 회상하며 여러 감각에 휩싸입니다. 기묘하게도 그가 죽고 난 다음부터 보름달을 보지 못했던 나는 그와 그가 남긴 취몽과 여자친구 메이와 캐나다 헤비메탈 밴드를 번갈아 가며 떠올립니다. 왕가위 전성기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국적인 공간을 무대로 몽환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는 감각적인 이야기, 여러분에게 만월이 있던 시간은 언제였나요?

 

“달밤에 하는 놀이 같은 거야. 놀면서 친해지는. 무슨 뜻인지 알지?”

좋은 곳으로 소풍을 간다며 아빠와 함께 차로 먼 곳까지 달려온 연두. 잠에서 깨어 보니 하늘에 뜬 보름달로 달빛이 자욱하게 드리운 밤이었고, 아빠는 좀처럼 깨워도 일어나질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 검은 나무들 사이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달빛이 세차게 쏟아지는 밤, 우연히 만난 아이들은 홀로 깬 연두의 손을 붙잡으며 강강술래를 하자고 권하는데…… 처연하고 구슬픈 사건들이 여럿 떠오르며 마음속으로 작은 소원 하나를 보태게 되는 연두의 이야기도 만나 보세요.

 

“왜 미친 거야? 달 중력이 약해서야.”

여기, 얼음알갱이 상태의 물 분자가 상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달의 남극 ‘섀클턴 크레이터’ 주변에 거주하며 건설 작업을 하는 유망 기업의 파견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수경재배로 키우는 괴상한 과일을 먹어 필수영양소를 섭취해야 하고, 달의 1/6밖에 안 되는 중력 상태에서 일하기 위해 그라비타민이라는 건강 보조제를 먹어야 하죠. 의문의 사고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곳에 깃든 진실은 무엇일까요? 인간 신체의 힘을 증폭시켜 주는 강화복의 개념을 비롯해 고전 SF소설의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근미래 달의 이야기. 마지막을 응시하는 누군가의 회고록, 깊은 여운을 함께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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