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미래? 냉동인간의 세계로

2018.8.17

기록적인 폭염으로 그 어느 때보다 냉장고 문을 여닫기 바빴던 여름입니다. 자연스럽게 불을 써야 하는 요리를 피하게 되고 냉장고에 얼려 둔 간편 식품을 해동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어쩌다 냉동인간까지 생각이 미치고 말았습니다. 올겨울에는 폭염만큼 센 혹한이 올 수도 있다고 하니, 간접적인 냉동인간 체험(?)을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멋진 여행이 되시길 빕니다. 그럼 5년 뒤의 세상을 만끽하십시오!”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나’는 실연으로 인한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해서 냉동 수면 실험에 참가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년 만에 눈을 떠보니 과거의 상처는 멀게 느껴지는 듯하는데요. 그러나 단골 가게였던 바에 찾아갔다가 우주 비행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승선할 수 있는 인류 최초의 달 왕복선이 곧 출항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접하는데, 이 전 세계적인 사건을 위해 마련된 이벤트에서 「Fly me to the moon」을 최초로 달에서 부를 디바 후보로 과거의 연인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추억에 잠깁니다. 흘러간 사랑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쩐지 아련한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냉동이라는 건 죽는 거랑 달라?”

치매에 걸린 증조할머니의 백 번째 생일날, ‘알코어 코리아’라는 회사에서 한 남매를 찾아옵니다. 50년 전, 증조할머니가 서명한 인체 냉동 계약서에 따라 냉동 처리를 집행하러 온 것인데요. 부모님의 부재로 망설이다가 끝내 확인서에 서명을 한 남매는 냉동음식을 데워 먹으며 할머니에 대해 생각합니다. 작중 회사의 이름은 아마도 애리조나에 실존하는 알코어 생명 유지 재단에서 유래한 것 같습니다. 인체 냉동을 연구하는 이 재단은 1982년에 설립되었고, 현재는 150구가량의 냉동 시신을 보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집념에 놀라게 되는 한편으로 보존되어 있는 사람들 개개인의 사연이 궁금해지는군요.

 

“뭣보다 그렇게 얼어붙어 있으면 누가 날 깨워 줄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화성 탐사 임무를 맡은 우주선이 우주폭풍에 휘말리고 맙니다. 홀로 살아남은 프로그래머 준은 생존에 몰두하는 가운데 지독한 상실감과 공포, 외로움에 시달린 나머지 ‘채시’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점차 똑똑해지고 기계 몸까지 생겨난 채시는 우주선의 수명이 한계에 다다르자 준에게 자신이 설계한 냉동수면장치에 들어갈 것을 권합니다. 『마션』을 흥미롭게 보신 분이라면, 우주를 떠돌게 된 프로그래머의 20여 년에 걸친 고독한 분투가 그려지는 이 단편 역시 흥미롭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금 냉동수면에서 깨어나신 분에게 너무 무례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냉동수면에서 깨어난 우주 정거장 관리자와 인공지능의 교류를 다룬 작품입니다. 지구를 떠나 새로운 환경과 일을 하기 위해 냉동수면에 들어가는 건 엄청난 각오가 필요한 일이겠지요. 끊임없이 재잘대며 주인공의 마음을 열어 가는 인공지능 ‘하이디’가 매력적입니다.

 

“저는 인간이라면 누그든 생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서 죽음의 손아귀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제 평생을 오롯이 냉종 보존술에 바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야기는 로렌 와이트먼이란 유명 기업가의 실종과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감금된 남자가 한 기자에게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와이트먼은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것을 유예하고 끝내는 죽음 자체를 극복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시체를 냉동 보존하는 회사를 설립하여 일약 유명해진 사업가였는데요. 극소수의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여타 회사들과는 달리, 그의 ‘와이트먼 익스프레스’는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에게 저가로 보급하기 위해 가정용 냉동 장치인 ‘W캡슐’을 개발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과연 와이트먼의 실종과 화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앞서 언급한 알코어 사는 이 작품에서도 언급되는데요.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냉동인간을 둘러싼 비교적 현실적인 문제와 이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선내에 비치된 냉동 수면 캡슐은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마저도 사용 중이고!”

호송함 석빙고는 냉동 수면에 빠진 죄수를 태우고 연방 교도소를 향하여 비밀스럽게 항해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제어장치에 연결되어 있던 온도계가 고장 나 버리고, 이로 인해 함선의 냉동고가 기능하지 못하여 식량의 안전이 위협받은 상황이 닥칩니다. ‘먹을 입’을 줄이자고 냉동 수면에 빠진 죄수를 우주에 버리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지경인데…… 석빙고의 선원들은 무사히 온도계를 수리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요? 한정된 공간에서 위기 상황에 빠진 인물들의 익살스럽고 흥미진진한 군상극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안타깝게도 이들 냉동인간의 80%가 자살로 생애를 마치고 있다는 통계를 밝히고 있었다.”

장편 「미래에서」는 냉동인간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로까지 진출했으나 국가와 도시가 몰락하고 로봇을 제공하는 기업이 권력을 휘두르는 암울한 미래상의 묘사를 냉동인간에 대한 상념으로 시작합니다. 화성의 도시에서 로봇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사이버펑크 버전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를 만나 보시죠.

 

“그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갑자기 20년을 점프한 것 같았다.”

심각한 기억장애인 코르사코프 증후군 때문에 갖은 치료를 받아 보지만 증상이 계속 악화되자, 완벽한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 냉동 수면에 들어간 남자가 있습니다. 8년 후 깨어난 된 남자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희소식을 듣지만 이미 지워진 기억은 소생될 수 없는 데다 미래의 도시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져 적응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군다나 얼마 후에는 죽은 아이들이 보이는 환각에 시달리기 시작하는데요. 기억을 잃은 남자의 삶은 과연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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