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무더운 여름, 브릿G로 떠나는 여행

2018.7.27

연일 폭염주의보가 쏟아지고, 기상 관측사상 유례없는 더위가 찾아 온 요즘, 다들 건강은 챙기고 계신가요? :shock:

지난 23일은 서울 오전 최저기온이 111년만에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출근길에 땀 뻘뻘 흘리며 걸어오면서는 훌쩍 휴가라도 떠나면 좋으련만 생각하다가도, 정작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중국에서는 20년만의 최고 강수량으로 홍수 피해가 속출하고, 일본도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낮 최고기온이 40도가 넘지를 않나, 심지어 북한은 함경남도 지방이 39도를 찍고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는 등 온 곳이 날씨 때문에 들썩들썩하네요. 이 미친 기온은 아시아뿐만 문제인 것은 아니라서, 캐나다도 체감온도가 46도까지 치솟고, 북유럽에서도 폭염 속에서 산불이 기승이 부려서 특히 스웨덴에서는 수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고 건조한 상태에서 산불이 나는 바람에 800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자, 그러니 여러분,(소근소근) 사실 휴가는요,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방에 배 깔고 누워, 혹은 선풍기 아래에 찬물에 발 담그고 앉아서 브릿G에서 남들이 놀러갔다가 봉변당하는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자, 이야기의 세계로 건너오세요.

 

“사람은 너처럼 딱 깔끔하게 입고 다녀야 해.”

플랜테이션 농장, 흑인 노예, 미시시피, 블루스, 재즈, 「노예 12년」, 루이 암스트롱…… 이 모든 것들의 고향 뉴올리언스. 재즈의 발원지에 대한 감상으로 출발한 뉴올리언스 여행에서 악어보다 더 기괴한 걸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뉴올리언스가 부두교의 본산이라는 것을 저는 이 단편을 통해 처음 알았답니다. 작가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만나 볼 수 있을 뿐 실제로는 현실감이라곤 느껴지지 않던 부두교에 야릇한 생명력을 부여하는데요, 프랑스와 스페인, 아프리카 문화가 뒤섞인 독특하고 다채로운 도시 뉴올리언스에서 만나는 색다른 공포 체험 속으로 떠나 보시죠.

 

“정확히 15년 만이군요. 그때도 이렇게 뜨거운 여름이었지요.”

휴가 첫날부터 오전 근무를 시키는 회사에 짜증이 난 채, 바다가 보고 싶어진 창식은 해남 땅끝마을로 떠납니다. 버스 옆자리에 우연히 앉은 중절모를 쓴 남자는 창식에게 자신이 희귀한 난들을 키워 파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죠. 그리고 남자는 창식에게 기묘한 제안을 하나 해 오는데……. 스티븐 킹의 단편 「도덕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15년 간의 휴가」는 악마의 꼬임 같은 제안에 넘어가 한순간에 선을 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15년만에 노인이 준 선물은 과연 호의였을까요, 악의였을까요? 결말부에서 확인하시죠.

 

“휴가 갔다 올게요.”

몹시도 짧은 이야기 「휴가」에서는 끝없는 전기 신호에 지쳐, 인공지능 알렉산드라가 휴가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내용이 그려집니다. 아, 너, 알렉산드라, 이렇게 휴가 맘대로 떠나 버리기 있긔 없긔? 통쾌하고 유쾌한 한편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휴가」입니다. 휴이의 입장을 생각하니 눈물이 또르르 나오고 마네요.

 

“어디까지 가니?”

“세계의 끝이요.”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가수 ‘나’는 계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 그녀와 엮이게 된 남자 버스 운전사 유리는, 러시아의 얼어붙은 해변을 달리는 ‘종각’행 버스를 몹니다. 물론 종각은커녕, 한국에 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망나니 버스 운전사, 술 취해 행패를 부리는 하숙인에게 엽총을 난사하는 하숙집 아줌마, 귀국을 앞두고 알래스카가 보이는 곳에서 기타를 치고 싶다며 러시아의 동쪽 끝을 향했다가 실종된 ‘나’의 연인 해원. 러시아에 정상인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들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것처럼 독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블라디보스토크의 쓸쓸하고 외로운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외롭고, 차갑고, 모두가 혼자 설 수밖에 없을 그곳으로.

 

“나는 달에서 온 공주야. 여긴 너무 괴로워.”

아름다운 달의 세계에서 고독하게 살던 공주는 문득 지구로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지구는 공주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죠. 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는 쓸쓸하지만 다소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원고지 28매의 짧은 분량이므로 아직 읽어 보시지 않은 분이시라면 환상 여행 속으로 휴가를 떠나 보시는 건 어떨지요.

 

“내가 왜 박결 씨를 잡았는지 궁금하죠.”

박결은 길 가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와 닮은 여자 여리에게 헌팅을 당하고, 두 사람은 여리의 제안대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가까워집니다. 여리는 묘하게 박결을 잘 아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늘어놓고, 자기가 ‘도망친 남자친구’를 잡으러 왔다는 둥 엉뚱한 말을 내뱉죠. 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소위 ‘나쁜 짓’을 하러 가는데, 여리는 박결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짓을 벌입니다. 여리를 놓치면 ‘3년’은 후회할 것 같은 남자 박결과, 그가 현재의 삶에 만족해서 아쉬운 게 없기에 슬픈 여자 여리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여리와 박결의 여행에 동참해 보세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오히려 아쉬운, 실제로는 제목과는 달리 몹시 순정적인(!!) 판타지 로맨스랍니다.

 

“그럼에도 저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29살, 오랫동안 사귀었던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날, 여자는 10년 전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 한 통을 문득 뜯어봅니다. ‘언젠가 사랑이 끝났을 때 읽어주세요.’라고 적혀 있는 편지를. 미래의 그녀에게, 과거의 그가 보낸 편지. 친구라는 이름하에 미처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절절히 털어 놓은 편지를 본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녀가 뒤늦게 보낸 답장을 29살의 그는 뜯지 않고 되돌려 보냅니다. 이미 그의 곁에는 다른 연인이 있기 때문이지요. 연애는 타이밍이라고 했던가요. 두 사람의 감정은 서로 다른 순간에 서로를 향해서 그만 어긋나버린 것 같네요. 과연, 그녀는 그에게로 향하는 여행을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 여행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Don’t late. Ghost is everywhere. They will come.”

‘나’는 대만 출장 날짜가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잡힌 덕분에, 주말을 이용해서 타이난의 피오니 호스텔로 잠깐 여행을 떠나옵니다. 한화 15000원 가량의 돈을 내고 실제로는 4층 4호지만 504호라 표기된 온통 빨간 방에서 묵게 된 나는, 마침 한참 고스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며 이 기간에는 지옥문이 열려 귀신을 만나게 되니, 귀신이 좋아하는 붉은색 옷을 입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코웃음만 치죠. 한국에 아내가 있음에도 출장지에서 아무렇지 않게 여자를 만나던 나는, 붉은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매력적인 여자 메이원과 마주치고 그녀의 유혹에 응해 메이원과 함께 타이난의 거리를 쏘다닙니다. 과연 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죄송해서 제가 선물을 놔두고 갑니다.”

아내와 이혼한 뒤, 16년간 일해 온 대기업을 떠나 외진 화천에 펜션을 연 혁진. 오픈한 뒤 두 달만에야 첫 손님이 올 정도로 파리가 날리던 펜션은, 그래도 다행히 간간히 예약 문의 전화도 오고 낚시꾼들이나 밀회를 즐기는 커플이 방문할 정도로는 되었죠. 그러던 중, 예약 없는 손님이 한 명 찾아오죠. 클래식한 버버리 코트, 중절모, 콧수염, 두꺼운 뿔테안경. 손님은 갑작스런 여행이라고 1박을 부탁하고, 몹시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손수 들고 안내받은 펜션으로 사라집니다. 차 뒤에 실린 아이스박스에는 강한 비린내와 함께 물고기들이 겹겹이 쌓여 들어 있어서, 혁진은 그가 꽤 실력이 있는 낚시꾼이라고 추정하게 되죠. 한편 인근에서 발생한 20대 남녀 살해 사건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고, 이야기는 점차 소름끼치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끝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스릴 넘치는 화천 펜션의 모험담 속으로 출발!

 

“아니, 나도 미친 소리 같긴 한데…… 어떻게 해! 이 인형 녹아내리려고 해!”

철호 민정 부부는 7살 딸 가연이와 함께 벚꽃 흩날리는 교토로 여행을 옵니다. 예산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는 부부가 보기엔 기모노 체험, 택시, 번화가 근처의 숙소가 모두 비싸기만 하여 버스를 타고 시골의 8000엔짜리 숙소로 향합니다. 풀과 나무뿐인 주변에 어울리지 않을 신식의 3층짜리 건물 숙소 1층에는 기묘한 자판기가 놓여 있습니다. 자판기 안에는 기모노를 입은 인형들이 들어 있는데, 인형마다 이름이 하나씩 붙어 있죠. 가연이는 아까 해 보지 못한 기모노 체험을 보상이라도 하듯, 엄마 아빠에게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도입부에 삽입된 기담 때문에 결말이 어떻게 달려갈지 쉽게 예측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는 끝까지 섬뜩함을 잃지 않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 읽는 이의 등골 서늘하게 만들어 줄 교토 여행기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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