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 가득 머금은 비와 관련된 소설들

2018.7.6

바야흐로 고온다습한 장마 시즌입니다. 함께 찾아온 태풍으로 전국 곳곳에 피해가 큰 만큼 달갑지 않은 손님이지요. 올해 장마는 대략 7월 중순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습기와 폭우에 맞서 여러 대비 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런 틈새(?) 시즌에 발표된 마마무의 신곡 <장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저희도 저마다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비와 관련된 소설들을 한데 모아봤습니다.

먼저, 무수한 소설과 영화의 장면들이 연상되는 것처럼 비는 로맨스와 가깝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죠. 반면에 끝도 없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작의 특성상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는다면? 또 만약 그치지 않는 비가 계속해 내리기만 한다면? 비나 눈이 아니라 음식이나 꽃이 내린다면?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 비의 랩소디,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왜 재즈는 비 오는 날이랑 어울릴까?”

상쾌한 봄비가 내리던 날, ‘나’는 절친하면서도 어정쩡한 관계인 ‘도하’와 함께 이태원의 한 재즈카페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딘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도하는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한 커플을 가리키며 내기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지금 저 커플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나더러 추리해서 그 정답을 맞혀보라는 것이죠. 이들은 추리에 앞서 편의상 남자를 ‘레인’ 씨, 여자를 ‘재즈’ 양으로 부르기로 합의한 뒤 커플이 직면한 문제를 탐구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비가 내리는 분위기, 재즈가 나직이 흘려 퍼지는 라이브카페의 촉촉하고 감상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한편, 일상적인 사건을 관찰하고 해결해나가는 아기자기한 추리 요소가 담긴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 언급된 재즈곡들을 함께 들으며 읽으면 더욱 좋답니다.

 

“가방 안에 우산이 하나 더 있었다.”

IT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아라’. 오늘 늦은 밤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를 확인했지만 한창 진행 중인 프로젝트 때문에 오늘도 야근 확정입니다. 어느덧 빗줄기가 하나둘 떨어지던 밤이 되어서야 회사를 나서던 아라는 일찌감치 퇴근했던 그녀의 사수 ‘재영’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어쩐지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볕이 드는 날 잠깐 내린 여우비에도 자그마한 물웅덩이를 이루는 것처럼, 작품이 전하는 여운이 마음에도 잔잔한 흔적을 남깁니다.

 

“겨우 소나기 한 번 부르는 걸로 뭘 하겠어?”

빗줄기가 꽤 굵은 소나기를 함께 피하고 있는 소년과 소녀의 대화가 두런두런 이어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분 동안만 내리는 소나기의 효용에 대해 이런저런 장단점을 늘어놓던 그들의 이야기는 10분이 지나가던 그 무렵에서야 비로소 새롭게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비가 내리는 풍경 속 애틋한 상상. 인생의 어느 한때에만 품어볼 수 있을 법한 풋풋한 감성이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제게는 친정도 없고, 근로 정신대에 끌려가더라도 막아 줄 사람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윤창’은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지만 항렬로는 숙부가 되는 터라 어릴 적부터 아재라고 불러왔습니다. 집안을 물려받을 장손이었던 나와는 다르게 윤창 아재는 수재 중의 수재로 온 집안의 기대를 모으며 자라났고, 때문에 나는 윤창 아재에게 씁쓸하고도 고마운 감정을 품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힘들게 들어간 제국대학 졸업을 1년 남짓 앞두었을 무렵. 윤창 아재는 혼인한 사람이라며 단발머리의 앳된 여자를 데리고 돌아와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습니다. 엄혹했던 시절, 나이 어린 숙부와 그 속 깊던 사내가 부탁했던 한 여인을 지키려는 눈물나는 이야기. 얼어붙지 못하고 스산하게 내리는 겨울비를 뚫고 나아가는 어떤 뒷모습을 고요히 바라보게 되는 감동적인 작품 「겨울비」입니다.

 

“누군가가 불쑥 말을 걸었어요. 우산이 없으면 이거 쓰고 가세요.”

병원 옥상 난간에 매달린 채 죽기를 결심한 ‘나’는 혼자 와달라며 불러낸 ‘케이’에게 긴 이야기를 읊조리기 시작합니다. 세찬 장대비가 내리던 날 불쑥 우산을 나눠주었던 그들의 첫 만남에 대해, 그리고 그 순간 보았던 어떤 강렬한 환상에 대해. 기적적으로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주인공이 죽음을 결심하게 된 마지막 고백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셀룰러 메모리 신드롬’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어쩌다가 오늘 같은 날 나와서 그렇게 쫄딱 젖으셨대.”

아담하지만 부부가 성실히 꾸려온 신당동의 한 국수가게. 장맛비가 내린 탓인지 오늘따라 국수 한 그릇도 팔지 못하고 있던 터라, 모처럼 일찌감치 가게를 닫으려 정리 중입니다. 그런데 그때, 비바람에 온몸이 쫄딱 젖은 한 사내가 가게로 들어서며 국수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옵니다. 처량한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부부는 고민 끝에 남자를 위해 국수를 삶기 시작하는데… 평범한 일상식인 잔치국수를 만들고 따끈하게 들이키는 묘사가 맛깔스러운 한편, 뒤로 갈수록 환상을 흔들어 깨우는 이야기 흐름이 강렬한 작품입니다.

 

“비가 더욱 억세고 빠르게 쏟아질수록, 저희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 때문에 고층 아파트의 상당 부분까지 물에 잠겨 엘리베이터조차 작동하지 않은 지 벌써 수년째. 엄마를 졸라 겨우 참석하게 된 아파트 주민 회의의 이번 주 안건은 ‘나’와 엄마가 살고 있는 11층의 퇴거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수면이 점점 올라올수록 한층이라도 높은 층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더욱 이기적으로 변하고, 쫓겨날 상황에 처한 나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원망할 뿐. 하루하루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하고 불안함에 휩싸인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같은 처지에 놓인 옆집 친구 ‘우성’은 어른들이 정한 일에만 묶여 살 수는 없다며 함께 행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피터팬』을 좋아하던 나는 결국 우성이와 함께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하지요. 이들은 과연 네버랜드를 찾을 수 있을까요?

 

“비가 온다. 엄마가 또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빠가 실직하고부터 모든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학원을 그만뒀고, 아빠는 밤마다 술에 만취해 돌아오기 일쑤. 고통스러운 생활이 시작되던 그 무렵부터였을까요, 엄마의 몸에 분홍색 발진들이 돋아나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병은 큰 병원에 가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날로 악화되며 좀처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시작된 장마철, 집안에서는 더욱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비가 내릴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비가 제발 그치기만을 바라는 나. 파편처럼 조각난 가족의 끔찍한 풍경을 담아내는 공포 단편입니다.

 

“내일 눈 뜨면 다시 비가 세차게 내릴 거예요.”

강제 퇴직을 당해 택시 기사로 전업한 지도 어느덧 10년째. 무사고 기록을 갱신해 바라던 개인택시 자격이 생긴 기념으로 김씨는 중고차로 택시를 장만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렇게 매물을 둘러보던 중, 본능적으로 끌리는 검정색 차에 주저 없이 계약을 한 김씨. 그렇게 구입한 차를 몰고 나간 김씨가 태운 첫 손님은 자정이 지난 시간 폭우가 퍼붓던 때의 한 여성이었습니다. 검정색 비닐봉지를 들고 탄 여자와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야기는 엇나가고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기만 하는데…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스무고개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지, 그 진실을 만나보세요.

 

“꽃이 내리고 있었다. 먹구름 낀 하늘에서 빗방울 대신 꽃이 내렸다.”

하늘에서 비를 대신해 꽃이 내리는 이상기후가 나타난 어느 날, 사람들은 저마다 환호하며 낭만을 즐겼지만 장미 공포증이 있는 L은 예외입니다. 장미 때문에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 했을 정도로 심각했지만, L이 처음부터 장미를 무서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차별 없는 사랑을 부르짖는 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담은 플라워 디스토피아(!) 소설 「꽃의 전야」입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우리 마을은 큰일입니다.”

가혹한 가뭄 때문에 비바라기 굿을 하던 도실마을의 무당 ‘차차웅’은 굿으로는 이제 역부족이니, 마을 처녀를 바치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한 소녀를 지목합니다. 아비가 없다는 이유로 제물로 바쳐진 소녀 ‘구름’은 이렇게 된 것이 원통하고 억울해 눈물만 흘릴 따름인데, 날씨를 관장한다는 미르가 웅장한 자태로 나타나 그녀를 어디론가 데리고 갑니다. 도깨비들이 사는 소도에서 눈을 뜬 구름은 앞으로 미르의 시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전설 속에 등장하는 온갖 환상적인 존재들이 즐비한 이색 동양 판타지 『비를 내리는 소녀』입니다.

비와 관련된 노래와 함께, 비가 내리는 풍경이 담긴 이야기를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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