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들’이 돌아온다! 아니… 이미 왔나?!

2018.5.18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슬슬 여름철 더위가 걱정이 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두려운 것이 바로 벌레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본 「조의 아파트」란 영화의 줄거리도 등장인물도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거기에 나오는 바퀴벌레들의 댄스 장면만은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강렬하게 뇌리에 각인될 곤충들이 등장하는 브릿G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몸이 두 동강이가 났다. 오돌토돌 솟은 털이 손길에 스쳤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여성이 20년 만에 고향인 외딴 섬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폐쇄적인 섬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특히 이장 아들 내외는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는데요. 결국 오래된 저수지에 버려지고 마는 여성은 그곳에서 자기 손가락만한 유충을 발견합니다.
제목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나다시피, 첫 타자는 모기입니다. 그것도 성인 여성 팔뚝만 한 크기에 기생까지 하는 에일리언 같은 모기지요. 시작부터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후반부에는 제법 그로테스크한 묘사도 있지만 결말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작품입니다.

 

“놈들을 단순히 귀찮은 날벌레 정도로 생각해선 곤란하네.”

인류는 태곳적부터 많은 위협 속에서 살아 왔습니다. 수렵 시절엔 사나운 짐승에게, 그리고 현재에는 또 다른 위협 모기에게. 「모기와 가설」에서는 인류의 천적인 모기는 왜 잡기 어려운가에 대하여 고민하는 두 연구자의 이야기가 가볍고 유쾌하게 진행됩니다. 비록 작품 속의 모기가 1미터쯤 되는… 상상하면 끔찍하지만 만담처럼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박사와 양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약간은, 아주 약간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편 작가의 다른 작품 「멋진 생태계」 역시 곤충을 인상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취직을 한 주인공은 외삼촌과 사촌동생이 사는 집에 머무르게 되는데, 한 번도 수리한 적 없는 오래된 이 집에는 벌레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친척은 “벌레들이 자꾸만 나타나는 건 집에 사람이 살기 때문”이라며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라고 하는데…… 과연 주인공도 그럴까요?

 

“끄아아아아악! 바퀴벌레에에에엑!”

살면서 제법 여러 번 경험한 일임에도, 실내에서 바퀴벌레를 목격하면 태연하게 처리(?)하기는커녕 순간적으로 평정을 잃고 저렇게 반응하는 것이 대부분이겠지요. 식구 구성원의 반응과 생활 습관쯤은 한눈에 꿰고 있는 얄미운 바퀴벌레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거미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동화풍 이야기 「거미줄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미 이야기」도 읽어 보세요.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늘어져 있는 형태는 분명, 인간을 닮았다.”

냉장고에 언제부터 보관되어 있었는지 모를 달걀을 처리하려고 프라이팬에 톡 하고 깨는 순간, 뭔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벌레 같이 생긴 그것은 잘 살펴보니 얼굴 없는 인간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충동적으로 그 벌레를 태워 버리려다가 실패한 이후, 주인공은 이상한 검은 그림자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림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스멀스멀 불안감을 자극하며 충격적인 결말까지 읽게 하는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역시 벌레 예방에는 유통 기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교훈(?)도 주지요.

한편 「송장벌레에게」는 위태로운 삶을 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스로를 관리할 생각을 잃어버린 채 지저분한 자취방에서 고시 준비에만 매달리는 남자와 그를 바라보는 친구는 어느 날 ‘청소부’라고도 불리는 송장벌레를 발견하는데요. 현실의 수험생들을 떠올리게 하기에 더욱 씁쓸한 여운을 안깁니다. 호랑거미에 대한 기억과 취업 준비생의 삶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그 많던 호랑거미는 누가 다 치웠을까」도 불우한 청년의 삶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건 역시 기후온난화 때문이야. 알이 벌써 부화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고가로 거래되는 알을 낳는 벌레가 있다면 어떨까요? 산삼을 캐는 심마니처럼 벌레를 잡는 전문 직업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가에 거래되는 빛나는 알을 이삽십 개밖에 낳지 않는 희귀한 벌레가 있습니다. 해마다 벌레가 알을 낳는 시기가 되면 왕궁에서는 보물 사냥꾼들을 고용하여 알을 가져오도록 시키는데요. 온난화로 인해 알이 일찍 부화하면서 위기를 겪는 사냥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세상을 떠나는 자신과 달리 비단벌레 날개의 빛깔은 사라지지 않고 천 년 만 년 뿜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신라에서 수공예 장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서야노는 어느 날 최고 권력자인 마립간에게 불려갑니다. 마립간은 서야노에게 비단벌레를 보여 주며 고운 빛을 띠는 그 날개를 이용해 말안장 뒷면을 가릴 장식물을 만들라는 명을 내립니다. 서야노는 바다 근처 팽나무 숲에서 비단벌레를 양식하는 노인에게 찾아가 지배자에게 바칠 공예품을 제작하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생각을 품게 됩니다.
딱정벌레라면 몰라도 실제로 비단벌레를 본 적은 없었던 듯한데, 사진을 찾아보니 날개 색깔이 정말로 오묘하고 작품 속의 묘사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실존하는 공예품에서 비롯한 상상력과 진중하고 아련한 문체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그것을 본 차 씨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강한 혐오감에 소름이 돋았다.”

차 씨가 조리원으로 일하는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곱등이가 나타나 소란이 벌어집니다. 호들갑스럽게 닦달하는 동료들의 반응을 보며 차 씨는 한때 딸아이의 방에 나타났던 그 벌레를 처치해 주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소년원에 들어간 딸에 대해서도요.
흔히 웹상에서는 ‘바선생’과 함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존재로 불리며 약간은 유쾌하게 소비되는 곱등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유독 생생하고 날것의 이미지 그대로 느껴집니다. 애정도 증오도 떠나 공생할 수밖에 없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팍팍한 현실이 아프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봄이야? 봄이야. 나갈까? 나가자! 렛츠 파티!”

「신변잡기」는 소설이 아니라 수필 연재작이지만 곤충이 등장하는 글이 두 편 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반딧불이’란 제목의 에피소드인데요. 맛깔스럽고 찰진 글 속에서 생활감 넘치는 공포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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