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모음

2018.2.9

오늘부터 제23회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개최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라지만 그간 올림픽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작품으로 인해 이번만큼은 어쩐지 각별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소재로 한 기막힌 호러 SF ‘당신이 평창입니다’ 한 작품만 읽어도, 정말 많은 정보들을 절로 습득하게 되거든요. 어쩐지 과도한 열정마저 치솟아버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총 17일간 강원도 일대에서 개최되며, 평창에서는 개·폐회식과 대부분의 설상 경기가, 강릉에서는 빙상 종목 전 경기가, 정선에서는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가 열립니다. 평창올림픽의 비전을 담은 ‘뉴 호라즌’은 세계의 젊은 세대들 함께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평창과 대한민국에 지속 가능한 유산을 남기는 것을 뜻하며, 평창올림픽의 슬로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은 동계 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인의 공감을 한데 연결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평창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는 각각 백호와 반달가슴곰을 모티브로 삼은 수호랑과 반다비로, 화제가 되고 있는 굿즈 상품들은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roll: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을 맞이하여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 가나씨 이야기 –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 씨는 적어도 자신과 같은 세대라면, 무파사 장군의 통치 시절이 그리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프리카 대륙 남부, 남아공 반투계 족으로부터 오랫동안 차별과 핍박을 받아 온 가상의 소국 앙보츠가 있습니다. 남아공 육군 제2사단장으로 복무하던 ‘무파사’ 장군은 무력 쿠데타를 일으켜 남아공으로부터 독립을 이끌어 앙보츠 공화국을 수립하지만, 군부정권 공화국의 첫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헌법마저 무단으로 고쳐가며 독재의 권력에 빠져들죠. 그러나 민주화를 꿈꾸는 국민들의 열망 앞에서 독재정권은 끝내 몰락했고, 바야흐로 앙보츠 공화국에도 새로운 시대가 찾아듭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시민 ‘가나’ 씨는 어찌된 일인지 무파사 장군이 강렬한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정치를 하던 때가 그립기만 합니다. 여느 때와 같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일터로 향하던 가나 씨는 자신의 집에 걸려 있는 초상화의 주인공, 바로 무파사 장군을 거리에서 직접 마주치게 되는데…! 가나 씨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어버이연합이 남아공에 재림한 것처럼 이상한 기시감이 들지만, 무파사 장군을 만나고 난 후의 가나 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쓸쓸한 우화 같은 결말, 함께 만나보세요.

 

  • 공습 – 일본 나고야 

“거기도 일본 사람이 많나요?”
“일본 사람이 없는 곳은 없어.”

‘정혜’는 나고야 니시구에 있는 고등여학교의 유일한 조선인입니다. 태어나 줄곧 일본에서 살았지만 조선인 부모를 둔 정혜는 학교에서 늘 은근한 따돌림의 대상일 뿐입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최고의 상업도시였던 나고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총명한 정혜를 어렸을 때부터 각별히 아꼈으나, 아내가 죽고 ‘기쿠코’라는 현지 여성과 재혼해 아들을 낳은 뒤에는 얄팍했던 가족의 터울마저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일본인 사회에 동화되려 애썼던 아버지와 달리, 정혜는 갈수록 나고야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게 됩니다. 그러던 중, 엄마의 장례식에서 처음 만나게 된 외삼촌을 통해 정혜의 마음 속에는 어떤 열망이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엄준했던 시절, 철저한 이방인으로 타국에서 살아가는 소녀의 가슴 벅찬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 「공습」입니다.

 

  • 돌거북이 타올 & 산호 – 일본 교토 

“때밀이의 새로운 세계를 열자!”

교토를 가로지르는 카모강 부근에서 기거하던 한 노숙자는 비가 많이 내리고 난 어느 날, 일본의 영물로 알려진 돌거북이가 우산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돌거북이로 우연히 때를 밀기 시작한 그는 다른 노숙자들을 불러모아 독특한(?) 사업 아이템을 제안합니다.

“겐지 할아버지 당연히 알죠. 그런데 지금은 겐지 할아버지라고 부르기 애매하게 되어버렸잖아요.”

여든이 넘은 ‘겐지’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그 날도 206번 버스를 타고 교토역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별다른 목적이랄 것은 없었지만, 혼자 자신의 힘으로 버스를 타고 매일매일 종점인 교토역으로 가는 것이 그만의 특별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의식과도 같았던 겐지 씨의 일상이 한순간에 끝나버리고 맙니다. 과연 그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사회의 단면들을 우화적인 이야기로 비틀어 보여주는 온오수 작가의 초단편, 일본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돌거북이 타올」과 「산호」입니다.

 

  • 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 – 중국 상하이 

“동방의 파리라는 이곳 상하이는 전 세계 양놈들이 몰려드는 항구였고, 수많은 외지인이 몰려드는 도시였다. 이곳은 양기에 굶주린 강시가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냥터이자 훌륭한 삶의 터전이었다.”

때는 1934년 모던 도시 상하이.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나’는 객사한 지 삼백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에서 강시로 부활한 존재입니다. 본디 강시란 달빛의 음기를 먹으며 자라난다고 하지만, 그만은 독특하게도 외국인들의 양기(洋氣)를 흡수하여 에너지를 보충하고 살아갈 원천을 찾습니다. 평소처럼 양기를 충전하기 위해 외국인들이 많은 극장을 찾은 그에게, 초록색 치파오를 입은 낯선 여자가 접근하더니 왜 그토록 서양 남자를 찾아 헤매냐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격변기의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전통 요괴 강시와 차별과 범죄가 난무했던 개화기의 시대상을 한데 버무려 낸 「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입니다.

 

  • 하워드의 수기 – 미국 

“이 쓰레기장에서 태어난 흑인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갱이 되는 것이요 두 번째는 마약을 파는 것이고 세 번째는 노동의 신이 축복하시건대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거리에서 마약을 팔며 살아가는 ‘하워드’는 마약으로 인해 한없이 망가져 버린 단골 지인 ‘루카스’의 모습을 보고 티모어에서의 생활을 모두 청산하기로 결심합니다. 불운한 생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착실하게 학교를 다니는 동생 ‘필립’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하워드가 티모어를 떠나 공장 노동자로 일을 시작한 지 어언 3년째, 어느 날 갑자기 초라한 몰골의 루카스가 찾아와 미래가 찍히는 물건이라며 웬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건넵니다. 마약중독자의 환각과 망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도 잠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 동생의 죽음이 찍혀 나오는 것을 보고 경악한 하워드는, 그로부터 3일간 동생을 살리기 위해 필생의 노력을 시작합니다. 특정한 도구를 통해 예정된 부고가 실현된다는 고전적 설정을 긴장감 있게 다루는 「하워드의 수기」입니다.

 

  • 얼음 폭풍 – 미국 

“돈 없이는 인간답게 살 수 없어. 우린 그런 썩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거야. 그건 미국이든 한국이든 다르지 않아. 알지?”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갖은 차별과 멸시를 받아 온 ‘진’. 낮잠에서 깨어 보니 어느새 몰아 닥친 눈 폭풍 때문에 사방이 컴컴했고, 학교에 홀로 등교해 있는 딸 ‘영미’가 걱정되어 급히 차를 몰고 나섭니다. 전날 밤 카지노에서 모든 재산을 날렸다고 고백한 뒤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남편 때문에 걱정이 산더미 같았지만, 다행히 학교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영미’를 태워 아파트 주민 대피소로 겨우 피신합니다. 그러나 거센 눈 폭풍으로 대피소 생활이 장기화되자 생존과 직결된 비상 식량을 놓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보는 것처럼 잿빛으로 가득한 「얼음 폭풍」의 서늘한 결말, 꼭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러시아식 보르시 – 유럽(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서로 민족이 다른 사람들을 억지로 나라로 묶어 놓으면 생기는 일이라고는 반목과 싸움이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지방 도시 포차. 북한에서 무기를 수입해 체첸 반군에게 넘긴다는 주요 타겟 ‘노미니프’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자, 그의 체포 작전에 한국과 러시아 조직이 함께 동원됩니다. ‘넘버나인’이라는 콜사인을 쓰는 한국인 여성의 강렬한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가운데, 연합 작전을 펼치던 중 그들은 노미니프의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유럽을 활보하는 첩보 특수전 상황에서 피어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 「러시아식 보르시」입니다.

 

  • 뜨거운 동토 – 핀란드 

“뭐야 저것들은? 핀란드 땅에선 핀란드 말을 쓸 것이지, 알아듣지도 못할 러시아 말을 지껄이고 있어.”

1904년 러시아 제국 자치령 핀란드 대공국 헬싱키. 올해로 열다섯이 된 ‘에리카’는 부잣집 레흐톨라 가의 허드렛일을 도우며 어머니와 함께 시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 탓에, 에리카는 그녀의 엄마처럼 평생 시종으로 살게 될 거라며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가 일쑤입니다. 주인댁 아가씨인 ‘니나’는 또래 격인 에리카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며, 에리카의 어머니에게 비밀 쪽지를 건넵니다. 이곳에 한번 찾아가보라면서요.

니나의 권유에 따라 에리카의 어머니가 찾아갔던 곳은 다름 아닌 여성노동자동맹 헬싱키 지회. 그곳에서 지회 기관지를 만드는 여성 편집장은 차별받는 에리카를 위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동맹’의 조합원으로 가입하라는 권유를 합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댁은 한바탕 난리를 치며 모녀의 처지는 한순간에 위태로워지는데… 역사의 격변기의 흐름마저 더디게 찾아오는 변방의 핀란드 역사가 풍부하게 교차되는 흥미로운 소설 「뜨거운 동토」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 당신의 나라가 없어졌다 

“저는 지금은 없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았던 적이 있는 난민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국가가 없어졌다는 상황을 전제하고, 다른 나라의 대통령에게 왜 그곳에서 살고 싶은지 설명하라는 질문에 대한 짤막한 편지로 이루어진 「당신의 나라가 없어졌다」입니다. 과연 여러분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떤 내용의 편지를 쓰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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