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탐정놀이는 처음이지?!

2017.12.22

추리 소설에는 다양한 세부 장르가 있겠습니다만, 밝고 가벼운 결말을 좋아하는 독자분들이시라면 분명 학원 추리물이나 일상 추리물이 취향에 잘 맞으시겠죠. 특히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추적하고 분석해서 진상을 밝혀내는 일상 추리물은 정말 소소한 즐거움을 선물해 주는 장르입니다.

이런 일상 추리물이 유독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소소한 추리를 펼쳐내기에는 어쩐지 고교생 탐정만 한 설정이 없기 때문일까요? 뭐, 실제로 고교생 탐정들이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수십 건의 연쇄 살인 사건을 만나는 건 불가능하겠지요. 그럼 사소하게는 학교의 전설에서부터 복잡하게는 실종이나 살인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추리들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그런 걸로 될 리가 없잖아. 내 추리가 틀렸으면 어쩔 건데.”
“넌 안 틀려.”

열 명의 범죄자가 도망치는 것이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 받는 것보다 낫다. 추리놀이를 즐겼던 ‘나’는 중학교 때 잘못된 범인을 지적했던 사건 이후로 철저히 증거에 입각해서 추리를 해야 한다는 주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때 사건으로 얽혀 껄끄럽기 그지없는 소녀 ‘이은’은 그런 나를 가만 두질 않죠. 끝도 없이 각종 문제들을 풀어 보라며 찔러댑니다. 체육 시간의 지갑 도난 사건, 동아리 지원, 자전거 네 대가 들어갔으나 세 대만 나온 터널 이야기 등 미묘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을 귀여운 고등학생 콤비가 아웅다웅대며 풀어갑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증거가 없으니 입을 다물 수 밖에」부터 「수수께끼의 답은 쉽지만, 애매모호」, 「우연히 우연찮게 불어온」 등 에피소드가 나오는 속도가 느리게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인 스토리들을 만나 보세요. 같은 작가의 단편인 「사라진 러브레터와 가출 여고생이 찾는 것」도 무척 깜찍한 일상 추리물이랍니다.

 

“만나서 반가워. 우리는 선암여고 미스터리 탐정단이야.”

여고생들을 습격해서 손목을 문 다음 입안에 세이지맛 막대 사탕을 물려 주고 사라지는 신종 변태가 등장했습니다! 등굣길에 통칭 ‘무는 남자’의 습격을 받은 며칠 후, 그저 공부만 하며 조용히 살고 싶은 모범생 소녀 안채율은 자칭 ‘선암여고 미스터리 탐정단’이라는 괴짜 소녀들의 방문을 받고 반강제로 고문으로 위촉되는데……. 천재라 불리는 오빠의 그늘에 가려 낮은 자존감으로 괴로워하던 채율은 처음에는 그저 이상한 애들이라고만 생각했던 탐정단과 어울리며 차츰 진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갑니다. JBTC에서 드라마화 되기도 했죠! ‘무는 남자’ 사건 외에도 토끼 인형 분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왕따 사건 등 시작은 사소해 보이는 각종 일상 미스터리들이 불법 과외, 십 대 임신, 왕따, 자살 등 다양한 사회적인 주제로 발전해 갑니다. 그나저나 어서 탐정단 아이들의 3학년 모습을 만나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작가님…….

 

“말해두겠지만. 나는 전혀 관심 없어.”
“응. 알아. 알아.”

어머니의 죽음으로 전학한 남녀공학에서 나는 발랄한 여고생 유지를 만나게 됩니다. 내가 우연히 뱉은 몇 마디 말에 촉이 발동한 미스터리 마니아인 유지는 만사 귀찮고 참견하기 싫은 나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붙이고, 각종 사건을 함께 풀어보자고 영입을 시도해 오죠. 단 두 편 이후로 휴재 중인 작품이지만, 부디 계속 연재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들게 만드는 매력 넘치는 작품 『미스터리 고등학생』입니다.

 

“바로 물어볼게. 여기서 귀신 한번이라도 본 사람 손들어.”

초등학교 학급회의에 올라온 한 건의 비공개 안건. 아이들은 선생님 몰래 귀신 목격담을 회고하고, 반장 성재는 졸지에 사건의 해결을 떠맡게 됩니다. ‘반장이 우리 중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몹시 어린이다운 이유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와중에 평상시엔 말 없이 혼자 다니는 윤희가 성재를 돕겠다며 나서고, 두 사람은 함께 귀신을 찾아 나섭니다. 단편 「비공개 안건」은 소재가 ‘귀신 찾기’라는 점으로 보면 일상 추리의 영역을 많이 벗어난 듯하지만, 초등학생 콤비가 조사를 통해 귀신에 얽힌 진실을 찾아나서는 과정은 훌륭한 일상 추리물입니다. 깔끔한 도면까지 첨부되어 있는 점도 일상 추리물의 정석답지요. 나름 서술 트릭이 숨어 있는 작품이니, 작가가 주는 단서들을 잘 조합해서 성재와 윤희 콤비와 함께 진실을 찾는 경주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기요, 추리동아리는 추리 소설 읽는 동아리죠?”
“어. 그리고 필요하면 탐정같은 일도?”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누군가의 책, 그러나 정말 재미있어서 그만 빠져서 읽고 있는데 주인이 나타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그러고는 아직 결말을 읽지 못했는데, 자기 책이라면서 그 책을 가져가 버립니다. 앗, 이봐요, 책 제목이라든가 작가라도 알려 주고 가지 그래요……! 결말을 읽지 못한 추리소설이라니, 이보다 더 찝찝할 수가 없죠! 하지만 이렇게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된 주인공 채연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그 추리소설의 제목을 아는 사람을 찾아 추리동아리에 들게 됩니다. 단짝 윤경이와 함께 가입한 동아리에는 서로 이종사촌지간인 수민 선배와 태훈 선배 외에 아직 이름이 나오지 않은 유령 회원이 하나 더 있는데요. 아무래도 그 유령 회원이 도서관의 바로 그 ‘책 주인’이 아닐까, 로맨스와 일상 추리물을 둘 다 사랑하는 저로서는 살포시 추리해 봅니다. 후후훗. 가벼운 사건이 가벼운 대화 속에서 솔랑솔랑 풀려 나가는 일상 추리물 『방과 후 추리동아리』를 만나 보시죠.

 

“제가 범인이 아니라서 아쉬운 거죠?”
“아니, 그게, 제가 무슨…….”
“작가님은 기분이나 생각이 표정에 다 드러나는데, 모르세요?”

수완 좋은 엄마를 도무지 이길 수가 없어 유배지 같은 시골 동네의 집으로 내려 온 서른한 살의 로맨스 작가 딸은, 건물주인 엄마의 엄명에 따라 자신에게 빵을 팔지 않겠다는 젊은 빵집 사장(A.K.A 동네 최고 일등 신랑감)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네요. 모양 빠지지만 어디 빵 좀 살 수 없을까 문 닫기 직전의 빵집에 기웃대는 순간, 빵집 남자와 딱! 눈이 마주칩니다. 단호하게 들어오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는 남자의 눈길에 깨갱하고 돌아섰는데, 다음 날 세탁소 건너편의 빈 건물에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자신이 빵집을 기웃대던 그 순간, 빵집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일한 손님, 새빨간 구두를 신고 있던 바로 그 여자의 시신이. 『그랜드 빵집의 우아한 하루』는 연재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고, 아직 7화까지밖에 공개되지 않은 터라 동네 탐정이 누가 될지조차 불명확하지만, 감정이 풍부하고 아무나 닥치는 대로 의심을 날리는 여주의 꺼벙함과 분명 탐정 캐릭터로 자랄 가능성이 엿보이는 훈훈한 남주의 냉철함이 묘한 시너지를 내는 작품입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네가 필요해.”
“별로 부탁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양옆으로 흔들리는 양갈래 머리, 작은 키의 깜찍한 여고생 탐정이 등장한다면 앞뒤 제치고 일단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거기다 그 탐정이 해결하는 사건이 교직원 화장실에서(쿨럭!) 누군가 컵라면을(쿨럭!) 몰래 먹어치운 사건이라면(비위도 좋지!) 당연하지 말입니다. 「트윈테일 여고생 탐정, 그리고 냄새 나는 화장실」의 이야기는 짧지만, 일상 미스터리의 전형답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도부장이 싫어하면서까지 왜 트윈테일 여고생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했는지가 끝까지 궁금했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니 이 작품이 어쩌면 로맨스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며 그 이유가 어쩐지 납득 갔네요. 시험에서 커닝 페이퍼를 보았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의 이야기 「우리도 옥상 위 바람에 날아 가버리겠지.」나 막대과자 날에 얽힌 이야기를 귀엽게 풀어내는 「막대과자는 톡 하고 부러진다」도 가볍게 읽기 좋은 일상 학원 추리물 단편들이니 아직 보지 못한 분이시라면 한 번쯤 보시기를.

 

“알바비는 얼마나 줄 건데?”
“시급 백만 원!”

하…… 이 사무실 제가 취직해야겠습니다, 하핫. 호기로운 여고생 탐정님이 소장 대리로 운영 중인 캐터포일 탐정 사무소에 골드 드래곤, 황금용 소년이 찾아옵니다. 탐정 사무소의 진짜 소장인 엄호일 탐정과 자신의 아버지 황금성과의 옛 관계에 희망을 걸고 찾아온 금용 소년에게 엄호일 탐정은 알바로 취직은 시켜 주되, 자신의 조카 남소운이 대리이므로 그녀에게 허락을 받으라는 미션을 남깁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변태 취급을 당하고, 문에 끼어 반토막 플라나리아가 될 뻔 하질 않나, 소운의 친구 리나에게 수도로 목젖을 맞기까지 하는 등 두 사람의 시작은 7화에 걸쳐 이미 험난했는데 말이죠. 과연 금용 소년은 취업에 성공하고 아버지도 찾을 수 있을까요? 『탐정 알바 시급 백만원』에서 확인하시죠.

 

“왜죠? 이미 모임은 끝났어요.”
“왜냐고요? 여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바로 용의자니까요.”

미식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한 미식가가 탐정을 초대합니다. 불청객의 당당한 태도에 관계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함께 미식 프로그램에 등장할 요리들을 맛보는데요, 모두와 나쁜 감정이 있던 PD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탐정은 그 일 뒤에 얽힌 기상천외한 이야기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수상한 초대장」은 순수하게 일상 추리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려울, 판타지 장르에 살해 시도라는 중범죄가 조합된 스토리이지만 평화롭던 일상이 순식간에 비일상으로 바뀌는 순간을 가벼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군데군데 얼개의 엉성함이 조금 아쉽지만 결말에서 밝혀지는 기괴할 정도의 비밀이 모든 것을 압도하네요.

 

“……너는 정말로 일상이 평범한 의미의 일상이 아니구나.”

세상의 모든 불행이 몰려서 일어나는 여동생을 가진 오빠의 이야기 『내 여동생이 불행하다』를 마지막으로 소개합니다. 평범하게 학교만 다녀와도 태풍 속에서 간신히 죽다 살아난 사람의 몰골이 되고 마는 무표정 여고생과 그런 여동생을 살뜰히(?) 보살피는 오빠의 콤비가 뭔가 일상 추리의 향연을 펼쳐내게 될 작품 같이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3화까지 공개되지 않은 탓에 이렇다 할 사건의 흔적은 보이지 않군요.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자, 여기까지 보시다가…… 혹시 눈치 채셨나요?

참 재미있는 것이, 일상 추리물을 모아 소개하려고 보니, 대부분의 탐정과 조수 콤비가 99% 남녀로 구성되어 있네요! 뭐, 사이좋게 추리만 하라고 권해 드립니다, 다른 건 말고!(연애라든가, 연애라든가, 연애라든가…….) 후후후.(웃고 있지만 눈물이…….)
다가오는 연말, 눈은 오고 날씨는 춥고 빙판은 미끄럽고 길가의 연인들은 꼴보기 싫고 하시다면 가볍게 읽기 좋은 브릿G의 일상 추리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시면 어떨까요. 자, 자, 따뜻한 방바닥에 편한 자세로 누워 옆에 귤을 잔뜩 쌓아 두시는 건 필수!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분명 계속해서 다음 작품을 읽게 되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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