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2017.10.20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잎이 물들고, 떨어지고, 흩날리고, 새벽이면 코끝 쨍한 찬 공기가 밀려오는 요즘과 잘 어울리는 시 한 편을 소개해 볼까요. 이정하 시인의 시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입니다.

“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 /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 말 한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쓸쓸함에 계절이 있다면 어떤 계절이 어울릴까요? 사람마다 감상은 다르겠지만 저는 가을을 고르고 싶네요. 그리하여 준비해 보았습니다. 작가님이 감수성 터지는 새벽 2시에 잠 못 들고 써내려갔을 것만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부터, 이별을 당하고도 속시원하다는 평이 난무하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가을에 소개하고 싶은 이별에 관한 다양한 단상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한 여자가 10년 사귄 연인과 이별을 하며, 오래 전에 누군가에게서 받은 편지를 뜯어봅니다.

편지의 겉봉에 쓰인 문구는 “언젠가 사랑이 끝났을 때 읽어 주세요.” 여자는 10년이 지난 후에야 10년 전의 그가 남긴 애틋한 마음 한 자락을 깨닫게 됩니다. 각자 다른 길로 지나 온 10년의 세월, 과연 사랑의 마음은 영원할 수 있는 걸까요. 「언젠가 사랑이 끝났을 때 읽어 주세요」의 결말이 여러분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한편 이별이 유행이 되어 버린 시대가 옵니다.

유행이라는 말에 너도 나도 이별을 저지르고, 그 이별에 사연이 깊을수록 그것은 새로운 쿨함으로 받아들여지죠. 점차 이별의 방식이 독특할수록 이슈가 되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그 모든 것을 진지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절로 응원의 마음이 드는 작품, 「함께 계절을 나는 방법 – 이별 유행」입니다.

 

결말 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두 작품을 연달아 소개합니다. 

하나는 밀어낼 줄밖에 모르고, 하나는 웅크릴 줄밖에 모르는 그런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고슴도치와 겁쟁이」의 두 주인공이지요. 두 사람의 만남은 과연 두 사람을 성숙하게 해 주었을까요? 목동과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이야기를 연상케 하는 「별이 빛나는 밤」 역시 뒷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현재의 헤어짐이 영영 이별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기다림인 것인지 독자는 상상해 볼 따름입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비록 헤어진다고 해도 사랑했던 사람과의 관계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남긴다는 사실이겠죠.

 

그런가 하면, 일방적인 이별에 한 쪽만 깊은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죠.

「타인의 상처」는 ‘연인끼리 상처를 공유하는’ 기묘한 부적 덕분에 두 사람 사이 감정의 온도 차를 새삼 느끼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더 깊이 사랑했기에 더 많이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겠기에, 이야기의 결말은 씁쓸함에도 시원한 감정을 안겨 줍니다.

 

한편 1년에 단 하루의 만남만이 존재하는 연인의 이야기는 어떤가요.

「treat or trick」은 1년에 단 한 번, 잃어버린 연인이 찾아오는 날을 소재로 한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저주 같기도 한 이 영원한 만남을 그래도 선물로 여겨야 할지 복잡한 심사가 드는데요, 누군가의 가슴에 칼을 꽂은(상징적인 의미로 말입니다, 실제로 칼은 다른 이가 휘둘렀죠.) 두 사람이기에 영영 행복하기만을 바라기는 조금 이기적인 고로, 어쩌면 견우와 직녀풍의 이런 결말이야말로 슬프지만 가장 합리적인 결말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비단 연인과의 이별만이 아니라 세상과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 볼까요.

「자살여행(1R)」은 짧지만 인상적인 단편입니다. 죽음을 결심했던 이의 심경 변화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결말은 기묘하게도 희극적이지요.

 

이별에 대해 논할 때, 죽음은 떼놓을 수 없는 주제이지만 사랑하는 이가 몸만 남아 있는 존재가 되어 내 곁을 떠나는 상황은 어떨까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을 「아내가 돌아왔다」는 좀비로 변해 버린 아내와의 복잡한 관계가 그려집니다. 두 사람은 이별하지 않았지만 이미 이별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별하지 않았기에 이별하지 않은 것일까요.

 

이별에 관한 이야기들이 비단 우울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여기 이별을 너무나 염원하던 끝에 이별을 당한 황당무계한 한 남자의 사연이 있는데요, 바르면 상대방에게 혐오를 사고 마는 ‘이별 크림’을 두고 벌어지는 코믹 이별극 「이별의 묘약」은 읽은 분들의 감상이 전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 더욱 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응원해 주기 힘든 주인공도 오랜만이네요!

 

문정희 시인의 「가을 편지」의 일부분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 조용히 물이 드는 것 /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 가장 깊은 살속에 / 담아가는 것이지 / 그대 떠나간 후 / 나의 가을은 / 조금만 건드려도 / 우수수 옷을 벗었다 /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이 시에 잘 어울리는 「찔레와 장미가 헤어지는 계절에」도 아직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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