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이가 두려움이 될 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2020.8.14

얼마 전 러시아에서 친부에게 신체적·성적 학대를 지속적으로 당했던 세 자매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이 러시아 마피아라는 점, 딸들이 각각 17세, 18세, 19세로 나이가 어렸다는 점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을 받았죠. 딸 측의 변호사는 “친부로 인해 그들의 집은 평생 지옥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내게 가장 가까운 이들, 가족. 나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이들이 더 이상 나를 보호해 주지 않고 내게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소개해 봅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담은 스릴러 작품들입니다.

 

“이젠 말해 봐. 창고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머니의 재혼으로, 나에게는 두 명의 의붓형제가 생겼습니다. 늘 화난 표정의 동생과는 달리, 언제나 웃는 얼굴의 어른스러운 오빠. 하지만 그 오빠가 처음으로 무섭게 화를 내던 날이 있었습니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창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나는 핏기가 가실 정도로 놀랍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기도 전에 얼마 뒤 거실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려옵니다. 황급히 옷을 입고 나가 보니, 각각 상처를 입은 오빠와 동생이 서로 대치 중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가족들 사이에는 미묘한 균열이 일기 시작합니다.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읽는 이의 숨통을 조이는 스릴러, 「밤나무 숲 아래에서」를 만나 보세요.

 

“무당 말 못 들었어? 자살한 인간은 제사 지내는 거 아니라잖아.”

아들이 자살한 후, 집안 분위기는 엉망진창입니다. 아들의 침대를 버리자는 엄마에게 “그게 얼마짜린데” 하는 아빠, 엄마 아빠 죽은 동생 모두를 욕하며 소설을 쓰겠다고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딸. 사실 가족들은 무당의 말에 짓눌려 있습니다. 원래부터 아들이 죽을 운명이었다고, 여자의 팔자에 자식이 없는데 둘씩이나 낳고 비록 하나는 죽었지만 하나는 잘 살아 있으니 여자가 운명을 거역했다고, 그러니 대가를 치르고 나서 그때 다시 오라는 무당의 말은 늘 여자의 머릿속을 맴돕니다. 자살한 이의 제사를 지내면 가족들이 화를 입는다는 말에 아빠와 딸은 아들의 제사를 반대하지만, 여자, 이순복 씨는 가족들 몰래 제사를 강행합니다. 이 공포 스릴러의 비정한 결말은 아찔할 정도라, 마지막에 이르면 주인공의 의미심장한 이름부터 이 글의 제목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이 집에서만큼은 서로를 볼 수 있으니까. 오늘만 이렇게 하자.”

태풍이 오는 날, 휴가를 쓰고 산속 집을 찾은 소영. 사실 그녀가 매년 이 집을 찾아오는 이유는 제사를 지내고, 도진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그녀가 도진과 함께 ‘2층 방의 존재들’에게 제사상을 차리는데, 부모님과 계곡에 왔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휘말려 길을 잃은 연희가 도움을 요청하며 집에 들이닥칩니다. 일단 연희를 들여보내고, 그녀가 근조등을 찾아 매달자 도진은 “너나 저 여자가 원하는 것들만 이걸 보고 오겠냐”는 말을 하며 소영을 말립니다. 그리고 도진의 예언이 사실이라도 된 듯, 빗속에 사고를 당한 세 명의 젊은 남자가 이 집을 찾아오지요. 겹겹이 겹쳐 있는 이야기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으슥한 산속 2층집이 절로 그려지는 작가의 묘사력 속에서 점차 베일을 벗으며 끔찍한 악의가 똘똘 뭉쳐 있는 실체를 드러냅니다. 제2회 로맨스릴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쫀쫀한 저력을 만나 보세요.

 

“오고 있어요! 오고 있어요! 이제 곧 우리 집으로 올 거예요!”

밤 11시, 갑자기 다급히 아빠를 찾는 사춘기 아들의 목소리에 방으로 뛰어 들어가자, 아들이 떨리는 손으로 창문 밖을 가리키죠. 밖으로 보이는 맞은편의 아파트, 20층이 훌쩍 넘는 아파트의 불 꺼진 베란다에 똑같이 생긴 4명의 남자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주인공은 겁에 질립니다. 그 기묘한 광경이 주는 공포를 애써 외면하며 주인공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양 넘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아들의 비명이 들려 뛰어 들어간 방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이제 3명이 된 베란다의 남자들과 천천히 자신의 집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는 나머지 한 명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점차 남자의 가정에도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낯선 존재가 내 시선을 알아차림에서 기인한 공포는 모호한 불안으로 확장되어 숨 막히는 엔딩까지 단숨에 이어집니다.

 

“가족이 되면 살인은 소리 없이 서서히 일어날 수 있다.”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수천억 원 대의 자산가에 대학교수. 남편과 결혼했을 때 그녀에게 쏟아진 것은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뻘의 남자와 결혼했다는 비난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 5년만에 남편이 죽고, 그녀 앞으로 집 한 채만을 남긴다는 유언장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그녀를 진정 남편을 사랑했던 그저 어린 여자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편과의 결혼 과정에 대한 담담한 서술의 끝에 이어지는 “남편을 사랑한 평범한 여자는 유품을 바로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문장에서 어떤 싸늘함이 느껴지셨다면, 이제 여자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보실 차례입니다. 행복한 가정이 단숨에 파탄 나는 비극의 순간, 그리고 원한을 품은 두 자매가 벌이는 복수극이 달콤씁쓸하게 펼쳐집니다.

 

“그래도 난 엄마가 좋아. 날 때리지 않을 땐 더없이 다정하니까.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엄마 말을 더 잘 듣고 조심하면 돼.”

마지막 이야기는 앞의 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짧고 빠르게 읽으실 수 있어요. 브라운(7세)은 아빠 톰의 새 애인 줄리아의 딸 소피(6세)와 사랑에 빠집니다. 7세 소년과 6세 소녀라고 우습게 보지 마세요, 이 둘의 대화를 보면 이보다 더 배려심 깊을 수도 없으니까요. 업무 스트레스로 과도하게 살이 쪄 우울증까지 온 톰과 한때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 때문에 알코올 중독까지 갔던 줄리아는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썸을 타고, 브라운과 소피 역시 부모님이 데이트하는 동안 사이좋게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브라운의 눈에 점차 소피에게 새로 생긴 상처들이 들어옵니다. 줄리아가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소피를 학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브라운은 소피를 보호해 주고 싶어 하지만, 일은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이야기는 비극이지만, 대화와 상황을 활용한 작가의 서술 트릭이 돋보여 마지막에는 감탄을 남깁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가정 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가정 내 폭력 및 학대 범죄 건수가 몹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비단 러시아의 문제만은 아니라서 흔히 떠올리는 아동 학대 외에도 여성 학대, 노인 학대 등 약자를 향한 강자의 횡포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매우 놀라운 통계 결과를 들었는데요, 우리나라 아동 학대의 경우, 80%가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한 학대 사건이 벌어지면 대체로 계부, 계모와의 관계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이슈가 되지만, 실제 사건에 있어서 가해자가 친부모인 경우가 78.5%라고 합니다. 만약 주변에서 이런 학대가 벌어진다고 하면, 가해 부모들을 알아볼 수 있으실 것 같나요? 놀랍게도 가해 부모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고, 심지어 단 한 명도 내 아이가 미워서 학대했다고 말하지 않는답니다. 그들은 “사랑해서” “가르치기 위해서” “학대할 의도는 없이” 그랬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훈육을 빌미로 한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정부는 최근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의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이는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62년만입니다.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이 팽팽하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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