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식점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2020.6.12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실내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아쉬운 점 중 하나라면 ‘외식’을 내키는 대로 하지 못하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많은 가게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무척 편리해진 세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19 이전처럼 마음 편히 맛집 탐방을 즐길 수 있는 시절은 아니니까요. 음식의 맛뿐 아니라 한산하든, 복작거리든, 가게라는 공간의 분위기와 외식을 할 때의 특별한 느낌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그런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우산, 거기 가려면 우산 꼭 가져가야 해.”

‘…’의 정체가 무엇일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돋게 하는 작품입니다. 대학생 시현이 기말고사가 끝나 자유를 만끽한 것도 잠시, 시험 뒤풀이도 못하고 바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함에 빠집니다. 상대는 촌수 관계로 따지면 무려 종고모님에다가, 조금 색다른 ‘능력’을 지닌 중학생 련. 련은 시현을 ‘아저씨’라고 부르며 호탕하게 인근에 있는 카레집으로 데려갑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 간의 긴장도 어느 정도 풀린 채 가게를 나서려던 찰나, 밖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대화를 나누던 다른 손님들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이 가게에 들어왔다 나갈 땐 반드시 비가 오더라면서요. 더욱이 신기한 건, 골목을 돌아 가게가 안 보이는 곳으로 넘어가면 금세 비가 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박에 호기심이 생긴 련은 시현과 다음 날 또다시 가게를 찾아 비의 ‘원인’을 알아내기로 합니다. 가깝다고 해야 할지 멀다고 해야 할지, 하여간 젊디 젊은 두 콤비가 파헤치는 그 원인이란 무엇일까요?

 

“그래서였다. 그렇게 결심한 것은. ‘그래, 까짓거 도와 주자.’ 해 보자. 죽으라는 법이야 없지 않겠는가.”

‘이세계’란 말에서부터 무언가 아스트랄한 전개가 펼쳐지리라 예상이 가실 텐데, 정말로 그렇습니다! 외국인 손님들에게도 입소문이 자자한 잘나가는 고깃집 ‘약수터 가든’의 주방 담당인 심순희 씨. 가게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어느 날, 순희 씨는 서빙을 도우러 나갔다가 바닥에 떨어진 상춧잎을 밟고 공중에서 270도를 회전하며 쓰러지고 맙니다. 한참이 지난 후, 순희 씨는 생전 처음 보는 방에서 소지품도 하나 없이 깨어나는데요. 놀랍게도 방 안에 있는 거울을 보니 나이와 체구는 비슷하지만 서양인의 생김새에 복장도 드레스를 갖춰 입었지 뭡니까! 곧이어 순희 씨는 자신이 들어간 몸의 주인 ‘수니’가 라하브란 대륙의 레스토랑 사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차저차 수니를 대신해 가게 경영에 나서게 된 순희 씨는 온갖 종족이 찾아오는 가게 ‘에 봘라’에서, ‘약수터 가든’의 음식을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기묘한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익숙한 음식의 향연이 군침을 돋게 합니다.

 

“오늘은 한식이기에 찬 음식만 있소.”

헤어진 남자의 폭력과 집착에 시달리던 연은 낯선 역에서 내려 도망칩니다. 맹렬하게 뒤쫓아오는 남자를 피해 광장을 가로지르고 골목에 뛰어들어 정처없이 이동하던 그녀는 아궁이와 굴뚝, 가마솥이 있고 연통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래된 식당에 도달합니다. 차가운 바람을 피해 충동적으로 들어가 보니, 따뜻한 실내에는 제법 손님이 들어차 말도 없이 국수만 먹을 뿐이었는데요. 차가운 고기국수와 기묘하고 환상적인 식당, 기묘하고 섬뜩한 진실이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아내는 양꼬치를 먹을 수 있게 되어 기뻤다.”

한 부부의 집 근처에 항상 식당이 망하던 자리에 양꼬치 집이 새로 들어옵니다. 먼저 가 본 남편이 맛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양꼬치를 좋아하는 아내는 평일 저녁에 혼자 방문해 보는데요. 손님이 하나도 없는 가게에서, 주인 아주머니는 엉뚱한 메뉴만 가능하다고 할 뿐, 고기가 없어서 양꼬치는 내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황당함에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던 아내는 자포자기하고 메뉴를 살피다 그제야 가게의 상호를 보게 됩니다. ‘남편 양꼬치.’ 문득 어떤 깨달음을 얻은 아내와, 그녀를 지켜보던 주인 아주머니는 오로지 양꼬치를 위해 의기투합합니다. 여름의 무더위를 물러가게 할 무서운 양꼬치 가게의 비밀, 한번 직접 확인해 보시길.

 

“위장과 자금이 허락한다면 고민하는 것보다 이게 좋아.”

유난히도 햇살이 강한 날, 세 친구는 맛있는 케이크를 먹겠다는 일념하에 경기도 분당의 미금역으로 원정을 떠납니다. 친구들은 12시에 문을 열어도 5시 전에 준비한 케이크가 떨어진다는 그곳에서, 누구든 어느 가게에서나 한 번쯤 다 해 보고 싶은 말을 당당히 꺼냅니다. “모든 종류 하나씩이요.” 맛집에서 1인 1메뉴만 시키는 것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고, 그럴 때면 파티를 짜게 되죠. 무슨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아도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묘사만으로 행복감이 차오릅니다.

 

“하지만 나는 손님에게 빵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는 빵집이니까요.”

종일 여기저기서 싫은 소리를 듣고 커피 한 잔이 간절해진 나는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한 빵집에 충동적으로 들어갑니다. 간판의 글자도 떨어지고 제대로 된 빵을 팔 것 같지 않아서 제대로 된 빵을 팔 것 같지도 않은 곳이었는데요. 무뚝뚝한 주인이 잠시 주방에 들어간 사이, 앞에 있던 한 노인이 크루아상 하나를 입에 욱여넣고 마는데… 어쩐지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모퉁이 빵집의 따뜻함, 한번 만나 보세요.

 

“술과 안주를 내어오는데 주방장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입니까?”

호남성 최고의 부호가 자랑하는 객잔에서 주방 허드렛일을 하는 장삼은, 주방장이 단잠을 즐기는 사이에 찾아온 손님을 위해,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를 발휘하여 가지볶음을 완성하여 내어 놓습니다. 콧물 맛 같다는 혹평을 듣지요. 그런데 첫 손님인 주정뱅이에 이어,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절세미인, 두 도사, 죄인을 호송하는 포두와 같이 보통 때라면 보기 힘든 해괴한 객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고수인 객들 사이에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포스 있게 등장한 주방장이 내놓는 음식은 과연? 목숨이 위태로울 것까지만, 너무나 운치가 넘치는 장강객잔의 매력에 빠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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