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보다 무서운 할머니 이야기

2020.3.6

꽃샘추위가 연일 이어지는 삼월입니다. 서서히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들뜨지만, 추위에 몸을 잔뜩 옹송그리고 여전히 뜨끈한 아랫목을 찾게 됩니다. 아랫목에 요를 깔고 몸을 녹이면 노작지근해 잠이 솔솔 오겠지요. 그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연유로 할머니가 등장하는 작품을 모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등장한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마냥 정다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 자급자족하는 할머니

“이곳 겨울은 유난히 길어 혹독하다오. 늘 준비한다 해도 모자라거든.”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다가 이별을 고한 나는 정신을 차려 보니 자동차 트렁크에 갇혀 있었습니다. 방심한 그를 따돌리고 간신히 도망친 나는 깊은 숲속에서 한 아이와 만나게 되는데요. 일가친척이나 이웃도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는 아이는, 의아하게도 할머니에게 들키면 안 된다며 거듭 말합니다. 그러나 악몽을 꾼 탓에 아이의 집으로 찾아간 나는 할머니와 딱 마주치고 마는데요. 할머니는 농사를 지어도 겨울에는 식량이 부족하다면서 밥이라도 한 끼 먹고 가라고 합니다. 친절한 할머니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 무서운 일을 겪은 할머니

“따각따각. 좋아. 멈추지마. 소리를 계속 만들어.”

늦은 밤 귀가하던 할머니는 구두를 신고 걷는 소리를 좋아하는 ‘납딱발이’에게 쫓겨 혼비백산하며 줄행랑을 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납딱발이가 매일 밤 찾아와 대문을 긁어대는 소리에 구두를 대문 밖에 놓아두고 위기를 넘겼다고 하더군요.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겪었던 그 일을 제게 종종 들려주었고, 마지막 유언으로 납딱발이를 조심하라며 구두를 신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경고를 너무 소홀히 여겼나 봅니다. 구두를 신고 걷는 나의 뒤로 무언가 따라오네요.

 

• 거미를 쫓는 무당 할머니

“저 위에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다락방!”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 내게 금지된 일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섭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락방에 올라가는 일이었는데요. 어느 날 유혹을 이기지 못한 나는 다락방에 올라 수상한 책을 잔뜩 발견하고, 할아버지는 고대의 사악한 존재가 내 몸을 차지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며 무당 할머니에게 데려갑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무당 할머니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굿을 벌인 이유를 확인해 보세요.

 

• 소원을 들어주는 할머니

“눈썹달이 뜨는 밤이면 할머니가 바위에 쪼그려 앉아있다고. 소원을 빌러 오면 소원 값으로 목숨을 내놓으라 한다고.”

처음에는 그저 그를 골리려고 꺼낸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습니다. 바위가 많아 살기 힘든 바닷가 마을에 목숨을 내놓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할머니가 있다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그가 믿고 그 바위 마을로 찾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사라진 그를 뒤쫓아 그 마을로 향한 나는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바위를 힘겹게 넘어 할머니를 만나 마침내 알게 됩니다. 그가 죽음을 선택한 사연과 할머니에게 빈 소원, 그리고 계속 어긋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이미 파국을 맞이했다는 사실을요.

 

• 독거노인 할머니

“야채야, 자네는 무서운 거 잘 보나? 징그러운 거 괜찮지? 이 섬 저 섬 돌아다니며 험한 꼴 많이 당하고 이상한 일도 많이 겪고 그랬으니까 비위는 남들보다 괜찮지?”

트럭에 물건을 잔뜩 싣고 섬마을을 돌며 팔러 다니는 나는 에프킬라를 유난히 사랑하는 단골 지말례 할머니의 기행을 여러 번 겪게 됩니다. 독한 에프킬라를 온몸에 뿌리는가 하면, 조리하지 않은 갈치를 씹어 먹기도 하고, 고양이 사체가 담긴 봉투를 건네며 가엾다고 내게 묻어 달라고 하더군요. 급기야 작년에 산 솥단지에 구멍이 났으니 집에 들러 수리해 달라고 억지까지 부립니다. 할 말만 하고 재빠르게 사라지는 할머니의 집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트럭에 실린 모든 물건을 도난당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맞이할 말로와 마주하게 됩니다.

 

• 손금을 사는 할머니

“팔라고. 손금.“

서울 지하철 1호선을 기다리던 나에게 웬 할머니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손금 좀 보자는 할머니의 말에 포교 활동인가 싶었지만, 한일자로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원숭이 손금이 귀하다며 오백에 팔라고 하는데요. 면접을 망쳐 취업은 물 건너가고 오백이라는 큰돈에 혹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손금을 빼앗길세라 주먹을 쥐며 완강하게 거절합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며 근근이 살아가는 나의 인생을 꿰뚫어 보는 듯한 수상한 할머니와의 오싹한 만남은 뜻밖의 결말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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