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살짝 맛보기!
“너를 먹겠다.”
지상의 그 어떤 생물이 자신의 ‘한 끼 식사’를 향해 이러한 선언을 할 기회나, 필요가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려면 허기진 자와 ‘한 끼 식사’ 모두 지성과 언어를 같은 수준으로 공유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좀처럼 그 조건을 만족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겠지. 그러므로 이러한 선언을 ‘한 끼 식사’의 입장에서 듣는 것은 무척이나 별나고 다시없을 경험이라고, 울리케는 생각했다.
물론 눈앞의 ‘허기진 자’인 이 용(龍)이 끼니마다 자신의 만찬이나 간식에게 이러한 선언을 해 온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이 지고의 포식자에게 있어 인간은 그간 딱히 선호할 만한 먹을거리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식사의 예법으로 보더라도 대화란 접시 위의 요리가 아니라 식탁 너머의 상대방과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대상을 향해 이빨과 혀를 사용하는 올바른 방법은 그것을 씹어 삼키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고상하지만 번잡한 전통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임이 틀림없으므로.
“제게 양해를 구하시는 것입니까?”
그러므로 순간의 호기심과 변덕으로 인해 골라온 이 한 끼 식사는 역시나 귀찮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용은 그의 물음을 듣자마자 생각했다.
“먹을 허락을 구할 적절한 대상은 그것을 대접하는 이거나 혹은 나의 비만을 염려한 어머니일 것이다. ‘음식’이 아니라.”
“저는 제가 식용에 적합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견해를 말할 권리 역시 생산자나 도축자, 혹은 유통자 그리고 그 전반을 관리 감독할 책임을 가진 누군가일 것이다. ‘음식’이 아니라.”
아마도 이러한 상황에 조예가 없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이어지는 이 느긋한 대화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일견 침착한 듯 보이는 이 젊은 처녀는 몇 번이나 까무러칠 것 같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대(對)-용(龍) 화술서』의 내용을 쥐어짜고 있었다. 지금 그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전신에 식은땀이 축축했고, 얼굴도 창백히 질려 있다. 이런 부분들까지 통제할 수 있었다면 완벽하였겠지만(『대-용 화술서』의 권고사항에 의하면 그렇다.) 그것은 욕심이겠지. 그는 이 용이 처음 입을 열었을 때 스스로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만 해도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고 여긴다. 만일 그랬다면 지금쯤 용의 열두 번째 송곳니와 어금니 사이 어딘가를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으리라.
“유감입니다만 지고한 분이여, 그렇다면 저의 관리 감독자이신 아버님이나, 보다 위로는 변경백, 최종적으로는 황제 폐하께 제 식용의 적합 여부를 확인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가하다. 내가 아는 바로는 너의 아비나 왕이 너를 식품으로서 출하하기 위해 관리 감독하는 자들이라 볼 수 없다. 또한 나는 분명 너를 서리한 것이다. 애초에 누군가의 허락을 구할 일이 아니다.”
서리가 아니라 납치겠지! 상대가 용만 아니었다면 분명 이렇게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상대가 용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표면적으로 웃기지도 않으면서 심층적으로는 소름 끼치는 대화를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울리케는 흔들리는 정신을 가다듬는다. 대화를 이어나가야만 한다. 단순해서는 안 된다. 지금 자신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적절한 수사(修辭)와 태도뿐이다. 침묵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런 잠깐의 사이, 용은 입을 달싹였고 그 찰나에 울리케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겼으나 참으로 천만 다행히,
─ 용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을 하기 위해
그 거대한 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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