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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의 추방자들’ 연재 중단합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아무강아지, 18년 7월, 댓글1, 읽음: 130

갑작스러운 연재중단입니다.

우선 제일 중요한,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셨고, 이번엔 잘 될거다. 이번에는 꽤 재미있었다. 같은 호평을 남겨주셨습니다. 팬아트도 받았구요. 연재하는 동안 작가 본인도 대단히 재미있었고, 보람찬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무리수를 두더라도 작품의 완결을 내고 싶었구요. 정말로 깊이 사과드립니다. 사과의 뜻에서 미완결 비축분을 올립니다. 후반부는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지만 대략적인 전개를 파악하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미완결 비축분은 블로그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leedasaem/221329717673)

글을 쓰다가 단순히 막혔다거나, 다음 플롯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던가, 혹은 단순히 완결을 낼 수 없을 거라는 공포감때문에 연재를 중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달 전에 아는 인터넷 친구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때 트위터를 그만두었습니다. 더 이상 트위터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심도 가지기 싫었고, 서로를 증오하는 데 허송세월하는 걸 보는 게 정말로 지겨웠습니다. 그렇게 지인의 부고를 가슴속에 묻어두고 몇달을 흘려보냈습니다.

사실은 외면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가끔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몇몇을 사찰할 때 빼고는 트위터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소설 자료를 모을 겸 여러가지 범죄 자료를 모으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지인의 기억을 검색해보기 시작했고, 저는 지인의 죽음과 관련하여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인의 죽음이 흔한 트위터식 순교자 만들기로 전환되어 쓰이는 꼴을 보니 숨이 막히고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짧게 지인에 대해 말하자면, 그냥 닌텐도 3DS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보다 한살 어리신 분이었지만 저보다도 세상 경험이 넓으신 분이었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귀여운 사람이었습니다. 남에게 성매매하는 삶이 편하고 하거나, 남에게 성매매를 권유하는 사람은 전혀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물론 인생이 꼬였다고 말할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문단에 적은 내용만 봐도 아시겠지만, 평범하다고 할 만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참 웃기는 일이죠. 생전에 그렇게 고인을 비꼬던 인간들이 고인이 죽고 나니 순교자를 못 만들어서 안달이라니.

아우슈비츠 이후로 서정시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만의 아우슈비츠를 하나 세운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 글을 적는 것도 그냥 글 쓰기 귀찮고 핑계대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지금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괴롭습니다. 즐거운 활극을 더는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애초에 그런 의도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글 안 쓰면 죽을 것 같아서 쓰는 거지.

모르겠습니다. 친구가 죽고 그냥 트위터식 쌈박질거리로 쓰였다는 게 슬픕니다. 남들이 다 지낸 장례식을 이제와서 지내는 느낌입니다.

다시 한 번 갑작스러운 연재 중단에 사과드립니다. 조금 마음의 진정이 되어 글을 쓸 생각이 들면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아무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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