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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꾸준함

분류: 수다, 글쓴이: 태윤, 22년 2월, 댓글1, 읽음: 113

예전엔 농구를 좋아해서 주말마다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발목과 무릎을 갈아넣고 난 이후엔 보는 것만 즐기고 있는데,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선수가 있습니다.

NCAA의 데이비슨 대학에서 뛰고 있는 이 현중 선수인데요, 최근 경기를 보다가 느끼는 바가 있어서 적어봅니다.

이 현중 선수는 2m의 신장을 가진 포워드이고 팀에서는 외곽 슈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농구에서 3점 슛이라는 건 40%정도의 확률이면 훌륭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본 경기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초반 5개의 3점 슛이 죄다 림을 벗어나고 맙니다. 농구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5~6개 정도의 슛이 연속해서 빗나가면 멘탈이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현중 선수는 슛이 번번히 림을 빗나가는데도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더군요. 현지 중계진들도 슛이 들어가지 않음에도 흔들림없이 찬스에서 묵묵히 공을 던지는 그의 꾸준함을 칭찬하는 걸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결국 후반전에 슛감을 회복해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경기도 승리했습니다.

꾸준함이라는 건 결과가 좋건 그렇지 않건 내 루틴을 지켜나갈 수 있는 체력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불행히도 리듬이라는 게 있어서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가 없죠. 내 리듬이 최저일 때도 루틴을 지켜나가야 내 컨디션이 다시 최고조로 올라왔을 때 더욱 치고 올라갈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년에 이런저런 일이 많았는데 그 핑계로 손을 놓고 있다보니 어느 순간 키보드 앞에서 한없이 주저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먼 타국에서 꾸준하고 흔들림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 젊은 선수의 모습과 대비되어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브릿G에 계신 작가님들 중에서도 제가 항상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꾸준한 분들이 계십니다.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시다보니 확실히 최고점과 최저점의 격차도 적은 것 같더군요. 하지만 어떤 결과를 내는데 있어서 그에 따른 성과가 꾸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실망도 하고 나도 모르게 기분이 쳐지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농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보진 않습니다만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지금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결국 길게 보면 결국 내가 목표로 하는 근사치에 언젠가는 다다르게 된다는 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꾸준함을 장착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내 컨디션을 되찾았을 때 목표점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게 해주는 가속력을 만들어주는게 꾸준함일 겁니다.

꾸준하고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시는 브릿G의 작가분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부끄럽지만 저의 개똥 철학을 풀어보았습니다. 작가님들의 건강과 건필, 그리고 약간의 행운을 빕니다.

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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