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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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중단편 정혀새 / 일반“옆집에 사는 분입니까?”고3인 혜정은 단칸방에서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이웃의 소음으로 잠을 설치자, 대학 진학보다는 빨리 돈을 벌어서 이 단칸방을 탈출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엄마에게 결심을 전하러 집에 들어가던 날, 이웃 여인의 자살 기도 소동에 동네가 어수선해지고, 곧 그 여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층간 소음」은 현실의 막막함에 대해 토로하는 19세 혜정과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29세 영희의 시각 차를 주된 이야기로 풀어낸다. 엄마와 다투고 이불을 뒤집어쓰며 숨을 자기 방조차 없다고 짜증내는 혜정의 대사처럼, 이웃 소음이 단초가 되어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웃픈 현실을 저자는 가감없이 드러내며 독자의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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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가거라중단편 SF환상문학 / SF#편집부가 추천하는 출판 작품어릴 적부터 만나는 여자마다 불임이든 뭐든 상관없이 임신시켜온 전력 때문에 쉽사리 새 여자를 만들지 못하는 한 남자. 그런데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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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보고의 체계들중단편 김병식 / 추리/스릴러, 로맨스모두가 서로를 감시하는 숲, 그곳에 ‘간첩’이 숨어들었다「감시와 보고의 체계들」의 배경은 가상의 공산국가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출입 지역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들어오는 캠핑족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이곳에서 한 가지 시스템이 도입된다. 익명 게시판에 불법 캠퍼의 사진을 걸고 신고하면, 설사 게시자 역시 불법 캠퍼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금전적 보상을 얻는다는 것.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게 당연시된 공간에서, 사냥당할 위험이 없는 공원 직원이 간첩으로 의심되는 괴한을 발견하며 사건이 시작된다. 의외의 요소들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시각각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그 전개를 따라가는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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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연재 탱탱 / 판타지판타지 세계관을 지배하는 고양이 용사!『막장』은 신의 사도가 저지른 실수로 인간계의 용사로 선출되고 만 고양이가 얼결에 얻은 용사의 힘으로 사건 사고를 해결해 나가는 판타지 장편이다. 행간 사이에 숨어 있는 웃음 포인트와 다양한 등장인물의 돌발적인 태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묘한 매력이 있는 아스트랄한 작품이다. 천상계와 인간계에 이어 마계에까지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며 고양이 용사가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한 편씩 따라 읽어 보시길 바라며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으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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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꾼과 기사와 골렘의 묘지기중단편 과카돌리 / 판타지, 일반“……어차피 끝난 복수였군.”모두가 죽은 마을에 도착한 탈영병과 레인저. 두 사람은 마을을 몰살시킨 마물을 찾아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고, 숲속은 거대한 비탄과 비밀을 품은 채로 손님을 맞이하는데……. 「순찰꾼과 기사와 골렘의 묘지기」는 부쩍 보기 드물어진 정통 판타지 세계관의 단편으로, 먼치킨이 난무하는 ‘요즘 판타지’에 질린 독자라면 가뭄의 단비처럼 맞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복수극은 모든 것이 과연 누구의 잘못이며, 단죄는 과연 누구의 몫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여운처럼 남긴다. 덤덤한 문체로 처절한 비극을 관조하는 듯한 문체는 씁쓰름함을 더한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가의 다른 단편도 있으니, 마음에 들었다면 짧은 ‘정주행’을 해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