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숏터뷰] 여섯 번째 게스트: Q씨 작가 편!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를 쓰는 게 괴담집에선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릿G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특별 코너 ‘브릿G 숏터뷰’의 여섯 번째 게스트, 이번에는 Q씨 작가님의 이야기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최근 황금가지 구구단편서가에서 Q씨 작가님의 익명 괴담집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가 출간되었는데요(리디 선출간 중!↗), 괴담을 향유하는 문화에 대한 작가님의 깊은 애정은 물론 이 작품집 고유의 콘셉트부터 에피소드의 구성까지 흥미로운 내용이 너무 많았기에 출간을 기념하며 본격 숏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새로 선보인 작품집에 얽힌 후일담은 물론 괴담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재밌게 읽어 주시고 많은 격려와 응원 보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숏터뷰 하단에 마련된 이벤트까지 꼭 체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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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께서 브릿G에 처음 작품을 올려주신 때가 2017년 9월이더라고요. 바로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의 첫 화를 장식하게 된 단편 「룸메이트」인데요. 처음에 개별 단편으로 업로드하시다가 2020년 12월부터 연재 방식으로 바꿔 올리게 되면서 대부분의 단편들은 비공개되었음에도 이 단편만큼은 아직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룸메이트」는 ‘괴담과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처음 올리게 된 연작 시리즈의 첫 이야기인데요, ‘괴담’과 ‘사람들’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결정하고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이 타이틀에 따라 브릿G 내에서의 장르 설정 자체도 괴담(호러), 사람들(일반)으로 분류하셨다고요.) 이전에도 다른 창작 활동을 하신 적이 있는지요? 그리고 이렇게 구상한 이야기들을 브릿G에 비정기적으로라도 올려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2017년 3월의 일이었습니다. 괴담집을 구하다, 이렇게 괴담이 책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괴담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이 직업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란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작가가 아니니 책 낼 생각까진 하지 않는 게 당연한 거였죠. 순간 가만히 앉아 누군가가 괴담집을 내주길 기다리는 자신이 직무유기 중인 것처럼 느껴졌고, 흔히 말하는 괴담판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는 괴담집의 출간이었고, 책 한 권 분량을 쓰기로 맘먹은 이상, 주제는 괴담과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지하게 괴담에 대해 생각한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도달한 결론인 ‘괴담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 저도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룸메이트」도 그런 주제에 가장 잘 맞는 이야기 같아 첫 번째가 되었고요.

창작활동이라 부를 만큼 뭔가 거창한 걸 한 기억은 없지만, 이전에 몇 번인가 인터넷에 스치듯 괴담을 놓고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줄 때도 종종 있고요. 이상한 꿈을 꾸고 주변 사람에게 말하면 그것도 괴담이니까요. 그것까지 창작 활동에 포함시켜 주세요. 우리 모두 괴담 작가가 될 수 있게요.

브릿G엔 2~30편 정도 썼을 때 가입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혼자 쓰다 보니 뭔가 피드백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적당한 곳을 열심히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피드백뿐만 아니라 기대도 못 한 응원을 많이 받아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Q.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화자인 ‘Q씨’를 비롯해 이야기 속 등장인물, 지명 등이 전부 알파벳으로 익명화되어 등장한다는 점인데요. 오노 후유미의 『귀담백경』도 비슷하긴 하지만 특히나 ‘Q씨’가 전적으로 이야기를 통솔하고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콘셉트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의 첫 구성 자체가 존재를 특정하기 힘든 익명의 발화자 ‘Q씨’가 또 다른 익명의 인물 ‘A씨’에게 괴담을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되잖아요. 이들의 짤막한 대화만으로도 Q&A 형식의 완벽한 문답이 완성되는데,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요청하고, 듣고, 전달하고, 해석하는 인물로서 ‘Q씨’를 내세우는 콘셉트는 어떻게 고안하게 되셨나요?(원래는 그냥 화자를 ‘Q’로만 하려고 했는데 브릿G 작가명이 한 글자로는 등록이 안 되어서 어쩔 수 없이 ‘Q씨’라고 하게 되셨다고요. )

A. 수십 가지 이야기가 실린 괴담집이라면 보통은 투고를 받는 걸로 시작해 각 편마다 투고자를 밝히고 원고를 그대로 싣거나 혹은 표지에 이름을 실은 작가가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내는 방식이 되겠지만, 전 투고를 받을 만한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쓸 이야기들엔 실화와 실화가 아닌 이야기가 섞여 있어, 통일성을 가지려면 말 그대로 이야기 안에 작가가 필요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소설적인 요소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생각했던 게 익명의 한 인터뷰어가 어떤 한 사람에게 기이한 이야기를 듣고, 다음 사람을 소개받아 인터뷰를 이어가는 콘셉트였습니다.

그렇게 된 김에 좀 더 괴담 본연의 담화적인 면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처음엔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처럼 질문과 답변이 번갈아 나오는 형태의 괴담집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권을 끌고 가기엔 단점이 명확했고, 모인 인터뷰를 정리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익명의 작가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Q&A의 Q가 점점 사람의 형체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자기가 자기를 ‘―씨’라고 부르는 게 이상해서 그냥 Q라고 했는데, 한 글자는 등록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Q보단 Q씨가 백만 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출간되었습니다. 사실 공포 장르로 분류되는 괴담은 여름 시즌에 출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출간 작품을 대상으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출간 시기가 오디오북 유통 시점에 맞춰 한데 결정되었습니다. 전반적인 사업 일정에 맞춰 빠르게 원고를 마감해 주시느라 1년 내내 고생을 참 많이 하셨는데요, 작품을 모두 마무리하게 된 소회가 어떠신지요. 또 직접 쓴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진 2차 창작물은 어떤 감상으로 들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사실 뒤로 갈수록 쓰는 게 어려워져서 처음엔 『괴담과 사람들: 75가지 이야기』 정도에서 타협해주실 순 없을까 이야기 드린 적도 있었는데, 101편으로 가야 할 이유와 함께 1년이 넘는 시간을 더 주셔서 101편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연재 전환 이후부턴 사실상 계약서가 괴담을 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로서 괴담집이 출간되는 게 보고 싶단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일단 또 하나의 괴담집이 세상에 나온다는 게 무엇보다 기쁩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모르는 이야기로서 이번 전자책을 즐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신 오랫동안 이렇게 많은 괴담을 읽으면서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하는 부채 의식이 마음 한편에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 기분에서 자유로워질 거 같습니다. 게다가 생각지 못하게 오디오북까지 나오게 됐으니까요! 텍스트에서 오디오로 변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음향 효과와 남유정, 정재헌 성우님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표현하셨더라고요. 자비 출판을 생각한 적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남의 돈을 많이 써서 전자책에 오디오북까지 만들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괴담이라는 단어에서 기대할 만한 공포적인 부분을 성우님들의 목소리로 많이 보충해주신 것 같아, 몇몇 편에선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소름 돋아 가며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 전자책 보기→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 완독형 오디오북 듣기→

 

Q. 한편 오디오북 제작을 위해 성우님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는 Q씨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고민이 많았는데요. 처음에는 Q씨라는 인물의 단일성을 위해 성우 1분만을 섭외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때 작가님께서 Q씨라는 인물 자체가 ‘툴파’와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힌트를 많이 주신 덕분에 비교적 다채로운 캐스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툴파는 티베트 전통 교리에서 전해지는 상상으로 창조된 존재인데, Q씨 역시 이러한 역할을 함으로써 만나는 사람에 따라 성별, 연령, 성격 등이 변신이 가능한 존재라 생각하셨다고요. 덕분에 정재헌, 남유성 성우님 2분이 함께 Q씨의 역할을 나누어 맡는 방식으로 참여하셨지만 끝내 같은 화자를 표현한 것으로 오디오북의 결과물 또한 좀 더 다채로워진 것 같은데요, Q씨에게 이러한 ‘툴파’의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Q씨를 책 안에 등장시키면서,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쓰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현실의 저보단 뭔가 글을 능숙하게 쓰고, 이야기를 많이 알고, 좀 더 활동성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떠올렸고, 그 과정에서 이건 툴파를 만드는 과정이나 다름없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툴파라는 존재가 일단 괴담으로도 유명하고 만드는 방법도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그렇지만 이 책을 보는 사람이나 Q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Q씨가 어떤 독립된 존재이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반영적이거나 투사적인 존재였으면 했고, 심지어는 한 사람이거나 여러 사람이거나 변신이 가능한 그런 두루뭉술한 상태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개인적으로는 괴담과 사람들 시리즈를 위해 탄생한 인물이고 맨정신으로는 글쓰기 힘들어서 제가 빙의해 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Q. 표지를 고안할 때도 그렇고 Q씨는 최대한 드러나지 않고 텍스트 속에 더 숨어 있길 원하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요, ‘Q씨’는 이 이야기의 작가로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론 진짜(?) 저자의 이름이나 정보 역시 철저히 가려진 셈이 되었는데, 작가님 역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Q씨의 익명성에 기댐으로써 어떤 효과를 의도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A. 1화에서 100화까지의 주인공은 따로 있고 101화의 경우엔 Q씨를 포함해 괴담을 듣고 말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100화까진 되도록 숨어 있자는 생각으로, Q씨의 말이 따옴표 안에 등장하지 않기도 하고요. 각 편을 읽을 때만큼은 Q씨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아무래도 괴담집은 작자 미상인 편이 좋다고 쓰는 내내 생각했고 어떻게 해야 작자 미상이 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작자 미상이 아닌데 작자 미상이라고 쓸 순 없으니까, ‘사실상의 작자 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 책 속의 인물인 Q씨가 책 밖으로 튀어나와 표지에 오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자연스럽게 판단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효과는 Q씨라는 이름으로 책을 냄으로써 이 책도 하나의 기이한 이야기가 되었다는 게 아닐까요!

↑ 표지에서 온갖 오브제를 들고 있는 정체불명 인물의 반지에는 ‘Q’ 알파벳이 적혀 있다.(일러스트를 직접 그린 디자이너님의 해석 포인트!)

 

Q.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총 101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101가지라는 숫자는 일본의 괴담 풍습으로 널리 알려진 ‘백물어(百物語)’의 규칙을 비틀어 적용하신 부분도 있는 걸까요?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는 100편으로 완결되는 하나의 괴담집인 동시에 마지막 후일담으로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의 여지를 남기는 구성인데, 어떻게 이러한 101가지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기획하고 완성하게 되셨나요. 또 각 에피소드의 배열 순서에도 어떠한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지요?

A. 처음엔 막연하게 책 한 권의 분량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7~80편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내릴 전철역 하나를 남겨 두고 한 편을 다 읽을 수 있는 정도의 길이라면 그 정도가 모여야 아슬아슬하게 출간할 수 있는 분량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후에 정확히 몇 편이 좋을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개수는 많을수록 좋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이왕이면 두 자릿수보단 세 자릿수가 뭔가 책을 사는 입장에서 뿌듯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100편에 생각이 미쳤고, 이는 나중에 고생할 사람이 누군지 망각한 결과입니다.

아울러 자연스럽게 백물어 규칙도 떠올랐습니다. 99편이나 100편에서 책이 끝나는 건 좀 아쉽다는 생각은 이야기가 영원히 계속되길 원하는 마음에서였고, 고민하던 당시엔 이미 후일담을 먼저 써 둔 뒤라 마지막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차례는 101번째라는 생각에 101가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계약과 동시에 101편을 확정하면서 이 정도의 수라면 일종의 작은 아카이브가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단편 때는 잘 다루지 않던 학교 괴담이나, 악몽담을 보충하는 데 신경 썼고 101편 전체에서도 생활 괴담이라는 콘셉트 안에서 지금까지 괴담으로 쓰였던 다양한 소재나 형태를 가능한 한 골고루 담자고 생각했습니다.

배열 순서의 경우엔 1화를 제외하고 순서대로 쓴 편이 없는 만큼 읽으실 때도 순서에 신경을 안 쓰셔도 되지만, 책에 수록한 지금의 순서는 가능한 한 편하고 중간에 질리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순서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반쯤은 농담이지만 나름대로 변동비율 강화계획에 의해 괴담에 중독이 될 수 있게 실망스러울 수 있는 편들 사이에 적당히 괜찮다고 여겨지는 편들을 사이사이 배치했습니다.

 

Q. 결코 종결되지 않는 괴담의 여운을 남기는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의 후일담처럼, 괴담은 끝도 없이 우리네 일상에 녹아든 존재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또 다른 괴담들을 엮는 작업에 대한 고민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브릿G에 분기별 특집처럼 번외편 괴담을 올리셨다가 비공개로 전환하시는 등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주시기도 하셨었는데요, 이처럼 때마다의 괴담을 쓰는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는 편인지도 궁금합니다.

A. 처음의 목표를 달성했고 저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새로운 기이한 이야기가 쓰이고 있고, 그 흐름에 잠시나마 동참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이제는 다시 읽고 듣는 사람으로 함께하려고 합니다.

번외편을 쓰게 된 건 두 가지 이유였는데, 일단 하나는 괴담을 쓰기 시작하면서 겪은 이상한 경험들을 Q씨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로 잠시나마 남겨 두고 싶었고, 또 하나는 100편을 연달아 쓰는 건 힘들어서 25편씩 4번의 분기로 끊어서 중간중간 쉬기로 하면서 꾸준히 읽어 주시는 회원님들께 휴가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4번의 분기 중에 2/4분기와 3/4분기는 회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썼고 4/4분기는 계약에 힘입어 썼으니 사실상 브릿G가 쓴 거나 다름없는 괴담집입니다!

괴담을 쓰는 아이디어는 일단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 제쳐 두고, 창작 괴담의 경우엔 신선함이나 공포에 신경 쓰지 말고, 당연한 결말이 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출간이 목표다 보니 어떻게 하면 아마추어가 책을 낼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고, 제일 처음 한 일이 인터넷이나 책에 실린 괴담들 중에 좋았던 이야기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고, 그렇지 않았던 이야기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었는지를 정리하고 이에 더해 실화적인 특성이 살아 있는 이야기들의 특징을 정리해 피해야 할 것과 지향해야 할 것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괴담을 읽었을 때 느꼈던 느낌들을 돌아보며 어떻게 쓴 글을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든다는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모든 인명과 지명에 사용된 이니셜도 난수 생성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지만 쓰기 시작한 초반의 경우에 환경이나 설정들에도 도움을 많았습니다.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기보단 장소나 이야기의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 좀 더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서였습니다. 장소에는 일상적이거나 괴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소 100곳을 선정해 넣었고, 일단 나온 장소를 가제로 두고 완성 후에 제목을 바꾸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회의실을 배경으로 3명이 등장하는 4장 정도의 사람이 일으키는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어디선가 열 개 중에 한 개의 이야기 정도가 괜찮으면 좋은 괴담집이라는 말을 듣고 동감하기도 했고 용기를 내기도 했는데, 그만큼 더이상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역사가 쌓였고,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를 쓰는 게 괴담집에선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팥빵에 단팥이 들어가는 것처럼 괴담에 들어가는 기이한 요소를 기이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일상적인 공간이나 상황만 먼저 쓴 다음 거기에 어울리는 기이소가 저절로 생각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어쩌다 떠오른 기이소에 어울리는 공간과 상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썼습니다.

 

Q. 『괴담과 사람들: 101가지 이야기』에는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꼽는 작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5편 정도 간단한 이유와 함께 추천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A. 민망해서 직접 겪은 에피소드는 못 뽑겠고, 그래도 괴이를 말하면 괴이가 온다고, 쓰던 중에 괴이한 일을 겪었던 에피소드 위주로 뽑아 보았습니다.

2화. 잡음(↗)
카페에서 본 편을 쓰다 말고, 노트북을 잠금으로 돌려 놓고 화장실에 갔다 돌아와 잠금을 해제하니, 노트북 모니터에 「응 ㅋㅋ」 하고 제가 쓰지 않은 글자가 글 끝자락에 떠 있었습니다.

<잡음> 편 오디오 클립 듣기→

25화. 정원 초과(↗)
친구와 연인에게 들려주기 좋은 이야기인 것 같아 추천해 봅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겪었던 일인데 말이야.” 하고 직접 겪은 일인 것처럼 시작해보세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엔 학교 괴담만 한 게 없습니다.

43화. 수평(↗)
쓴 것을 확인하다 보면 가끔 이상한 글자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은 편입니다. 물론 「W씨가 입주한 연립주택 전체의 문제겠지에에에에에에에에에만, 분명 그중에서도…」 이렇게요.

51화. 팔 하나, 다리 하나(↗)
이건 제가 좋아하는 편이라 그냥 넣어봤습니다. 101가지 이야기에서 센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68화. 인어의 유래(↗)
단편으로 업로드했던 당시, 하룻밤 동안 방문 0에 읽음 1이었던 이야기.

 

Q. 한편, 작가님께서 브릿G에서 주목하고 있는 작가가 있거나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추천을 부탁드려 봅니다. 숏터뷰가 만났으면 하는 작가나 리뷰어 추천도 좋습니다.

A. 홍린 님의 팬입니다. 「환상동화」는 제목대로 환상적인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연작이고, 단편 중에 하나만 뽑자면 「엄마의 방」을 추천합니다. 홍린 님 특유의 감성이 살아 있는 특별한 호러 단편입니다.

환상동화

연재 판타지, 호러 | 홍린

엄마의 방

중단편 호러, 기타 | 홍린

 

Q. 마지막은 고정 질문입니다. 브릿G에 바라는 점(기능적, 제도적 부분 등)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지금까지는 아무런 바라는 점이 없었는데, 질문을 받고 나니 익명으로 등록이 가능한 작품 게시판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게 본 작품 중에 비공개로 전환된 것들도 많고, 근황이 궁금한 작가님들도 많아서 익명 게시판이 있다면 좀 더 편하게 돌아와 작품을 올려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익명으로 올린 다음에 작가명을 달고 작품을 옮겨 올 수 있는 기능도 있다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저처럼 피드백이 필요해 브릿G를 가입하게 된 경우에도, 뭔가 회원님들 앞에 내 글을 공개하는 데에 겁이 날 수 있는데 익명으로 작품을 공개할 수 있다면 좀 덜 겁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미 브릿G에서 유명한 작가님들도 뭔가 좀 더 객관적으로 작품을 피드백 받고 싶을 때 유용하지 않을까요? 물론 브릿G는 누군지 알지만 모르는 척해주기로 약속이요.(익명의 위험성도 있어서 브릿G 규정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거 같아, 시간을 두고 예약 등록만 가능한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멋진 아이디어와 의견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등록작가의 경우 최대 2개까지 필명을 등록하고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래 알려진 필명이 부담스럽거나 다른 장르의 집필 활동을 시도해 보고자 하실 경우 두 번째 필명을 만들어 활동하시는 것도 추천을 드려 봅니다! 완전한 익명 게시판은 아니지만 브릿G는 모른 척해드리고 있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두루 논의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