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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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촌(火村)중단편 지하경 / 판타지, 호러#편집부가 추천하는 출판 작품터널이 무너지면서 휴게소에 아홉 사람이 고립되었다. 구조대는 나타나지 않고 음산한 기운만 감도는데… 이 휴게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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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기억중단편 림세티 / SF“지금 당장 신청하세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명문대 출신의 서초동 로펌 변호사인 부모님의 선택으로, ‘미래’라는 로봇과 함께 생활하게 된 희선. ‘미래’는 자녀의 공부를 돕는 학업 패키지 중 최상위로, 지정된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고의 직업을 찾아준다고 한다. 하지만 희선은 이 모든 게 마뜩잖은데.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미래의 기억」은 학습 도우미 로봇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다룬 작품이다. 전체 이야기를 따지고 보면 개연성이나 현실성은 다소 아쉽지만, 현실의 각박한 교육 환경을 살짝 비튼 이상적 교육이 인공지능에 의해 선택된다는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수능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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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는 모르는 캔터베리 이야기중단편 김아직 / SF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자가 마지막에 맞닥뜨리는 것은동서고금의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은 무수히 많겠지만,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풀어낸 이색적인 조합이라는 점에서부터 호기심을 품게 하는 단편이다. 해마다 정해진 시기가 되면 함께 순례를 떠나려는 사람들, 그리고 모임의 일원이 ‘변고’를 당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이야기는 추리소설 같은 전개로 흘러간다. 그리고 결국에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얽힌 소름 끼치는 진상이 드러나는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찾던 화자에 이입하며 읽던 독자들은 깜짝 놀랄 반전을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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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를 울려선 안 돼연재 지오토 / 판타지여자들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다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자들의 신체가 진화한 세상을 그린 아포칼립스 소설 『남자아이를 울려선 안 돼』를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으로 선정한다. 자연 발생적으로 발현되는 여성들의 신체 변화를 억압하는 부조리한 사회상을 그려내며 이를 파훼하려는 나름의 시도가 펼쳐지는 작품으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결말에 다소 아쉬움을 느꼈다면 후속작 「때죽나무 열매」도 이어서 만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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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2팀 황유석 대리의 퇴사 사유중단편 박낙타 / 판타지특히나 ‘개 같다’라는 말을 늑대 인간 앞에서 꺼내다니.보름달이 뜨는 이번 주 토요일, 늑대인간인 황유석 대리는 특근 명령을 받는다. 아무리 특근 시간은 낮에서 저녁 때라지만 그래도 일이 길어지거나 하면 퇴근 시간대에 변신할 수도 있는 상황. 황유석 대리는 박종훈 이사에게 읍소하는 메일을 보내 자신의 사정을 알린다. 하지만 그가 퇴사하게 된 이유는 박종훈 이사가 자신의 특근 거부 요청을 받아주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복잡하고 서글픈 사연이 숨어 있었는데…….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직관적이고 명쾌하지만, 동시에 공감을 살 수 있는 알레고리로 풀어나간 유쾌한 부조리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