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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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혼식중단편 한켠 / 로맨스#편집부가 추천하는 출판 작품비혼을 결심하고 축의금을 돌려받으러 다니는 의뢰인이 탐정 전일도에게 동행을 요청한다. 탐정의 자존심에 이런 ‘심부름센터’ 같은 일은 맡고 싶지 않았지만 돈이 궁해서 어쩔 수 없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할 거라는 게 상식이라면 유능한 탐정에게 조수가 필요하다는 건 탐정소설의 진리라서 쌍둥이 오빠 전가정이 조수로 동행하는데, 이 오빠가…업무보다 의뢰인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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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 CODE: 8127중단편 디듀우 / 추리/스릴러, 호러풀 수 없는, 혹은 풀어서는 안 되는 에러 코드.코스믹 호러는 본질적으로 어려운 장르다. 특히 주지주의와 이성주의가 팽배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렇다. ‘미지’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라는 러브크래프트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미지를 밝혀내기 위한 호기심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지에 대한 공포’를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일은 가히 도전적인 과제라고 할 만하다. 디듀우 작가의 「ERROR CODE: 8127」는 이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돌파한 작품이다. 호기심과 웃음으로 시작해 코스믹 호러로 흘러가는 차근차근한 과정이 독자의 몰입을 불러일으키며 확실하고도 짜릿한 공포로 종지부를 찍는 「ERROR CODE: 8127」을 이번 베스트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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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무덤이 되어중단편 해랑 / SF, 일반“왜 지구에 묻히고 싶은 건가요?”우주 개척 시대, 제이는 화물선을 몰고 글리제라는 행성으로 향한다. 이곳은 제2의 지구라고 불릴 정도로 개척 행성으로는 무척 지구와 유사하였지만, 높은 중력과 잦은 폭풍으로 개척민들에겐 고된 삶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마침 식량 위기 소식을 접한 제이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종자를 판매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지구는 무덤이 되어」는 꽤 잘 설계된 작품이다. 비록 대부분의 배경 설명을 서술로 할애하고 있지만, 저자가 쌓아올린 설정이 탄탄해서 흥미롭게 읽힌다. 세계관을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는 건, 그 안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더 확장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연작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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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을 위한 몇 가지 괴담중단편 담장 / 호러, 추리/스릴러밤마다 냉장고 안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요「어쩌면 당신을 위한 몇 가지 괴담」은 온라인 괴담 커뮤니티에 게시된 다채로운 괴담의 일부가 실제 범죄 사건과 연관되는 독특한 형식의 공포 단편이다. 학교, 꿈, 시골 창고, 터널, 논, 집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괴담은 그 자체로도 재미가 있고 유명한 작품 제목 등을 패러디한 사용자들의 닉네임도 웃음을 유발한다. 매일 밤 냉장고 안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열어 보게 된다는 어느 사용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몽유병 괴담일까? 자세한 내막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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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중단편 연당 / 호러, 추리/스릴러살인을 무릅쓰고도 얻고 싶은 능력이란 무엇일까?단편 「약탈자」의 주인공 은현은 자신에게 없던 능력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생겼음을 깨닫는다.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의 출처는 연애 시작부터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다가 스토커로 돌변하여 끝내 눈앞에서 사망한 전 남자친구의 재능. 거듭된 우연에 의해 가설은 확신으로 바뀌고, 별문제 없지만 특별하지도 않았던 삶에는 다른 이가 지닌 무언지도 모를 재주에 대한 욕심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충동과 갈망에 사로잡힌 채 도덕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인물의 심리에 몰두하며 거침없이 읽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