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강탈자」 外 엄길윤 작가 인터뷰

2017.2.9

한국 공포 단편선에 단편을 발표했고, 브릿G에도 두 단편 「정신강탈자」와 「광고」, 장편 「멸종」을 연재 중이신 엄길윤 작가님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전합니다.

“특이한 상황이나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을 환상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걸 즐깁니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무엇보다 새로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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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엄길윤 작가님. 먼저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주로 호러와 스릴러를 좋아하고 즐겨 쓰는 엄길윤이라고 합니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 5, 6권에 「벗어버리다」, 「파리지옥」을 실었고요.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Q. 브릿G에 소중한 작품을 등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릿G에 어떤 계기로 글을 등록하게 되셨는지, 브릿G에 작품을 등록하셨을 때 타 사이트와 다르게 기대되거나 우려되는 바는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브릿G를 보면서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중단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즘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온라인 소설 사이트가 중단편을 등한시하거든요. 그걸 보고 확신했어요. 브릿G는 단기간의 성과나 수입이 목적이 아니구나 하고요. 거기에다가 브릿G 소개를 보면서 많은 준비와 오랜 시간 끝에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믿음이 갔기에 바로 글을 등록했어요.
제일 우려가 됐던 건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온라인 소설 플랫폼이라 사람이 없을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읽어주는 독자분이 많아 다행이었어요. 타 온라인 소설 사이트에 비하면 아직은 이용자가 적지만, 브릿G만의 차별화로 그 틈이 메워지길 기대합니다.

 

Q. 독자들을 위해 현재 등록하신 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좀 더 자세히 전해주신다면요. 중단편 「정신강탈자」, 「광고」 외에도 현재 연재 중이신 장편 「멸종」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A. 먼저 「정신강탈자」는 스스로 생각지 않고 외부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무작정 받아들이기만 하는 현재 우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된 나머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꼬집고 싶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무엇이 자신이 한 생각이고 무엇이 외부에서 들어온 생각인지 알 수가 없겠지요. 머릿속이 온통 외부에서 들어온 다른 것들로 채워지는 거예요. 그걸 또 다른 자신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광고」는 우리의 폭력과 오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바다의 생물들을 멋대로 포획하고 빼앗을 뿐만 아니라, 순전히 더 잘 팔기 위해 광고라는 것을 통해 다른 생물들을 희화화시키고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든요. 흔히 가공된 오징어 제품을 보면 포장지에 오징어가 자신을 맛있게 먹어달라는 그림이 붙어 있잖아요. 얼마나 웃겨요.

「멸종」을 쓰게 된 계기는 음식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망상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계속 굴리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고요. 물론 음식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생각을 한 건 제가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있었어요. 전 이 이야기에 제일 중요한 건 신빙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이 사람을 잡아먹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고, 어느 정도까지는 충분히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거든요. 저는 책임감 없이 중간에 흐지부지 끝내는 게 아니라 끝까지 이야기를 몰아붙이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께서 주로 집필하시는 장르의 소재는 어떻게 착안하시는지요. 편의점에서의 공포, 시간에 쫓기는 나와의 분투 등… 일상적인 소재나 상황, 공간에서 심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A. 특이한 상황이나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을 환상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걸 즐깁니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무엇보다 새로워야 합니다. 아니면 의미가 없거든요. 이런 사건이 그럴듯하게 보이려면 일상적인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티븐 킹도 얼핏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나 일이 벌어지는 전개 방식을 즐기지만, 그걸 세세한 묘사와 다양한 인물로서 아주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거든요.
저도 사건이 일어나는 방식은 비슷해요. 대신 일상적인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세세한 묘사, 거기에 주인공의 긴박한 심리 묘사에 치중함으로써 설득력과 신빙성을 추구하고요. 살짝 주제 의식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지요.

 

Q. 작품 스타일에 미루어 봤을 때 작가님께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시거나 평소 좋아하는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 졌습니다. 저희에게도 추천해주신다면요.

A.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참 감명 깊게 봤습니다. 사람이 아닌 개미의 입장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점도 놀라웠고, 작은 곤충의 세계로부터 시작해 결국 온 인류로 확대되는 과정이 참 즐거웠습니다. 사람과 자연에 관한 테마는 개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호러 적인 면에서는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분의 생각이랄까, 소재가 기괴한 면을 떠나서 참 독특하고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종류의 것이거든요.
그 외에도 너무 재밌게 읽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작품, 나쁜 작품이 아니라, 그저 취향에 따라 갈리는 게 아닐까 하고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 좋은 작가가 얼마나 많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습니다.

 

Q. 황금가지에서 『한국 공포 단편선』을 통해 두 편의 단편을 발표하셨습니다. 단행본 출판 작업과 직접 웹 연재 경험의 차이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단행본 출판 작업은 단편만 열심히 쓰면 되는 거였지만, 웹 연재는 긴 호흡을 두고 하루하루 꾸준히 써야 한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저마다의 재미가 있었어요. 단편은 한 번에 몰아친 후 차차 퇴고를 하면서 제 단편이 점점 더 견고해지는 재미가 있었어요. 원고를 출판사에 보낼 때의 두근거림은 정말 짜릿했고요. 웹 연재는 일상생활처럼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거기에서 뭔가 뿌듯함이랄까, 충실히 하루하루를 산다는 충만감이 좋았습니다. 기간 내에 일정 이상 분량을 꾸준히 써야 한다는 게 오히려 자극되더라고요.

 

Q. 브릿G에서 읽으셨던 작품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작품을 간단히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단편으로는 다빈 님의 「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는 사람」을 재밌게 봤습니다. 깔끔한 이야기 전개와 문체가 좋았어요. 연재작으로는 빅터리 님의 「캔디걸스」요. 한 여자아이의 실종을 조사하는 민간조사원 백건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하는데요. 부담 없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Q. 앞으로의 작품 활동과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연재 중이거나 등록하신 작품을 두루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브릿G에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소중히 듣겠습니다.

A. 일단 단편을 꾸준히 올릴 예정입니다. 물론, 「멸종」 외의 다른 장편도 구상과 집필에 들어갈 거고요. 제 글은 무엇보다 재미를 추구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과 의견을 담았지만, 독자가 재미를 통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 그건 없는 것과 똑같거든요. 부디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재미없으면 다 제 탓이에요.

황금가지란 브랜드의 힘을 믿고, 브릿G와 독자의 힘을 믿습니다. 브릿G 소개 항목에서 밝히셨다시피 긴 호흡을 두고 흔들림 없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Interviewed by 브릿G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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